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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리스틱(heuristic), ‘발견적 방법’이라는 사고의 지름길

Egaldudu 2025. 4. 27. 14:28

휴리스틱, ‘발견적 방법’이라는 사고의 지름길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

 

우리는 왜 복잡한 문제를 단순하게 풀고 싶어할까

사람은 누구나 선택 앞에 선다. 매일같이 크고 작은 결정을 반복하고, 그 결정들이 모여 삶의 방향을 만든다. 그런데 이 모든 결정을 하나하나 깊이 따져보며 내릴 수 있을까? 대부분의 경우 우리는 그럴 수 없다. 시간은 늘 부족하고, 우리의 인지 능력에도 분명한 한계가 있다. 결국 인간은 복잡한 문제를 더 단순하게, 그리고 더 빠르게 풀기 위한 방법을 찾는다. 이때 등장하는 개념이 바로 휴리스틱(heuristic), 우리말로는 발견적 방법이라 불리는 것이다.

 

생각의 두 얼굴, 시스템 1과 시스템 2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은 인간의 사고방식을 두 가지 체계로 나누어 설명했다. 하나는 빠르고 자동적인 사고, 시스템 1’, 다른 하나는 느리고 논리적인 사고인 시스템 2’이다. 우리가 무언가를 깊이 고민하지 않고 즉각적으로 반응할 때 이것은 대부분 시스템 1의 작용이다. 이 시스템은 에너지를 적게 쓰고 빠르게 결론을 내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만큼 오류에 취약하다.

 

휴리스틱은 바로 이 시스템 1의 핵심 도구다. 복잡한 상황에서 모든 정보를 종합하고 분석하는 대신 경험이나 직관을 바탕으로 빠르게 결정을 내리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깔끔한 정장을 입고 조리 있게 말한다면 우리는 그 사람을 신뢰할 만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이 판단은 논리적인 근거보다는 과거의 경험에 의한 빠른 추론, 즉 휴리스틱에 기반한 것이다.

 

발견적 방법의 이면, 빠름과 오류

발견적 방법으로서의 휴리스틱은 인간의 생존전략이었다. 수렵채집 시대의 인간은 위험 앞에서 빠르게 판단해야 했고, 그 판단은 생사의 문제였다. 이러한 사고방식은 현대까지도 이어져, 우리는 여전히 복잡한 상황에서 빠른 결정을 선호한다.

 

하지만 이 방식에는 위험이 따른다. 카너먼은 인간이 이러한 빠른 판단에 의존할 때 인지적 편향(cognitive bias)이라는 함정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한다. 최근에 들은 뉴스만으로 사건의 전모를 판단하거나, 특정한 고정관념에 따라 사람을 평가하는 경우가 그렇다. 우리는 종종 스스로 생각한다고 믿지만 실상은 반사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경우가 많다.

 

휴리스틱의 대표적 형태

휴리스틱에는 여러 형태가 있다.

 

가용성 휴리스틱(availability heuristic)은 기억에 쉽게 떠오르는 정보에 의존해 판단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비행기 사고 뉴스가 자주 보도되면, 우리는 비행기를 더 위험하게 느끼게 된다.

 

대표성 휴리스틱(representativeness heuristic)은 어떤 대상이 우리가 그것에 대해 가지고 있는 전형적인 이미지와 얼마나 닮았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누군가 조용하고 책을 좋아한다면 우리는 그 사람이 사서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휴리스틱적 판단은 빠르고 효율적이지만 때로는 사실과 어긋난 결론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리고 바로 그 지점에서 카너먼은 인간의 비합리성을 지적한다.

 

인간의 한계, 그리고 선택의 가능성

카너먼은 인간이 언제나 합리적으로 사고한다고 믿었던 기존 경제학 이론에 반기를 들었다. 그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더 자주, 그리고 더 무의식적으로 비합리적 선택을 한다고 주장했다. 그 선택은 대부분 휴리스틱에 의한 빠른 사고에서 비롯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카너먼은 모든 사고를 시스템 2로 전환하라는 말은 하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가 이러한 사고방식의 한계를 자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필요할 때는 속도를 늦추고 한 번 더 생각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시작은 자신의 생각을 의심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1. Daniel Kahneman, Thinking, Fast and Slow, New York, 2011.

2. Daniel Kahneman, Paul Slovic, Amos Tversky (Eds.), Judgment Under Uncertainty: Heuristics and Biases, Cambridge, 19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