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y HejRonja, CC BY-SA 4.0, wikimedai commons.
오늘날 기후 위기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되는 온실효과(Greenhouse Effect)는 사실 19세기 중반부터 과학자들의 탐구 대상이었다. 지구 대기 중 특정 기체가 태양 에너지를 흡수하고 다시 지표면으로 복사함으로써 지구 온도 유지에 영향을 준다는 개념은 현대 기후 과학의 기초를 이루는 이론이다. 이 이론을 처음으로 실험적으로 입증한 인물은 놀랍게도 당시 여성이라는 이유로 과학계 주변에 머물러야 했던 한 과학자였다.
유니스 뉴턴 푸트, 시대를 앞서간 실험자
유니스 뉴턴 푸트(Eunice Newton Foote, 1819~1888)는 미국 출신의 과학자이자 발명가, 그리고 여성 참정권 운동의 초기 주역이었다. 그녀는 태양광이 공기 중 다양한 기체에 어떤 열역학적 반응을 일으키는지를 독창적인 실험을 통해 분석했다.
이 과정에서 푸트는 이산화탄소(CO₂)가 다른 기체에 비해 복사열을 더 많이 흡수하고, 더 느리게 식는 특성을 지닌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는 오늘날 우리가 이해하는 기후 민감도(climate sensitivity) 개념의 초기적 관찰이라고 볼 수 있다.
실험의 원리는 놀랍도록 직관적이었다
푸트는 두 개의 유리관을 준비해 각각 수은 온도계를 장착하고, 공기 밀도를 조절할 수 있는 펌프를 이용해 실험을 구성했다. 각 유리관을 실온으로 맞춘 후 햇빛 아래에 노출시키고, 내부 온도 변화의 차이를 관찰했다.
그 결과, 더 밀도가 높은 공기를 넣은 유리관이 더 빠르게, 더 많이 가열된다는 사실이 확인되었고, 이후 다양한 기체로 실험을 반복한 끝에, 이산화탄소를 채운 유리관이 가장 큰 온도 상승을 보이며 천천히 식는다는 점을 관찰했다.
이 실험은 단순한 온도 비교를 넘어서, 복사열과 기체의 조성 간의 상관관계를 정량적으로 포착하려는 시도였다. 이는 이후의 복사전달 모델이나 기후 시뮬레이션 연구의 이론적 전신이라 할 수 있다.
최초의 온실효과 이론
푸트는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다음과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의 변화는 지구 온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는 현대의 온실 효과 이론과 구조적으로 일치하는 핵심 명제다.
그녀는 이 이론을 1856년 미국 과학진흥협회(AAAS) 연례 회의에 논문 형태로 제출했고, 이 연구는 같은 해 〈Circumstances Affecting the Heat of the Sun’s Rays〉라는 제목으로 출판되었다.
당시에는 여성 과학자가 학술대회에서 직접 발표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었기 때문에, 푸트의 논문은 스미스소니언 연구소의 물리학자 조셉 헨리(Joseph Henry)가 대신 발표했다.
흥미로운 점은, 푸트가 단순한 실험 장비와 직관적인 관찰만으로 온실 효과의 핵심 개념에 도달했다는 것이다. 이는 과학적 직관과 실험 설계 능력이 결합된, 경험주의적 과학 접근의 전형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푸트의 과학사적 의의
유니스 뉴턴 푸트는 19세기의 여성 과학자이자, 현대 기후과학의 개념적 선구자였다. 그녀는 복잡한 장비 없이도 기체의 물리적 성질이 대기 환경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를 통찰력 있게 드러냈고, 이는 오늘날 기후 변화 예측 모델(GCM)에서 이산화탄소의 열 흡수 특성이 어떻게 반영되는지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이정표로 평가받는다.
또한 푸트는 과학계의 중심에 설 수 없었던 시대적 한계를 뛰어넘어, 여성의 이름이 과학적 발견에 기록될 수 있음을 몸소 증명한 인물이기도 하다. 그녀의 업적은 단지 과학사적인 의의만이 아니라, 과학에 접근하는 태도와 실험정신의 상징으로서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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