덧씌워진 건강 이미지
시금치(spinach)는 비름과에 속하는 한해살이 또는 두해살이 채소다. 한동안 시금치는 막연히 몸에 좋다는 이미지가 과장되며, 특별한 건강 식재료처럼 여겨졌다. 거기에는 1970~80년대 TV 만화영화 속 캐릭터가 시금치를 먹고 힘을 얻는 장면도 한몫했던 것 같다. 그러나 그것은 과학적 사실에 근거한 것은 아니었다.
철분 신화의 유래
이 인식은 1890년 독일 생리학자 ‘구스타프 폰 분게(Gustav von Bunge)’가 발표한 실험 결과에서 비롯되었다. 그는 시금치 100g에 철분이 35mg 들어 있다고 기록했는데, 이는 생시금치가 아니라 건조된 시금치를 기준으로 한 수치였다.
생시금치는 90% 이상이 수분으로 구성되어 있어, 실제 철분 함량은 약 3mg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이 수치는 이후 오랫동안 반복 인용되며, 시금치가 철분이 풍부한 채소라는 신화를 만들어냈다.
철분 흡수의 한계
철분은 주로 혈액에 존재하기 때문에 동물성 식품에서 더 많이 발견된다. 간이나 선지소시지(blood sausages) 같은 식품에는 100g당 20~30mg에 달하는 철분이 들어 있으며, 체내 흡수율도 높다.
반면 식물성 철분은 흡수가 잘 되지 않으며, 시금치처럼 옥살산이 함께 들어 있는 경우에는 흡수율이 더욱 떨어질 수 있다. 이런 경우 비타민 C가 풍부한 음식과 함께 섭취하면 흡수율을 다소 개선할 수 있다.
평범한 건강 식재료
시금치가 철분 보충에 가장 적합한 식품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시금치 자체를 과소평가할 필요는 없다. 시금치는 마그네슘, 칼륨, 비타민 C, 비타민 B군 등 다양한 영양소를 함유하고 있다. 다만, 철분을 보충하려는 목적으로 시금치를 많이 먹는 것은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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