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용어들

커리어(career)와 잡(job), 뭐가 다를까

Egaldudu 2025. 7. 26. 15:27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

말의 차이

커리어(career)와 잡(job)은 모두을 뜻하는 말이다. 그러나 일상에서 이 두 단어는 서로 다른 느낌을 준다. “커리어를 쌓는다는 표현에는 장기적 성장과 전문성의 이미지가 떠오르는 반면, “잡을 구한다는 말은 보다 단기적이고 일회적인 인상을 준다. 단어 하나가 삶을 어떻게 바라보게 하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다.

 

어디서 비롯됐나

job이라는 단어는 16세기 영어에서작업의 조각(piece of work)’이라는 의미로 쓰이기 시작했다. 일시적이고 분할된 노동, 주로 수공업자가 맡는 단속적인 일을 가리켰다.

 

반면 career는 프랑스어 carrière에서 왔고, 그 어원은 라틴어 carraria, 즉 수레가 달리던 길로 거슬러 올라간다. 처음에는 말이나 수레가 질주하는 경주로를 뜻했지만, 이후에는 삶의 궤도, 지속적인 경로라는 비유적 의미로 확장되었다.

 

하나는조각난 일에서, 다른 하나는연속적인 길에서 출발한 셈이다.

 

실제로 어떻게 다를까

현대 사회에서 job은 대체로 생계를 위한 일, 즉시적인 수입과 노동을 강조할 때 쓰인다. 비교적 교체 가능하고 반복적인 일을 뜻할 때 흔히 사용된다. 반면 career는 시간의 흐름과 함께 발전 가능성이 있는 일, 즉 자기 정체성과 연결되는 직업 경로를 의미한다. 커리어에는 어떤 형태로든계속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하지만 이 구분은 실질적인 노동의 내용보다는 사회적 인식과 계급 구조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누구는 요리사를 커리어라고 부르고, 누구는 같은 일을 단순한 잡으로 본다. 같은 일도 어떤 맥락에 놓이느냐에 따라 명칭이 달라진다. 이 점에서 커리어와 잡은 단지 노동을 설명하는 말이 아니라, 그것을 둘러싼 가치 판단이기도 하다.

 

기대와 현실

20세기 중반 이후, ‘보다커리어를 중시하는 사회적 흐름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자신의 분야에서 전문성을 키우고, 경력을 쌓으며, 삶의 목표를 실현해야 한다는 생각이 일반화되었다. 이는 자기계발의 형태로 작동하면서 많은 이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기도 했다.

 

하지만 커리어 지향은 때로 현실과 큰 간극을 드러낸다. 비정규직이나 플랫폼 노동자처럼 경력의 연속성이 보장되지 않는 환경에서는 커리어라는 말이 공허하게 느껴질 수 있다. 어떤 이는 경력을 쌓아도 방향을 찾지 못하고, 어떤 이는 단기적인 일에 정체성까지 걸어야 하는 압박을 느낀다. 커리어는 성공의 언어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피로의 언어가 되기도 한다.

 

의미를 다시 묻다

커리어와 잡은 이분법적으로 나뉘는 것이 아니다. 오래 일해도 소진감만 남는다면 커리어라 부르기 어려울 수 있고, 짧은 일이더라도 내 선택과 열정이 담겼다면 커리어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그 일이 내 삶에 어떤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가, 나에게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가이다.

 

단어는 우리에게 말의 경계를 제공하지만, 그 경계를 넘는 삶은 언제나 존재한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잡인지 커리어인지 판단하는 기준도 결국은 외부의 시선이 아닌 나의 의미부여에 댤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