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용어들

리처드 세일러의 심리회계(Mental Accounting)

Egaldudu 2025. 10. 2. 17:09

이미지 출처: 픽샤베이

1. 우리는 돈을 합리적으로 다룰까?

전통적인 경제학은 인간이 항상 합리적인 존재라고 가정한다. 이익과 손해를 계산하고, 가장 이성적인 선택을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행동경제학자 리처드 세일러(Richard Thaler)는 다른 관점을 제시했다.

 

그에 따르면, 인간은 돈을 하나의 통합된 가치로 보지 않는다. 대신 출처와 용도에 따라 마음속에서 따로 관리한다. 이것이 바로 심리회계(Mental Accounting) 개념이다.

 

2. 심리적 통장, 마음속의 장부

심리회계란, 사람이 실제 장부 대신 마음속 장부, 즉 심리적 장부를 운영한다는 개념이다. 예를 들어, 월급은 ‘노력의 대가’로 느껴져 아껴 쓰고, 복권 당첨금은 ‘공돈’처럼 여겨 쉽게 소비한다. 이처럼 돈은 출처에 따라 심리적으로 다르게 인식되며, 그에 따라 소비 형태도 달라진다.

3. 일상 속의 심리회계

심리회계는 일상 곳곳에서 드러난다. ‘식비’, ‘여행비’, ‘취미비처럼 예산을 항목별로 나누어 관리할 때, 한 항목이 남아도 다른 항목으로 옮겨 쓰는 일은 드물다. 머릿속에서는 이미 칸막이가 쳐져 있기 때문이다.

 

투자에서도 마찬가지다. 손실이 난 종목은 쉽게 정리하지 못하고언젠가 오를 거야라며 그대로 둔다. 이처럼 사람들은 전체 재정이 아닌, 개별 계좌의 성적표에 집중한다. 결국 전체 손익을 객관적으로 보지 못하게 된다.

 

4. 돈은 냄새 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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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일러는 인간이 돈을 다룰 때, 이성적 계산보다 감정과 인식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다고 보았다. 우리는 돈의 출처와 용도에 따라 다르게 행동하며, 그 차이를 스스로 합리적이라 여긴다. 하지만 돈은 본질적으로 하나의 가치만을 지닌다.

 

로마 황제 베스파시아누스(Vespasian)는 돈은 냄새 나지 않는다(Pecunia non olet)고 말했다. 소변세 일화에서 유래한 이 표현은 돈은 그 출처와 상관없이 동일한 가치를 지닌다는 뜻이다. 우리가 이 사실을 잊는 순간, 심리적 착각이 시작된다.

 

5. 정책과 금융에 주는 시사점

심리회계 개념은 개인의 소비 습관을 넘어, 정책 설계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세일러는 정책이 효과적이려면 인간의 심리적 장부를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예를 들어,

  • 세금 환급을보너스처럼 느끼게 설계하면 소비가 늘고,
  • 세금 납부를손실로 인식하게 하면 반발심이 커진다.

따라서 좋은 정책은 인간의 마음속 회계를 고려해 설계되어야 한다.

 

6. 현명한 재정 관리의 시작

공돈이 생겼으니 한턱 쏘자”, “월급은 생활비, 보너스는 여행비라는 말 속에는 이미 심리회계의 흔적이 숨어 있다돈의 출처나 이름이 달라도 가치가 바뀌지 않는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심리회계를 자각하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돈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

 

세일러의 통찰은 단순한 이론이 아니다. 그는 인간이 완벽히 합리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그 비합리성을 이해한 정책과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7. 마무리

심리회계는 거울과 같다. 우리가 돈을 어떻게 인식하고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를 비춘다. 진정한 재정 관리란 숫자를 아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속 회계를 이해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