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용어들 124

데자뷰와 자메뷰 – 낯설고도 익숙한 기억의 착각

일상에서 가끔 설명하기 어려운 감각을 느낄 때가 있다. 처음 보는 풍경인데 어딘가 익숙하게 느껴지거나 반대로, 매일 쓰던 단어가 갑자기 낯설게 다가오기도 한다. 이렇게 기억과 현실이 엇갈리는 순간을 설명해주는 용어들이 있다. 바로 ‘데자뷰’와 ‘자메뷰’다. 이미 본 것 같은 느낌, 데자뷰 (Déjà vu, 기시감)이 단어는 프랑스어로 ‘이미 본’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실제로는 처음 겪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이전에 똑같이 경험한 적이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심리적 착각을 가리킨다.전 세계 인구의 약 70%가 한 번쯤은 이 현상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한다. 예컨대 처음 가보는 장소가 이상하게 익숙하게 느껴지거나, 처음 듣는 말인데도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그런 경우다. 이 착각에 대한..

디스인플레이션: 물가는 오르는데 왜 ‘안정’이라고 할까?

디스인플레이션, 낯설지만 중요한 경제 용어디스인플레이션(Disinflation)은 우리에게 다소 생소하지만 최근 경제뉴스에서 자주 등장하는 용어다. 이는 물가가 계속 오르지만 그 상승속도가 둔화되는 현상을 말한다. 쉽게 말해, 작년에 비해 물가가 덜 오르고 있다는 뜻이다.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 그리고 디스인플레이션 ● 인플레이션(Inflation): 물가가 전반적으로 계속 오르는 상태. ● 디플레이션(Deflation): 물가가 전반적으로 하락하는 상태. ● 디스인플레이션(Disinflation): 물가는 여전히 오르지만 상승률이 점점 낮아지는 상태 예를 들어, 2023년에 물가가 5% 올랐고, 2024년에 3% 올랐다면, 이는 디스인플레이션이다. 물가가 오르는 추세는 유지되지만 속도가 줄어들었..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의료 현장을 디지털로 복제하다

목차1. 디지털 트윈, 현실을 재현하는 기술의 진화 2. 의료분야에서 빠르게 확산된 이유 3. 다른 산업 분야에서도 확산 중인 디지털 트윈 4. 디지털 트윈의 미래 디지털 트윈, 현실을 재현하는 기술의 진화디지털 트윈(Digital Twin)은 현실세계의 사물이나 시스템, 그리고 사람의 신체까지도 디지털 환경에 정밀하게 복제하여 실시간으로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다양한 상황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도록 해주는 기술이다. 단순한 3D 모델링을 넘어, 실제 데이터를 바탕으로 변화하는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다는 점에서 한층 발전된 형태라 할 수 있다. 이 기술은 처음에 제조업과 항공우주 산업에서 설비의 고장 예측이나 운영 효율성 개선을 목적으로 개발되었지만 최근에는 의료 분야로 빠르게 확산되며 주목받고 있다. 의료분..

순한맛 콘텐츠, 디지털 시대의 생존 전략

피로한 시대, 자극을 거부하다자극적인 콘텐츠가 넘쳐나는 시대다. 누군가는 더 세게, 더 강하게 말하며 관심을 끌려 하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그 모든 자극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 한다. 순한맛 콘텐츠는 이런 시대적 흐름 속에서 등장했다. 처음엔 단순히 부드럽고 편안한 콘텐츠로 보였지만, 그 안에는 복잡한 생존전략이 숨어 있다. 누군가에게는 힐링이고, 또 누군가에게는 철저히 계산된 선택이다. 순한맛, 감정의 피난처이자 전략순한맛 콘텐츠는 자극을 피한다. 논란이 될 만한 주제를 건드리지 않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내용만을 다룬다. 귀여운 동물, 잔잔한 자연, 따뜻한 일상. 이런 콘텐츠는 편안함을 주지만 그 본질은 갈등을 피하고, 위험을 최소화하려는 전략에 가깝다. 과도한 자극과 갈등으로 피로해진 대중..

휴리스틱(heuristic), ‘발견적 방법’이라는 사고의 지름길

우리는 왜 복잡한 문제를 단순하게 풀고 싶어할까사람은 누구나 선택 앞에 선다. 매일같이 크고 작은 결정을 반복하고, 그 결정들이 모여 삶의 방향을 만든다. 그런데 이 모든 결정을 하나하나 깊이 따져보며 내릴 수 있을까? 대부분의 경우 우리는 그럴 수 없다. 시간은 늘 부족하고, 우리의 인지 능력에도 분명한 한계가 있다. 결국 인간은 복잡한 문제를 더 단순하게, 그리고 더 빠르게 풀기 위한 방법을 찾는다. 이때 등장하는 개념이 바로 휴리스틱(heuristic), 우리말로는 발견적 방법이라 불리는 것이다. 생각의 두 얼굴, 시스템 1과 시스템 2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은 인간의 사고방식을 두 가지 체계로 나누어 설명했다. 하나는 빠르고 자동적인 사고, 즉 ‘시스템 1’, 다른 하..

