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일상에 스며든 키워드
요즘 ‘워라벨’이라는 말은 일상 속에 깊이 스며들었다. 채용공고에 자주 등장하고, 직장인 커뮤니티에서도 빈번하게 언급된다. 누군가는 워라벨이 보장되는 회사를 선호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무너진 워라벨 때문에 퇴사를 고민한다.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이 단어는 단순한 유행어가 아니라 오늘날 노동과 삶을 바라보는 방식을 대변하는 키워드로 자리 잡고 있다.
2. 영국에서 시작된 개념
‘워라벨(Work–Life Balance)’이라는 용어는 1970년대 후반 영국에서 처음 쓰이기 시작해, 1980년대에 들어 사회적 담론으로 자리 잡았다. 당시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일과 가정 사이의 균형 문제가 주요한 사회적 의제로 떠올랐고, 이를 설명하는 개념으로 ‘일과 삶의 균형’이라는 표현이 사용되었다.
이후 이 용어는 성별에 관계없이 모든 근로자의 권리와 삶의 질을 아우르는 기준으로 확장되었고, 미국과 유럽을 거쳐 전 세계적으로 자리 잡았다.
한국에서는 Work–Life Balance를 줄여 ‘워라벨’이라는 말로 부르며, 일과 삶의 균형을 상징하는 대표 용어로 정착되었다.
3. 한국에서의 확산과 제도 변화
한국에서 워라벨이라는 단어가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중반 이후다. 장시간 노동, 과도한 야근, 주말 없는 업무 환경 등으로 인해 일과 삶의 불균형이 사회 문제로 떠올랐고, 여기에 MZ세대를 중심으로 한 가치관의 변화가 맞물리며 워라벨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제도적 변화도 뒤따랐다. 2018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된 주 52시간제, 시차 출퇴근제, 유연근무제, 재택근무제도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원격근무가 보편화되면서, 근무 방식에 대한 인식도 크게 바뀌었다.
4. 제도에서 문화로
기업들도 변화에 맞춰 대응하고 있다. ‘워라벨 보장’을 인재 유치의 중요한 조건으로 내세우는 곳이 늘고 있으며, 자율출퇴근제나 리프레시 휴가제 등 다양한 복지제도를 도입하는 기업도 늘었다. 다만 제도가 있다고 해서 모두가 워라벨을 체감하는 것은 아니다. 부서나 직무, 조직 문화에 따라 실질적 적용에는 여전히 차이가 존재한다.
오늘날 워라벨은 단순히 퇴근 시간을 앞당기는 문제를 넘어선다. 개인의 시간, 관계, 회복, 정체성까지 포함하는 삶의 구조 전체를 조율하는 기준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일과 삶을 완전히 분리하는 것이 아니라, 균형을 조율하고 충돌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의 전환이다. 누군가에게는 삶의 우선순위를 다시 세우는 일이 되고, 누군가에게는 일하는 방식을 점검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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