깃털과 솜털로 된 외피만으로는 악천후와 낮은 기온을 완전히 막기 어려울 때가 많다. 그래서 하늘의 주인인 새들은 혹독한 겨울을 버티기 위해 생리적·행동적 전략을 함께 활용한다.
참새처럼 몸을 맞대기
겨울철 참새들은 눈과 추위를 피하기 위해 서로 몸을 맞대고 무리를 이룬다. 이러한 군집 보온(huddling)은 작은 새들에게 특히 유리하다. 여러 개체가 서로 밀착하면 열이 집단 내에 머무르고, 개체당 에너지 소모가 크게 줄어든다. 실제로 박새나 멧새 같은 종들이 둥지 안에 겹겹이 포개져 자는 모습이 자주 관찰된다.
빠른 신진대사와 체열 유지
새들은 인간보다 훨씬 빠른 신진대사를 가지고 있어, 체온을 항상 일정하게 유지해야 한다. 평균 체온은 약 40°C 내외로 포유류보다도 높으며, 이 높은 체온은 비행 근육을 효율적으로 작동시키는 데 필수적이다.
하지만 빠른 대사는 곧 열 손실 위험도 크다는 뜻이다. 특히 작은 새일수록 표면적 대비 체적 비율(SA/V ratio)이 커서, 내부에서 만들어진 열이 쉽게 빠져나간다. 이 때문에 소형 조류일수록 더 적극적인 단열 전략이 필요하다.
둥글게 말기와 깃털 부풀리기
작은 종일수록 몸을 둥글게 말아 차가운 공기와의 접촉 면적을 줄인다. 또한 깃털을 부풀려 공기를 가두면, 마치 패딩 속 충전재처럼 공기층이 단열재 역할을 한다. 이때 깃털 사이에 머무는 얇은 공기층이 외부의 찬 공기를 막고, 내부 열을 유지해 준다. 그래서 추운 날에는 새들이 평소보다 더 ‘둥글둥글하고 풍성해 보이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은신처와 안전한 잠자리
또 다른 전략은 환경 선택이다. 새들은 밤이 되면 나무 틈, 바위 틈, 혹은 사람이 만든 둥지 상자처럼 바람을 막을 수 있는 장소로 들어가 몸을 숨긴다. 산지에서는 바위벽 틈이나 동굴, 도심에서는 건물의 처마나 통풍구 같은 곳이 좋은 피난처가 된다. 이런 장소는 바람의 영향을 최소화하고, 공기 흐름을 차단하여 미세한 온도 차이만으로도 생존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부분적 동면 상태, 토르포(torpor)
일부 새들은 혹한의 밤을 견디기 위해 토르포(torpor)라는 일시적 휴면 상태에 들어간다. 이 상태에서 체온은 평소보다 10~15°C 낮아지고, 심박수와 호흡수도 현저히 줄어든다. 덕분에 에너지 소비는 70~90%까지 감소한다.
벌새처럼 작은 종은 밤마다 토르포에 들어가며, 박새나 멧새류도 혹독한 날씨에 이런 전략을 활용한다. 단, 완전한 동면(hibernation)과 달리 단기적이며 유연하게 해제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체구에 따른 차이
큰 새들은 상대적으로 열 손실이 적다. 예를 들어 부엉이나 올빼미 같은 중·대형 조류는 두꺼운 깃털층과 넓은 몸집 덕분에 긴 겨울밤에도 비교적 안정된 체온을 유지한다. 반면 작은 참새류나 벌새류는 지속적인 먹이 섭취 없이는 체온을 유지하기 어려워, 낮 동안에도 틈틈이 에너지를 보충해야 한다.
결국, 생존의 열쇠는 ‘에너지’
새들이 추위를 견디는 능력은 곧 에너지 관리 능력과 직결된다. 보온 자세, 무리 짓기, 은신처 선택, 그리고 토르포 등은 모두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하면서 에너지 낭비를 최소화하는 전략이다. 겨울을 나는 새들에게 이 모든 적응은 단순한 습성이 아니라 생존 그 자체다.
'동식물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바다수달(sea otter)은 왜 서로의 손을 잡을까? (0) | 2025.10.04 |
---|---|
꽃 없이도 번성하는 식물, 고사리 (0) | 2025.09.30 |
고양이는 단맛을 느낄까? (2) | 2025.09.28 |
쑥, 한국의 향과 생명력을 품은 허브 (0) | 2025.09.28 |
벌의 윙윙거림, 날개가 아닌 가슴이 내는 소리 (0) | 2025.09.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