정상성 편향(Normalcy Bias), 재난 속에서도 평온을 찾으려는 마음

위기 앞에서 멈추는 심리우리는 재난을 맞닥뜨렸을 때 본능적으로 도망칠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실제 상황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아무 일도 없다는 듯 가만히 자리에 앉아 있다. 이것은 단순한 공포반응이 아니다. 바로 정상성 편향(Normalcy Bias)이라는 심리 때문이다. 정상성 편향은 재난상황 속에서도 모든 것이 평소처럼 흘러가리라는 믿음이다. 사람들은 눈앞의 위협을 제대로 인식하기보다, 익숙한 일상의 틀 안에서 해석하려 한다. 익숙함 속에 머문 사람들정상성 편향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는 여러 재난 속에서 드러난 구체적 사례를 보면 명확해진다.—● 1999년 미국 오클라호마에서는 초대형 토네이도가 경고와 함께 다가오고 있었다. 시속 500킬로미터에 달하는 강풍, 그리고 13분 전 발..

디지털화의 문제점: 에너지 소비, 빅테크 독점, 그리고 대안

목차1. 끝나지 않은 디지털 혁명 2. 데이터의 그림자: 서버가 삼켜버린 전기 3. 사이버스페이스의 제국: 소수의 손에 쥐어진 인터넷 4. 디지털화의 신화: 누구를 위한 혁신인가 5. 사람을 위한 인터넷: 대안은 가능한가 6. 미래는 누구의 것인가 1. 끝나지 않은 디지털 혁명우리는 디지털화의 시대에 살고 있다. 스마트폰, 클라우드, 인공지능, 메타버스. 이름만 들어도 기술의 첨단을 달리는 듯하다. 그러나 하루는 여전히 24시간이고, 인간은 여전히 먹고살기 위해 일하며, 잠시 숨 고를 틈을 찾는다. 지난 30년간 디지털 기술이 쏟아져 나왔지만 우리의 삶은 과연 얼마나 근본적으로 바뀌었는가? 인간은 여전히 도구를 사용한다. 다만 이제는 이 도구들이 디지털이라는 이름을 달고 우리의 행동 하나하나를 기록하고..

세이의 법칙: 공급이 수요를 만든다. 과연 그럴까?

목차1. 세이의 법칙이란 무엇인가? 2. 세이의 법칙을 반박한 케인스 경제학 3. 현대 시장에서 공급과 수요의 복잡한 관계 4. 공급만으로는 부족하다 세이의 법칙이란 무엇인가?세이의 법칙(Say’s Law)은 19세기 초 프랑스 경제학자 장 바티스트 세이(Jean-Baptiste Say)가 주장한 고전경제학의 핵심 이론이다. 그 내용은 간단하다. “모든 공급은 스스로 수요를 창조한다.” 이 법칙에 따르면, 생산자가 재화나 서비스를 공급하면 그 과정에서 발생한 소득이 다른 재화나 서비스에 대한 수요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즉, 시장에서는 생산과 소비가 자연스럽게 균형을 이루며 순환한다는 전제이다. 세이의 법칙은 자유시장 경제의 기본 전제로 자리 잡았고, 정부의 개입 없이도 시장은 스스로 조절된다는 고전파..

바다소금 속 미세한 진실: 미세플라스틱의 실체

서론해염(바다소금)은 천연, 건강, 프리미엄이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다. 하지만 최근 여러 연구에서 해염이 더 이상 순수하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미세플라스틱 오염이 그 이유다. 소금에서 검출된 미세플라스틱2020년 독일의 한 연구에 따르면 당시 독일 매장에서 판매되던 해염 15종 모두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제품에서는 1kg당 550개에서 681개의 미세플라스틱 입자가 포함되어 있었고, 프리미엄 소금으로 알려진 ‘Fleur de Sel’에서는 최대 1800마이크로그램에 달하는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되었다. 검출된 미세플라스틱의 대부분은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PET) 계열이었다. 이는 흔히 페트병이나 식품 포장재에 사용되는 플라스틱으로 환경 중에서 분해되어 미세플라스..

헤지펀드(hedge fund), 돈을 움직이는 특별한 방식

목차1. 항상 대비하라, 그리고 수익을 노려라2. 일반 펀드와는 전혀 다른 접근법 3. 레버리지를 활용한 고수익, 고위험 전략 4. 시장을 읽고 대응하는 매크로 전략 5. 사건 중심의 이벤트 드리븐 전략 6. 위험 속에서 기회를 설계하다 7. 그러나 평판은 좋지 않다 1. 항상 대비하라, 그리고 수익을 노려라"Prophesy as much as you like, but always hedge."‒ Oliver Wendell Holmes, 1861 ‒ 이 말은 미국의 저명한 의사이자 시인이었던 올리버 웬델 홈즈가 남긴 것이다. 예언은 마음껏 해도 좋지만, 언제나 대비는 하라는 뜻이다. 여기서 쓰인 'hedge'는 본래 위험을 줄이기 위한 대비책을 의미한다. 바로 이 단어에서 헤지펀드(hedge fu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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