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환경지리 이야기

호수에는 왜 밀물과 썰물이 없을까

Egaldudu 2025. 8. 4. 11:35

독일·오스트리아·스위스 세 나라의 국경에 걸쳐 있는 콘스탄츠 (출처: 픽사베이)

 

바다의 조수

바닷가에 서 있으면 해안선이 살아 움직인다는 걸 알 수 있다. 물은 밀려왔다가 빠져나가기를 반복하고, 땅은 그에 따라 잠겼다가 드러난다. 이 변화는 단순한 바람의 결과가 아니다. 지구, , 태양 ᅳ 세 천체의 중력 관계가 빚어내는 정밀하고도 거대한 물의 호흡이다.

 

이처럼 조수는 바다의 얼굴을 끊임없이 바꾸어 놓는다. 그런데 문득 궁금해진다. 호수에도 조수 같은 게 있었던가?

 

조수는 어디에나 있다

지구상의 모든 것은 중력의 영향을 받는다. 물뿐만 아니라 단단한 암석, 인간의 몸, 대기의 흐름까지도 우주의 중력장 속에서 미세하게 출렁인다. 이 힘은조석력(tidal force)’이라 불리며, 달과 태양의 질량, 거리, 그리고 지구의 회전에 따라 달라진다.

 

이론적으로는 호수도 예외가 아니다. 물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중력에 따라 끌리고 밀리는 현상이 발생한다. 다시 말해, 호수에도 조수는 존재한다.

 

그런데 왜 움직이지 않는가

핵심은 규모다. 바다는 지구 전체에 걸쳐 연결되어 있으며, 깊이와 부피가 어마어마하다. 이런 공간에서는 조석력에 의한 수위 변화가 수십 센티미터에서 수 미터까지도 커진다. 그러나 호수는 폐쇄된 물덩어리에 불과하다. 외해와의 연결이 없고, 바람과 기압 변화 외에는 에너지를 흡수하거나 분산시킬 길도 없다.

 

예컨대 오대호처럼 거대한 호수조차, 가장 강한 조수 주기에서도 수위 변화는 약 4~5cm에 머문다. 대부분의 호수는 이보다 훨씬 작다. 호수의 조수는 이론적으로 존재하되, 감각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다. 너무 작고 너무 느리기 때문이다.

 

정재파, 조수처럼 보이는 다른 현상

호수에서 때때로 물이 큰 폭으로 출렁이는 현상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이건 조수가 아니라 정재파(seiche)라고 불리는 것이다. 정재파는 강풍이나 기압의 급격한 변화로 인해 물이 수면 전체에 걸쳐 한쪽으로 몰렸다가 다시 반대로 반동하면서 발생한다. 출렁이는 욕조와 같다.

 

정재파는 폐쇄된 수역에서만 발생하며, 때로는 수 미터에 달하는 높이를 만들기도 한다. 큰 호수에서는 그 주기가 몇 시간에 이르기도 하며, 표면적으로는 마치 조수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건 중력에 의한 주기적인 끌림이 아니라, 대기역학과 유체역학이 빚어내는 반응이다. 전혀 다른 메커니즘의 파동이다.

 

호수의 침묵에 담긴 중력의 리듬

이렇듯 호수에도 조수는 있다. 다만 그것은 수학적 사실이지, 체험적 현실은 아니다.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움직이고 있다. 지구 위의 모든 물은 달을 향해 아주 조금 끌리고, 아주 조금 되돌아온다. 

 

이 작은 진동은 인간의 시간감각으로는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우주의 시간에서는 분명히 존재하는 움직임이다. 호수는 고요하지만 완전히 정지해 있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