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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성 편향(Normalcy Bias), 재난 속에서도 평온을 찾으려는 마음

Egaldudu 2025. 4. 27. 10:31

 

임박한 무언가를 조용히 기다리는 사람들 (AI 생성 이미지)

 

위기 앞에서 멈추는 심리

우리는 재난을 맞닥뜨렸을 때 본능적으로 도망칠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실제 상황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아무 일도 없다는 듯 가만히 자리에 앉아 있다. 이것은 단순한 공포반응이 아니다. 바로 정상성 편향(Normalcy Bias)이라는 심리 때문이다.

 

정상성 편향은 재난상황 속에서도 모든 것이 평소처럼 흘러가리라는 믿음이다. 사람들은 눈앞의 위협을 제대로 인식하기보다, 익숙한 일상의 틀 안에서 해석하려 한다.

 

익숙함 속에 머문 사람들

정상성 편향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는 여러 재난 속에서 드러난 구체적 사례를 보면 명확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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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9년 미국 오클라호마에서는 초대형 토네이도가 경고와 함께 다가오고 있었다. 시속 500킬로미터에 달하는 강풍, 그리고 13분 전 발령된 재난경보.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대피하지 않았다. 그들은 그저 주변을 서성이며 이번에도 괜찮을 거라 믿었다. 결과적으로 수천 채의 집이 파괴되었고, 수십 명이 목숨을 잃었다. 그들은 공포에 질려 움직이지 못한 것이 아니라 그 순간조차도 평소와 다르지 않다고 여겼던 것이다.

 

— 1977년 스페인 테네리페 섬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두 대의 대형 항공기가 충돌했고, 충격과 함께 화염이 기체를 덮쳤다. 살아남은 일부 승객은 즉시 탈출했지만 많은 사람들은 좌석에 그대로 앉아 있었다. 한 생존자는 친구가 멍하니 손을 무릎 위에 얹은 채 움직이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정상성 편향은 그들에게도 작용했다. 그 순간조차도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이 더 자연스러웠던 것이다.

 

2001 9 11, 뉴욕 세계무역센터가 공격받았을 때도 사람들은 놀라울 정도로 차분했다. 사무실에서 짐을 챙기고, 컴퓨터를 끄고, 가족에게 전화를 걸었다. 급박하게 달리는 사람은 드물었고, 건물 내부는 오히려 평온했다. 그들은 재난을 인식하기보다 평소의 습관을 반복하며 상황을 받아들이려 했다.

 

이처럼 정상성 편향은 위기의 순간에도 사람들을 평소의 틀에 묶어둔다. 눈앞의 위험보다 익숙함이 주는 안도감이 더 크게 작용하는 것이다.

 

생존을 위한 인식의 변화

정상성 편향은 일상을 유지하려는 본능에서 비롯된다. 이는 불안을 잠재우기 위한 일종의 심리적 방어기제다. 하지만 위기상황에서는 이러한 방어기제가 치명적이 된다.

 

심리학자들은 말한다. 위기 속에서 약 75%의 사람들은 제대로 판단하지 못한다. 오히려 상황을 축소하고, 주변 사람들과 대화하며 현실을 부정한다. 결국 시간이 지나고서야 움직이지만 그때는 이미 늦다.

 

하지만 모두가 이렇게 반응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사람들은 재난 속에서도 빠르게 대응하고 생존한다. 이들은 미리 준비된 사람들이다. 위기를 가정하고 대비한 사람들은 행동이 빠르다. 이미 머릿속에서 수차례 상황을 시뮬레이션했고, 그 결과 당황하지 않는다.

 

어릴 적 화재를 경험했거나 재난 훈련을 받은 사람들, 혹은 위기대응에 관심을 갖고 대처법을 익혀둔 사람들은 정상성 편향의 늪에 빠지지 않는다. 그들은 고민하지 않는다. 이미 결정은 끝났고, 행동만 남았다.

 

평범함에 기대는 인간

기후변화나 경제위기처럼 서서히 다가오는 문제에서도 우리는 비슷하게 반응한다. "설마 그렇게까지 될까?"라는 생각은 정상성 편향의 다른 얼굴이다.

 

이러한 심리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위기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는 의식이 필요하다. 평소의 틀을 넘어, "이번은 뭔가 다른다"는 생각이 생존을 결정짓는다그리고 이 생각은 단지 순간적인 용기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반복적인 준비와 인식의 훈련에서 비롯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