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식물 이야기

유니콘(unicorn 일각수)은 존재했었을까?

Egaldudu 2025. 3. 8.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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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유니콘 전설, 신화인가? 역사적 흔적인가?

유니콘은 단순한 신화적 존재가 아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유사한 전설이 전해지며, 그 기원은 오랜 역사 속에서 다양한 생물과 오해가 더해져 형성되었다.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유니콘 「흰 말과 같은 몸, 이마 한가운데의 나선형 뿔」은 중세 유럽에서 확립된 이미지지만, 이 개념이 정착하기까지는 수많은 이야기가 얽혀 있다.

 

1. 유니콘의 가장 오래된 흔적

유니콘과 비슷한 존재에 대한 최초의 기록은 4,700년 전 중국에서 발견된다. 이때 등장한 ‘기린(麒麟)’이라는 전설적 동물은 온순하며 신성한 존재로 여겨졌고, 황제가 나타날 징조로 간주되었다. 이는 후대의 유니콘 개념과 유사점을 가진다.

이후 유니콘은 중세 유럽에서 기독교적 해석과 결합되며 성스러운 존재로 변모했다. 특히 순결한 처녀 앞에서만 유니콘이 길들여진다는 이야기는 널리 퍼졌는데, 이는 순수함과 신성함의 상징으로 기능했다. 12세기경부터 제작된 유니콘 관련 삽화에서는 유니콘이 여성의 무릎에 머리를 기대거나 길들여지는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하지만 중세 유럽에서 유니콘은 단순한 신앙적 존재가 아니었다. 당시 사람들은 유니콘의 뿔이 해독제 역할을 하며, 각종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리고 실제로 유럽의 귀족과 왕실에서는 이 신비로운유니콘의 뿔을 매우 높은 가격에 거래했다. 하지만 이의 진짜 정체는 다름 아닌 외뿔고래(나르발, Narwal)의 엄니였다.

 

2. 외뿔고래, 바다에서 온 유니콘

외뿔고래는 북극해에 서식하는 고래의 일종으로, 수컷은 왼쪽 윗턱에서 길게 뻗은 엄니를 갖고 있다. 이 엄니는 나선형으로 꼬여 있으며, 길이는 최대 2.7미터에 이른다. 중세 유럽에선 이 엄니가 전설 속 유니콘의 뿔이라고 여겨졌고, 당시 무게의 열 배에 해당하는 금과 교환될 정도로 가치가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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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뿔고래의 엄니가 유럽으로 전해진 것은 1000년경, 바이킹이 그린란드를 탐험하면서부터로 추정된다. 이후 16세기까지도 사람들은 이 뿔이 해독제 역할을 하며 병을 치료하고, 심지어 독살을 막을 수 있다고 믿었다.

 

프랑스의 외과 의사 앙브루아즈 파레(Ambroise Paré, 1510~1590)는 이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나르발 엄니 가루를 독과 섞어 비둘기에게 먹였고, 비둘기가 결국 죽는 실험 결과를 보고 이 믿음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나 17세기까지도 유니콘의 뿔이 치유력을 갖고 있다는 믿음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3. 땅에서 발견된 유니콘의 뿔?

유니콘 전설은 또 다른 자연적 요소와 결합되었다. 과거 학자들은 멸종한 거대 포유류, 특히 선사 시대 코끼리나 매머드의 엄니 화석을 발견했을 때 이를 유니콘의 뿔로 오해하기도 했다. 당시 발견된 화석 중 일부는 유니콘의 머리에 붙어 있던 뿔이라는 가설이 붙었고, 사람들은 이를 Unicornu fossile이라 불렀다.

 

1638, 덴마크의 학자 올레 보름(Ole Worm)은 외뿔고래의 엄니를 연구하고, 이를 바다에서 온 유니콘이라는 의미로 Unicornu marinum이라 명명했다. 그는 중세 유럽의 유니콘 전설이 실은 자연 속 존재와 오해에서 비롯되었음을 밝힌 인물 중 한 명이었다.

 

4. 유니콘은 어떻게 판타지가 되었을까?

이제 유니콘은 신화 속 존재가 아니라, 완전히 환상의 생물로 자리 잡았다. 19세기 이후 과학적 연구가 발전하면서 유니콘의 존재를 믿는 사람은 사라졌지만, 동화와 판타지 문학에서 유니콘은 오히려 더욱 강력한 상징이 되었다.

 

예를 들어, 해리 포터 시리즈에서는 유니콘의 피가 마시는 사람(볼드모트)에게 강력한 생명력을 부여하지만, 대신 저주를 받는다는 설정이 등장한다. 이는 과거 사람들이 유니콘의 뿔을 신비로운 약재로 믿었던 것과 연결되는 요소다.

 

5. 맺음말

오늘날 유니콘은 단순한 전설이 아니라, 역사, 과학, 문화적 오해가 결합된 신화적 존재. 판타지의 영역에서 계속 사랑받고 있지만, 그 기원을 파고들면 우리가 살고 있는 실제 세계의 역사와도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 오늘날에도 스코틀랜드에서는 유니콘이 국가를 대표하는 상징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왕실 문장에도 등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