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식물 이야기

양파, 인류와 함께한 향과 눈물의 식물

Egaldudu 2025. 7. 15. 20:58

앤티가의 세인트존스(St. John's) 시장에 진열된 양파

By CHK46 - Own work, CC BY-SA 4.0, wikimedia commons.

  목차

1. 가장 오래된 재배 채소 중 하나
2. 성서와 고대 문명에서의 양파
3. 식물학적 특징과 향의 비밀
4. 향과 성분이 주는 생리학적 효과
5.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재배와 소비

 

가장 오래된 재배 채소 중 하나

양파(Allium cepa)는 수천 년 전부터 인류가 재배해온 가장 오래된 채소 중 하나다. 원산지는 중앙아시아로 추정되며, 기원전 3000년 전부터 고대 이집트, 중국, 인도에서 재배되었다는 기록이 있다.

 

특히 고대 이집트에서는 양파가 중요한 식량이자 약용 식물로 여겨졌고, 피라미드 건설에 동원된 노동자들에게는 체력을 보강하고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 양파와 마늘이 지급되었다.

 

이집트인들은 양파의 독특한 구조와 향에 신비한 힘이 깃들어 있다고 믿었으며, 실제로 몇몇 무덤에서는 부장품으로 양파가 함께 묻혀 있는 사례도 발견된다.

 

성서와 고대 문명에서의 양파

구약성서 민수기에는 광야를 헤매던 이스라엘 백성들이 애굽의 음식, "오이와 수박과 부추와 파와 마늘과 양파"를 그리워했다는 구절이 등장한다. 양파가 그만큼 고대 이집트의 식생활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음을 보여준다.

 

또한 고대 그리스와 로마에서도 양파는 전사들의 식단에 포함될 만큼 건강식으로 여겨졌고, 로마 병사들은 전투 전에 양파를 섭취했다.

조지아(국가) 아흐메타 지방에서 촬영된 부추속(Allium: 양파, 파, 마늘 등) 식물의 꽃

By MIKHEIL - Own work, CC BY-SA 4.0, wikimedia mommons.

식물학적 특징과 향의 비밀

양파는 백합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식물이지만, 일반적으로는 1~2년생으로 재배된다. 우리가 먹는 부분은 비늘줄기(bulb), 땅속에 저장된 에너지원이다.

 

양파를 자를 때 눈물이 나는 이유는 조직이 손상될 때 일어나는 효소반응으로 인해 황화합물인 프로파네티알 술폭사이드(propanethial S-oxide)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 휘발성 물질이 눈을 자극해 눈물이 흐른다.

 

향과 성분이 주는 생리학적 효과

양파의 강한 향과 맛은 유황 화합물에서 비롯된다. 특히 알릴계 유기화합물은 항균 효과가 강하며, 예로부터 감기, 기침, 소화불량 등에 민간요법으로 활용되었다. 근래에는 항산화 물질인 퀘르세틴(quercetin)이 풍부하다는 점이 주목받고 있다. 이 성분은 혈압을 낮추고 염증을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재배와 소비

양파는 오늘날 세계 거의 모든 나라에서 재배되고 있다. 기후에 대한 적응력이 뛰어나고 저장성도 좋아 일상적인 식재료로 널리 쓰인다. 생으로 먹기도 하고, 굽거나 볶거나 튀기거나 졸이거나 조리법도 다양하다. 그저 향신 채소 그 이상으로, 양파는 인간의 역사와 함께 진화해온 생물학적 동반자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