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식물 이야기

오소리, 땅속 삶에 최적화된 포유류

Egaldudu 2025. 7. 18. 20:26

왼쪽은 AI가 생성한 오소리 굴(Sett) 이미지, 오른쪽은 실물 오소리 사진 (출처: 픽사베이)

 

지하에 성을 짓는 동물

오소리(Meles meles)는 족제비과(Mustelidae)에 속하는 중형 포유류로, 유라시아 전역의 숲과 초지에서 서식한다. 이들은 앞발의 강한 발톱을 이용해 지하에 복잡한 굴을 파고, 그 안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sett)'이라 불리는 이 굴은 보통 4~10개의 출입구와 몇 개의 방, 수십 미터 길이의 터널로 이루어져 있다. 한 무리의 오소리 가족이 여러 해에 걸쳐 이 굴을 유지하고 확장해간다.

 

지금까지 확인된 가장 큰 오소리 굴은 출입구가 약 40개에 이르며, 300미터에 달하는 터널망과 수면·육아용 방들이 복합적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특히 영국 남부에서는 면적이 2,000㎡를 초과하는 대형 굴도 발견되었고, 독일 북동부의 한 굴은 무려 1만 년 이상 지속적으로 사용된 흔적이 남아 있다 (출처: Wikipedia-Sett)

 

야행성과 민감한 감각

오소리는 야행성 동물로, 낮 동안에는 굴 속에서 휴식을 취하고 밤이 되면 활동을 시작한다. 후각과 청각이 뛰어나며, 시각은 상대적으로 덜 발달했다. 오소리는 뚜렷한 체취를 가지고 있으며, 꼬리 아래의 분비샘에서 나는 냄새를 통해 영역을 표시하거나 사회적 신호를 주고받는다. 각 개체는 고유한 냄새를 가지고 있고, 같은 무리 안에서는 서로 냄새를 섞으며 '집단의 향기'를 유지한다.

 

또한 의사소통을 위해 다양한 소리를 구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여기에는 웅웅거림, 이갈기, 짖는 소리, 울음소리 등이 포함된다.

 

식성과 생태적 역할

독일 슈타인하겐(베스트팔렌 지역)의 오소리 굴

By Hagar66 - Own work, CC BY-SA 3.0, wikimedia commons.

 

오소리는 주로 지렁이를 먹지만, 설치류, 두더지, 양서류, 곤충, 과일, 곡물 등도 먹는 잡식성이다. 특히 다량의 지렁이를 섭취하기 때문에 습한 환경을 선호한다. 이들의 먹이 습성은 토양 생물 군집과 생태계 균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먹이가 부족할 경우,  , 두꺼비, 딱정벌레, 심지어 고슴도치까지 사냥한 사례도 있으며, 상황에 따라 가리지 않고 다양한 먹이를 섭취한다.

 

번식과 생존 전략

오소리는 계절과 관계없이 교미할 수 있으나, 실제 출산은 주로 이른 봄에 이루어진다. 암컷은 여러 수컷과 교미한 뒤 일부 수정란만을 선택적으로 착상시키는 지연 착상(delayed implantation) 전략을 활용한다. 이로 인해 한 배의 새끼들이 서로 다른 수컷의 유전자를 지니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새끼는 굴 안에서 자라며, 60%만이 생후 1년을 넘긴다. 평균 수명은 야생에서 약 7년 정도이며, 도로에서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는 경우가 많다.

 

인간과의 관계

농경지 인근에서 서식하는 오소리는 가축 질병 전파와 관련해 주목받기도 한다. 특히 소 결핵 전파의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개체 수 조절을 위한 포획 및 폐사가 이루어졌다. 하지만 오히려 이런 인위적 개입이 개체군 분산을 유도하고, 감염 확산을 부추긴다는 연구도 있다.

 

오소리는 일부 지역에서 농작물에 피해를 주기도 하지만, 해충을 잡아먹는 이로운 동물로 인식되며, 지역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마무리하며

오소리는 단순히 굴을 파는 야생동물이 아니라, 복잡한 사회성, 정교한 감각, 뛰어난 생태 적응력을 지닌 포유류다. 인간과의 관계에서 갈등 요소가 존재하지만, 생태계 내에서 차지하는 자리는 분명하며, 그 가치는 결코 간과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