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식물 이야기

자연 갈변의 화학

Egaldudu 2025. 8. 27. 20:38

우리가 흔히 보는 갈변 현상은 단순한 변색이 아니라, 생물 속 화학 반응의 결과다. 불을 가하거나 조리하지 않아도 과일, , , 곡물 등에서 갈색이 되는 과정은 모두 산화(oxidation)를 핵심으로 한다.

 

1. 과일과 채소의 갈변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

 

사과, 바나나, 감자, , 가지는 잘라 두면 금세 갈색으로 변한다. 그 이유는 세포 속 폴리페놀 산화효소(PPO, polyphenol oxidase) 때문이다. 이 효소는 공기 중의 산소(O₂)와 반응하여 폴리페놀(: 탄닌, 클로로겐산)을 오-퀴논(o-quinone)으로 산화시킨다. -퀴논은 불안정한 중간체로, 서로 결합하거나 다른 분자와 반응해 멜라닌 유사 색소인 멜라노이드 색소(melanoid pigments)를 형성한다. 이 색소가 과육의 갈색을 만든다.

 

사과 품종에 따라 PPO 함량이 달라 갈변 속도에 차이가 난다. 바나나는 식물에서 호르몬처럼 작용하는 에틸렌에 의해 숙성이 촉진되어 갈변이 더 빨리 진행된다.

 

2. 잎의 갈변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

 

가을이 되면 잎이 붉고 노랗게 물들다가 결국 갈색으로 바뀐다. 이는 엽록소가 분해된 후 남아 있는 페놀류와 탄닌이 산화되기 때문이다. 잎이 말라가면서 세포 내 효소가 여전히 작동해 갈색 색소가 만들어지고, 잎 전체가 어두워진다따라서 갈색 낙엽은 단순히 색이 빠진 게 아니라, 산화 반응의 최종 단계라 할 수 있다.

 

3. 차의 산화

과일차, 홍차, 녹차 — 갈변의 정도에 따라 색이 달라진다

 

찻잎 속에는 카테킨(폴리페놀)이 풍부하다. 이를 산소에 노출시키면 PPO가 작용해 카테킨이 산화되고, 그 결과 테아플라빈(theaflavin)과 테아루비긴(thearubigin)이라는 갈색 색소가 생성된다.

 

녹차는 고온 가열을 통해 산화를 억제하여 푸른빛을 유지한다. 반면 홍차와 우롱차는 자연 갈변 과정을 거치면서 갈색과 붉은빛, 그리고 깊은 풍미를 갖게 된다.

 

4. 곡물과 씨앗의 저장 중 갈변

, 보리, 콩 같은 곡물은 저장 중에 색이 변하기도 한다. 저장 환경에서 효소와 산소가 작용해 성분이 산화되면 곡물 표면이 점차 갈색을 띠게 된다. 이는 단순한 외관 문제를 넘어, 품질과 영양 성분(비타민 C )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어 식품 저장학에서 중요한 연구 주제가 된다.

 

마무리하며

자연 갈변은 단순한 색 변화가 아니다. 효소, 산소, 그리고 폴리페놀이 만나 일어나는 화학 반응으로, 식품의 품질과 색, 풍미를 결정짓는 중요한 과정이다. 사과의 갈색 단면이나 홍차의 깊은 색처럼, 갈변은 우리가 일상에서 경험하는 다양한 식품 특성을 형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