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식물 이야기

비둘기는 왜 걸을 때 머리를 앞뒤로 까딱일까?

Egaldudu 2025. 8. 27. 05:17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

 

도심을 걷다 보면 가장 많이 눈에 띄는 새가 바로 비둘기다. 대개는 무심코 지나치지만, 그래도 머리를 앞 뒤로 까딱이며(Head-Bobbing) 걷는 모습은 볼 때마다 신기하다. 옛날 어떤 연예인이 춤추며 그걸 흉내내어 목을 까딱일 때도, 아 저게 가능하구나 하며 재밌어했던 기억이 있다.

 

예전에 사람들은 이런 비둘기 걸음을 두고, 머리와 발이 마치 기계 부품처럼 연결된 것이라고 여겼다. 발을 내디딜 때마다 머리가 당겨져 따라 움직이는, 일종의크랭크 장치같은 구조라고 생각했다. , 비둘기 머리의 움직임은 다른 기관과 분리된 자유로운 동작이 아니라 걸음걸이에 연동된 부수적 움직임이라는, 나름 그럴듯한 해석이었다.

 

하지만 오늘날 과학은 이 행동을 전혀 다르게 설명한다. 새들은 먹이를 찾고 포식자를 피할 때 시각에 크게 의존한다. 이 가운데 인간과 달리 눈만으로는 시야를 안정시키기 어려운 일부 새들은 몸과 머리를 따로 조절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특히 땅에서 활동을 많이 하는 비둘기, 두루미, 왜가리 등이 대표적이다. 반면 매나 제비처럼 주로 공중에서 생활하는 종들은 눈의 빠른 움직임이나 다른 방식의 시각 안정화에 더 의존한다.

 

비둘기의 걸음에서 보이는 머리 까딱임은 사실 머리 안정화(head stabilization) 과정이다. 머리를 앞으로 내민 뒤 잠시 고정하는 정지 단계에서 선명한 시야가 확보되고, 이어서 머리를 빠르게 앞으로 옮기는 추진 단계가 뒤따른다. 이 두 단계를 반복함으로써 흔들리는 상황에서도 또렷한 시각을 유지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말해, 비둘기가 머리를 앞뒤로 까딱이는 것은 걸음과 연동된 단순한 움직임이 아니라, 시각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정교한 전략이다. 먹이를 찾고, 포식자를 피하며, 생존을 이어가기 위해 진화한 의미 있는 결과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