부동산 이야기

전세사기 case 9 동시진행형

Egaldudu 2025. 2. 27. 19:39

 

 

픽사베이 이미지

 

서울경찰청은 2021년 7월부터 2023년 12월까지 서울·경기·인천 지역에서 ‘동시진행’ 수법을 이용해 전세보증금 353억 원을 가로챈 공인중개사 A 씨 등 9명을 검거했다. A 씨는 공인중개사 사무소를 개설한 후 분양대행업자와 중개보조원, 바지 명의자를 동원해 빌라 매매를 진행하며 세입자들의 전세보증금을 편취했다.

‘동시진행’은 전셋값을 부풀려 매매가와 동일하게 맞춘 뒤 세입자의 보증금으로 주택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계약 만료 전 바지 명의자를 파산시키는 등 의도적인 전세사기를 벌였다. 또한, 국가 기금으로 운영되는 HUG 보증보험에 가입해 보증금 반환 책임을 떠넘기기도 했다.

경찰은 153세대의 부동산에 대해 몰수보전을 신청할 계획이며, 전세 계약 시 집주인 변경 여부와 전세가-매매가 비교를 필수적으로 확인할 것을 당부했다

 

▶ 관련 기사: 빌라 153 전세·매매계약동시진행전세사기 일당 검거

 

 

1. ‘동시진행 사기대상 부동산

이 방식의 표적이 되는 부동산은 주로 신축 빌라나 주택처럼 시세를 확인하기 어려운 매물이다. 신축 건물은 아직 매매사례가 없고, 빌라는 아파트나 오피스텔처럼 공개된 분양가가 없어 부동산 비전문가가 정확한 시세를 파악하기 어렵다. 이러한 특성을 악용해 매매와 전세계약을 동시에 진행하는 방식이기 때문에동시진행 사기라고 불린다.

 

2. 사기 구조와 실행 과정

예를 들어, A빌라라는 신축 빌라가 있다고 가정하자. 건축주, 분양대행업자, 공인중개사, 그리고 부동산 컨설팅업자가 한 팀이 되어 사기계획을 세운다. 공인중개사는 A빌라의 전세 세입자를 구하는 역할을 맡는다. 신축 빌라는 깔끔하고 구조도 좋아 보이므로, 공인중개사가 추천하면 신뢰를 가지기 쉽다. 전세를 구하던 임차인은 전문가의 조언을 듣고 A빌라를 계약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한편, 부동산 컨설팅업자는 건축주로부터 A빌라의 소유권을 이전받을 명목상의 임대인(바지사장)을 물색한다. 이 바지사장은 실질적으로 돈이 없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건축주와 바지사장은 A빌라를 매매하는 것처럼 계약을 체결하고, 매매대금은 사실상 임차인이 납부할 전세보증금으로 충당하는 구조를 만든다. , 임차인은 자신이 내는 전세보증금이 바지사장이 건축주에게 지불해야 할 매매대금이 된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한 채 계약을 진행한다.

 

3. 계약 후 피해 확산

공인중개사는 A빌라의 시세를 실제보다 부풀려 제시하고, 전세보증금이 그보다 낮아 안전하다고 안심시킨다. 임차인은 부동산 전문가의 말을 믿고 계약을 체결하고, 결국 건축주는 임차인의 보증금 중 일부를 매매대금으로 활용한 뒤 나머지를 공인중개사, 분양대행업자, 바지사장, 컨설팅업자와 나눠 가진다. 바지사장은 자기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A빌라의 소유권을 취득하며, 같은 방식으로 수십, 수백 채의 빌라를 확보한다.

 

시간이 지나고 임차인이 임대인 변경 사실을 알게 되면 공인중개사에게 문의하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무책임하다. “임대인이 바뀌어도 계약은 승계되므로 문제될 것 없다거나, “새 임대인은 재력이 충분해 보증금을 돌려주는 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둘러댄다. 때로는그런 사항을 알려줄 의무가 없다면서 오히려 화를 내기도 한다.

 

전세계약이 만료될 즈음 바지사장이나 공인중개사는 임차인에게 계약갱신 여부를 묻는다. 잦은 이사가 부담스러운 임차인은 갱신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바지사장은 최근 시세가 올랐으니 보증금을 조금 증액하자고 요구한다. 임차인은 마지못해 추가 보증금을 송금하지만, 이 돈 역시 사기조직의 이익으로 흘러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