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식물 이야기

덩굴, 줄기부터 다르다: 으아리, 다래, 인동덩굴

Egaldudu 2025. 3. 27. 20:54

 

서론: 덩굴이지만, 모두 다른 덩굴

덩굴식물은 스스로 서지 못한다. 대신 주변에 감기며 자란다. 생김새는 비슷해 보여도 줄기의 구조와 생태적 전략은 서로 다르다. 특히 줄기의 굵기는 그 식물이 어떤 방식으로 공간을 점유하고, 생태계와 관계를 맺는지를 보여주는 핵심 요소다. 이 글에서는 줄기의 굵기를 기준으로 흔히 눈에 띄는 세 가지 덩굴식물을 골라 각각의 특징을 비교해본다.

 

1. 굵고 질긴 줄기, 으아리

픽사베이 이미지

으아리(Clematis vitalba)는 미나리아재비과에 속하는 다년생 덩굴로, 한국에서 자생하는 덩굴식물 중 가장 굵고 강한 줄기를 가진다. 시간이 지나면 줄기는 완전히 목질화되어 성인 손가락보다 굵게 자라며, 질감은 나뭇가지처럼 단단하다.

 

일부 개체는 사람이 잠깐 매달릴 수 있을 만큼 강한 줄기를 형성하기도 한다. 으아리는 스스로 서지는 못하지만 다른 나무를 타고 올라가며, 줄기 하나하나가 길고 튼튼하게 뻗어 나무 사이를 연결한다. 이처럼 줄기 자체로 구조를 만들어내는 능력은 다른 덩굴식물과 구별되는 특징이다.

 

2. 감기며 자라는 다래

수정: Egaldudu / CC By-SA 3.0

 

다래(Actinidia arguta)는 다래나무과에 속하는 덩굴식물로, 비교적 굵은 줄기와 강한 감김력을 동시에 가진다. 초기에 유연했던 줄기는 해가 지날수록 굵어지고 질겨지며 목질화된 줄기는 작은 가지처럼 딱딱해진다. 줄기의 굵기는 으아리보다는 얇지만 산지의 수목을 감고 수직으로 자라기에 충분한 구조를 지닌다. 생장속도도 빠르며 햇볕이 좋은 환경에서는 수미터 이상 뻗어나간다.

 

다래는 식용 가능한 열매가 열리는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으며, 같은 과에 속하는 참다래(Actinidia deliciosa)는 흔히 키위로 알려져 있다. 덩굴로서의 구조적 기능과 실용적 가치가 동시에 존재하는 식물이다.

 

3. 흔하고 가느다란 덩굴, 인동덩굴

수정: Egaldudu / CC By-SA 3.0

 

인동덩굴(Lonicera japonica)은 마디풀과에 속하는 덩굴식물로, 전국 어디서나 쉽게 자라는 식물이다. 줄기는 매우 가늘고 유연하며, 손으로 쉽게 휘어진다. 땅 가까이 퍼지거나 담장이나 울타리를 따라 올라가지만, 줄기 자체의 구조적 강도는 약한 편이다. 이처럼 줄기가 가늘고 유연한 형태의 덩굴식물은 인동덩굴 외에도 많다. , 담쟁이덩굴, 호박줄기 등도 유사한 구조를 보이며 일상에서도 자주 관찰된다.

 

인동덩굴은 줄기로 존재감을 드러내기보다는 꽃으로 기억되는 식물이다. 5~6월경 향기로운 흰색과 노란색 꽃을 피우며, 꽃 안에는 꿀이 가득하다. 어린 시절 꽃 끝을 따서 꿀을 맛본 경험이 있다면, 그 주인공이 인동덩굴일 가능성이 크다.

 

결론: 줄기로 드러나는 전략

덩굴식물은 모두 주변을 타고 자라며 공간을 넓혀간다. 그러나 줄기의 굵기와 구조적 특성에 따라 그 방식은 다르다. 으아리는 줄기 자체로 구조를 형성하며, 다래는 강한 감김력을 바탕으로 위를 향해 자란다. 인동덩굴처럼 가늘고 여린 덩굴들은 구조보다는 향기나 열매를 통해 생태계와 상호작용한다. 줄기는 단순한 생장기관이 아니라 그 식물이 어떤 전략으로 살아가는지를 드러내는 중요한 단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