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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맥·립스틱·중고차, 경제를 읽는 세 가지 엉뚱한 지수

Egaldudu 2025. 6. 22. 13:10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

경제는 숫자로 설명되는 세계다. 하지만 때로는 숫자보다 한 입 베어 문 햄버거, 화장대 위에 놓인 립스틱, 중고차 시장의 가격표가 더 많은 것을 말해주기도 한다. 말장난처럼 들리지만 이 지표들은 결코 가볍지 않다.

 

1. 빅맥지수: 환율을 햄버거로 측정한다면

빅맥지수(Big Mac Index) 1986년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가 고안한 구매력 비교 지표다. 맥도날드의 빅맥은 전 세계 어디서나 비슷한 재료와 공정을 거쳐 만들어진다. 따라서 한 나라에서의 빅맥 가격은 그 나라 통화의 실제 구매력을 대략적으로 보여준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빅맥이 5달러이고 한국에서 5,500원이라면, 이론상 환율은 1,100원이 돼야 한다. 그런데 실제 환율이 1,300원이라면 원화는 저평가되어 있다는 뜻이다. 물론 세금, 임대료, 임금 등 변수가 많지만, 이 간단한 지표는 통화의 고저평가를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빅맥지수는 공식 통계는 아니지만, 많은 경제학 강의와 언론 분석에서 반복적으로 인용된다. 햄버거 하나로 세계경제를 비교한다는 아이디어 자체가 이미 강력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2. 립스틱 지수: 불황의 입술

립스틱 지수(Lipstick Index) 2001년 에스티로더 회장이 처음 언급했다. 경기가 나쁠 때, 사람들은 큰 소비를 줄이지만 작은 사치는 오히려 늘린다는 관찰이었다. 그 중 하나가 립스틱이다. 비싼 외식이나 명품 대신, 손에 잡히는 기분 전환의 선택지다.

 

실제로 글로벌 금융위기, 팬데믹 초기 등 여러 불황 국면에서 립스틱 매출이 의외로 견고했다는 사례가 있다. 완벽하게 입증된 경제이론은 아니지만, 소비자의 정서와 심리를 읽는 데 효과적인 상징이다. 최근에는 립스틱 대신 아이섀도우나 향수 등으로 확장되기도 한다.

 

립스틱 지수는 결국 불황 속에서 인간이 무엇을 포기하지 않는지를 보여준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포기할 수 없는 작고 가벼운 희망이 있음을 말해주는 지표다.

 

3. 중고차 지수: 팬데믹 이후의 체감 경기

중고차 지수는 원래 캐주얼한 개념은 아니었다. 그러나 팬데믹 이후, 그것은 실질적인 경기 체감 지표로 부상했다. 공급망이 막히고 신차 생산이 늦어지자 소비자들은 중고차 시장으로 몰렸다. 그 결과, 중고차 가격은 팬데믹 기간 급등했고,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의 기존 항목이던 이 지표는 물가 지수에 큰 영향을 주었다.

 

중고차 가격은 소비자의 불안, 실질 구매력, 공급망 상태, 신뢰 수준을 모두 반영한다. 복잡한 지표보다 더 빠르게 경기의 이상 신호를 보여준 셈이다. 지금도 중고차 시장은 경기 방향을 읽는 민감한 센서로 작용하고 있다. 그리고 그 움직임은 무엇보다 솔직하다.

 

숫자만이 경제를 말해주지는 않는다

GDP나 물가상승률 같은 수치들은 경제의 전체적인 방향을 보여준다. 하지만 때로는 빅맥 한 개의 가격, 립스틱 매출, 중고차 시세처럼 일상의 소비변화가 더 빠르고 정확하게 현실을 반영할 때도 있다.

 

이런 지표들은 공식 통계처럼 정교하지는 않지만, 사람들의 심리와 체감경제를 읽는 데는 꽤 유용한 단서가 된다. 경제는 숫자로만 움직이지 않는다. 사람들의 선택이 곧 현실이 되고, 그 흔적은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서 포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