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공학이 이끄는 멸종종 복원의 현실과 과제
도도(Dodo, Raphus cucullatus)는 17세기 중반 인간의 도래와 함께 절멸한 모리셔스(Mauritius)의 토착 조류다. 날지 못하는 큰 몸집의 도도새는 오늘날 멸종의 상징으로 흔히 회자된다. 그러나 이 전설적인 새가 유전공학을 통해 다시 살아날 가능성이 점점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2023년,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교 산타크루즈 캠퍼스(UC Santa Cruz)의 유전체 연구팀이 박제된 표본에서 도도의 DNA를 추출하고 유전체(Genome) 분석을 성공적으로 완료했다. 이는 멸종된 종을 복원하려는 이른바 '멸종복원(de-extinction)' 연구에 있어서 큰 전진이었다.
이 분석을 바탕으로 미국의 생명공학 스타트업 ‘콜로설 바이오사이언스(Colossal Biosciences)’는 도도 복원 프로젝트를 공식화했다. 콜로설은 이전에도 매머드, 태즈메이니아 호랑이 복원 계획을 밝힌 바 있는 기업이다. 도도 복원은 그 세 번째 프로젝트다.
어떻게 도도를 복원하는가?
콜로설은 도도의 가장 가까운 현생 근연종으로 알려진 니코바르비둘기(Nicobar pigeon)의 유전체를 참조하여, 도도의 유전적 형질을 되살리는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동시에 도도와 함께 인도양 로드리게스섬(Rodrigues Island)에 서식했던 멸종 조류 솔리테르(Solitaire)의 유전 정보도 비교 분석 중이다.
연구진은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유전자를 조작한 원시 생식세포(primordial germ cells)를 생성하고, 이를 닭이나 수탉의 배아에 이식하는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이 과정이 성공하면, 이들이 낳은 새끼가 도도의 형질을 갖춘 후대 개체로 성장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초기 단계의 실험이며, 실제 개체의 부화와 생존 가능성, 윤리성, 생태계 영향 등 여러 변수로 인해 긴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복원만큼 중요한 '돌아갈 곳'
도도새를 복원하는 기술적 시도가 주목받고 있지만, 도도에게 돌아갈 서식지가 있는가 하는 점도 핵심이다. 현재 모리셔스는 수백 년간의 농업과 도시화로 생태계가 크게 훼손되어 있으며, 도도의 멸종을 불러온 고양이, 쥐, 돼지 같은 외래 포식자들도 여전히 존재한다.
이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콜로설은 모리셔스의 대표적 보전단체인 모리셔스 야생동물재단(Mauritian Wildlife Foundation, MWF)과 파트너십을 맺고 생태 복원 프로젝트를 병행하고 있다. 이들은 도도 서식지에 해당하는 숲의 복원, 외래 포식자 제거, 식생 회복, 자생 식물 보존 등 다양한 환경 조건을 개선하려 노력 중이다.
특히 도도의 주요 먹이로 알려진 몇몇 자생 식물들은 매우 느리게 성장하는 특성을 가지므로, 식물 복원 또한 장기적 과제로 간주된다.
도도 복원이 남긴 질문
과학적으로 보자면, 현재의 시도는 기존의 클로닝(cloning) 방식보다는 유전체 조합을 통한 하이브리드화(hybridisation) 또는 형질 재현(recapitulation)에 가깝다. 즉, 과거와 정확히 같은 개체를 되살리는 것이 아니라, 유전적으로 유사하고 외형이 닮은 개체를 만들어내는 방식이다. 따라서 복원된 ‘도도’가 진짜 도도인지에 대한 철학적·윤리적 논의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또한 이 같은 멸종복원 기술이 보전생물학에 도움이 될지, 또는 자원을 분산시키는 결과를 낳을지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존재한다. 그러나 MWF의 보전국장 비카시 타타야(Vikash Tatayah)는 도도 복원을 위한 노력이 모리셔스의 다른 희귀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본다. 실제로 현재 이 프로젝트를 통해 분홍비둘기(pink pigeon), 모리셔스 올리브 흰눈조(Mauritius olive white-eye) 등의 보전기술도 함께 발전하고 있다.
끝나지 않은 여정
도도 복원 프로젝트는 단지 ‘잃어버린 생명체의 귀환’을 넘어서, 인간이 초래한 멸종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 책임을 질 수 있을지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생명공학은 그 가능성을 조금씩 넓히고 있지만, 생태계 복원과 윤리적 성찰 없이는 이 여정이 완성되기 어렵다.
지금 당장은 도도가 돌아오지 않아도 도도를 위한 준비는 이미 모리셔스에서 시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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