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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해(The Red Sea)는 왜 '붉은 바다'일까

Egaldudu 2025. 8. 5. 18:24

신화와 현실이 만나는 바다

홍해라는 이름을 들으면 많은 사람들이 제일 먼저 이 장면을 떠올린다. 이집트를 탈출한 모세가 지팡이를 들자 바다가 둘로 갈라지고, 이스라엘 백성들이 그 사이 마른 땅을 지나 바다를 건넌다. 성경 출애굽기의 가장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다. 이 바다가 바로 홍해(Red Sea).

 

하지만 홍해는 단지 종교적 상징이나 옛이야기 속 무대에 머무르지 않는다. 오늘날에도 실존하는 이 바다는 지리적 위치와 전략적 중요성, 그리고 독특한 생태계로 인해 여전히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홍해의 지리적 위치

홍해는 아프리카 동북부와 아라비아반도 사이에 길게 뻗은 바다다. 북쪽은 이집트의 수에즈 운하를 통해 지중해와 연결되고, 남쪽은 예멘과 지부티 사이의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거쳐 아라비아해로 이어진다

 

이 바다는 이집트, 수단, 에리트레아, 사우디아라비아, 예멘 등 여러 국가들과 접하고 있으며, 아프리카 대륙과 중동을 잇는 해상 요충지 역할을 해왔다.

 

붉은 바다(홍해)’라는 이름의 유래

이름만 보면 바닷물이 붉은빛을 띠는 듯하지만, 실제로 홍해의 물은 붉지 않다. 그렇다면 왜 ‘Red Sea(붉은 바다)’라는 이름이 붙었을까? 이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전해진다.

 

가장 흔하게 언급되는 설명은, 붉은색을 띠는 조류가 대량 번식해 바다가 실제로 붉게 보였다는 것이다.

 

또 다른 해석은, 홍해를 둘러싼 해안 지형이 붉은빛을 띠는 사막과 산맥으로 이루어져 있어, 그 색감이 바다에 반사되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이 밖에도, 고대 문화에서는 색을 방향과 연결해 사용하는 관습이 있었다. 이 이론에 따르면붉다는 말은 실제 색이 아니라남쪽을 뜻했을 가능성도 있다.

 

성경 속 이야기, 그리고 그 너머

영화 『십계』 예고편에서 찰턴 헤스턴이 홍해를 가르는 장면 스크린샷

By Trailer screenshot, Public Domain, wikimedia commons.

 

홍해는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 모두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장소다. 출애굽기의 홍해 도하(渡河)는 단순한 탈출 이야기가 아니라, 신의 보호와 해방의 상징으로 해석된다.

 

물론 학자들 사이에서는 성경의 홍해가 지금의 홍해와 동일한가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있다. 어떤 이들은 갈라진 바다가 지금의 홍해가 아니라 더 작은 내륙 수역(갈대 바다, Sea of Reeds )였을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한다그럼에도 불구하고홍해라는 이름은 지금까지도 믿음과 기적의 상징으로 널리 사용된다.

 

바닷길이 곧 국제 정세의 길

오늘날 홍해는 더 이상 성경 속 이야기나 종교적 상징에 머물지 않는다. 이곳은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해상 물류의 관문인 수에즈 운하로부터 시작해, 중동의 석유가 지나가는 바브엘만데브 해협까지 이어지는 전략적 바닷길이다.

 

지정학적으로 민감한 위치에 놓인 만큼 인접한 국가들 사이에서는 해상 영유권을 둘러싼 긴장과 해적 대응, 군사 기지 확보 경쟁이 끊이지 않는다. 국제 무역과 에너지 흐름, 군사 전략이 복잡하게 얽힌 이 바다는 지도 위의 경계선보다 훨씬 더 큰 의미를 가진다.

 

생태계의 숨결이 살아 있는 바다

홍해는 높은 염도와 따뜻한 수온 덕분에 다른 해역과는 다른 독특한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산호초가 잘 발달되어 있으며, 다이빙 명소로도 유명하다.

 

1,200종 이상의 어류가 서식하며, 이 중 약 10%는 이 바다에만 존재하는 고유종이다. 해양 포유류, 바다거북, 해조류 등 다양한 생물도 서식한다.

 

이러한 환경은 관광자원으로도 매력적이지만, 동시에 보호해야 할 생태적 자산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기후 변화와 무분별한 개발로 인한 생태계 훼손도 우려되고 있다.

 

마무리하며

홍해는 단지 바다 한가운데 있는 물길이 아니다. 이 바다 위에는 신화, 무역, 신앙, 전쟁, 생명이 겹겹이 쌓여 있다. 모세가 바다를 갈랐다는 이야기에서부터 오늘날 석유 수송선이 지나가는 바닷길까지 ᅳ 홍해는 늘 인류의 관심이 집중되어 온 역사적 요충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