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식물 이야기

육상 갑각류, 물을 벗어난 생존 전략

Egaldudu 2025. 3. 28. 02:13

 

 

 

1. 폐로 호흡하는 갑각류

게인데 물에 빠지면 익사한다. 이 갑각류는 바닷가 근처에 살면서도 물에 들어가지 않는다. 야자게(coconut crab)는 길게는 20미터가 넘는 야자나무를 기어올라 코코넛을 자르고, 땅으로 내려와 그 껍질을 깨고 먹는다.


이 생물은 호흡을 위해 폐와 유사한 조직을 발달시켰고, 아가미는 거의 기능하지 않는다.
따라서 물속에 들어가면 산소 흡수가 어렵고, 장시간 지속되면 익사할 수 있다.

 

2. 육지생활에 최적화된 생태

야자게는 육상생활에 완전히 적응한 갑각류 중 가장 거대한 종이다. 최대 다리 길이는 1m에 달하며, 몸무게는 4kg 이상으로 측정되기도 한다. 먹이는 과일, 씨앗, 죽은 동물의 사체까지 다양하지만 이름처럼 코코넛을 자르고 먹는 행동이 가장 잘 알려져 있다.


아가미 대신 발달한모세혈관층을 가진 기관은 몸 안의 수분과 공기를 접촉시켜 산소를 흡수한다. 습한 환경이 아니면 오래 버티지 못하기 때문에 주로 야간에 활동하며 땅속 굴에서 체온과 수분을 조절한다.

 

3. 수분 유지로 버티는 해변 갑각류

육상으로 올라온 갑각류는 야자게뿐만이 아니다. 북해에 서식하는 해변게(shore crab)는 썰물 때 물 밖에서 장시간 머무르며 산란기나 먹이 활동을 위해서만 수중을 드나든다.


일부 종류는 몸 안에 물을 저장하거나 아가미 주변을 축축하게 유지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어 육지에서 일정 시간 생존할 수 있다. 이러한 습성은 열대지방의 다른 육상 게들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난다.

 

4. 곤충처럼 보이지만 갑각류

완전히 육상에 적응한 종도 있다. 쥐며느리(woodlouse)는 건물 벽 틈이나 습한 콘크리트 바닥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생물이며, 곤충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갑각류이다. 이들은 물속에 살지 않지만 여전히 습기를 필요로 한다.

쥐며느리와 유사한 외형을 가진 공벌레(pill bug)는 위험할 때 몸을 동그랗게 말아 방어하는 특징이 있다. 두 생물 모두 아가미를 통해 산소를 흡수하므로, 완전히 건조한 환경에서는 생존이 어렵다. 하지만 물속을 벗어나 습한 육지에서 호흡하며 살아가는 생태적 구조를 갖췄다는 점에서, 수중 갑각류와는 구별된다.

 

5. 환경에 따라 달라지는 호흡 방식

이처럼 갑각류는 일정한 환경에만 고정된 생물이 아니다. 육지로 이동하고, 호흡 방식을 바꾸고, 먹이 활동을 달리하면서 다양한 생태적 지위를 형성해왔다.


게는 더 이상 단순히물속에 사는 동물로 설명할 수 없다. 외형은 비슷할지 몰라도 그 생활 방식과 환경 적응력은 매우 넓은 스펙트럼을 가진다.


야자게는 그 중에서도 가장 극단적인 진화의 사례다. 물을 떠난 채 야자나무 위에서 살아가는 이 생물은 갑각류의 고정된 이미지를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