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식물 이야기

오징어는 물고기가 아니다 – 두족류의 세계

Egaldudu 2025. 7. 16. 15:09

AI가 생성한 귀여운 오징어 이미지

 

오징어는 물고기가 아니다

오징어, 문어, 갑오징어 이들은 일상에서 흔히물고기로 오해받는다. 그러나 이들은 물고기가 아니다. 이들의 진짜 정체는 두족류(Cephalopoda), 머리에 다리가 달린 생물이다. 라틴어에서 유래한 이 명칭은 이들 생물의 구조적 특징을 정확히 설명한다.

 

머리에서 직접 뻗어나온 여러 개의 촉수가 입 주위를 둘러싸고 있으며, 이는 대부분 먹이를 붙잡는 데 쓰인다. 일부 종에서는 이 촉수가 다리처럼 기능하며, 이동수단으로도 사용된다. 문어가 그 대표적인 예다.

 

하지만 두족류의 진정한 이동방식은 훨씬 더 정교하다. 좁고 유연한 분사관을 통해 물을 강하게 뿜어내는 방식 바로 제트 추진(jet propulsion)이다. 이 물리적 반동을 이용해 재빨리 방향을 전환하며 포식자를 따돌릴 수 있다.

 

연체동물 속 두족류

두족류는 연체동물문(Mollusca)에 속한다. 이들은 달팽이, 조개류와 같은 친척들과 함께 몸에 뼈가 없는 무척추동물 군을 이룬다. 반면 물고기는 척추가 있는 척추동물문(Vertebrata)에 속하므로, 양자는 생물학적으로 전혀 다른 갈래에 위치한다.

 

두족류 내부에도 진화적 분화가 존재한다. 과거에는 네 개의 아가미를 지닌 사새아강(Tetrabranchiata)이 번성했으나, 오늘날에는 앵무조개(Nautilus)만이 그 계열의 유일한 생존 종으로 남아 있다.

 

이에 비해 대부분의 현생 두족류는 두 개의 아가미를 지닌 이새아강(Dibranchiata)에 속하며, 오징어, 문어, 갑오징어 같은 익숙한 종들이 모두 여기에 포함된다. 이새아강은 구조적 유연성과 신경계의 발달 면에서 사새아강보다 훨씬 진화된 형태로 평가된다.

 

두족류의 먹물 방어 전략

두족류가 지닌 가장 잘 알려진 방어수단은 먹물이다. 위험이 닥치면 이들은 체내의 먹물주머니를 비워 어두운 액체를 분사한다.

 

갑오징어는 넓고 흐릿한 연막처럼 먹물을 퍼뜨려 시야를 가리고 빠져나가며, 문어는 덩어리진 먹물 구름을 집중적으로 발사해 포식자가 그것을 공격하게 만든 뒤 자신은 반대 방향으로 탈출한다. 이처럼 먹물은 종마다 밀도와 확산 방식을 달리하며, 저마다 독특한 위장 전략으로 진화했다.

 

더 흥미로운 사실은, 이 먹물이 단지 생물학적 무기가 아니라 인류 문명의 도구이기도 했다는 점이다. 고대에는 이 먹물 속 색소를 건조한 뒤, 일련의 화학적 안정화 과정을 거쳐세피아(Sepia)’라는 회갈색 유기 안료를 만들었다.

세피아 톤 특유의 따뜻하고 고전적인 분위기를 느끼게 해주는 사진 (출처: 픽사베이)

 

이 색은 후에 잉크, 수묵화, 문서 필기 등에 사용되었으며, 오늘날까지도세피아 톤이라는 이름으로 사진이나 디자인에서 널리 쓰인다.

 

말랑한 몸, 정교한 두뇌, 신비한 생태

오징어와 문어는 단지 부드러운 몸과 먹물로만 잘 알려진 생물이 아니다. 이들은 놀라운 신경계 능력과 학습 능력을 갖춘 동물로, 실험을 통해 도형을 구별하고 미로를 학습하며, 사람의 얼굴까지 인지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실제로 문어는 탈출의 명수이자, 도구를 사용하는 드문 무척추동물이기도 하다.

 

우리에겐 아주 익숙한 생명체들이지만, 알고 보면 이들은 일반적인 생물 구조에서 벗어난 고유한 진화의 결과물이다. 척추도, 뼈도 없지만, 촉수와 뇌, 먹물과 제트 추진이라는 생물학적 메커니즘은 결코 가벼운 우연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