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용어들 107

레드오션, 블루오션, 퍼플오션: 시장을 색으로 읽다

기업은 언제나 경쟁 속에 놓인다. 어떤 곳은 이미 경쟁이 포화상태이고, 어떤 곳은 새로운 가능성으로 열려 있다. 그리고 또 어떤 곳은, 익숙한 시장에서 낯선 감각으로 차별화를 시도한다. 이런 시장의 상태와 전략을 색으로 표현한 것이 바로 레드오션(Red Ocean), 블루오션(Blue Ocean), 퍼플오션(Purple Ocean)이다. 1. 레드오션(Red Ocean): 포화된 시장레드오션은 이미 많은 기업들이 진입해 있는 시장을 말한다. 기술도, 제품도, 고객도 비교적 정형화되어 있고, 기업들은 서로를 의식하며 점유율 싸움을 벌인다. 소비자의 선택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더 낮은 가격, 더 많은 혜택, 더 큰 광고비가 필요하다. 이런 시장에서는 경쟁자가 곧 기준이 되며, 모든 전략이 상대방과의 비교를 전..

베블런 효과(Veblen Effect): 비싸야 팔리는 이유, 그리고 그 그림자

1. 비쌀수록 더 잘 팔리는 소비의 역설가격이 오르면 수요는 줄어든다. 이것이 경제학의 가장 기본적인 법칙 중 하나다. 하지만 이 법칙이 통하지 않는 상품들이 있다. 가격이 비쌀수록 오히려 더 잘 팔리는 상품, 비싸기 때문에 사는 소비자가 존재한다. 이를 경제학에서는 ‘베블런 효과(Veblen Effect)’라고 부른다. 베블런 효과는 단순한 고가소비가 아니라, 가격 자체가 구매 동기이자 사회적 신호가 되는 현상을 뜻한다. 제품이 가진 기능이나 품질보다는 그 제품을 소유했다는 사실 자체가 지위를 보여주는 수단이 되는 것이다. 고급 시계, 명품 패션, 슈퍼카, 희소한 한정판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2. ‘과시적 소비’에서 출발한 개념‘베블런 효과’라는 말은 미국의 경제학자 소스타인 베블런(Thorstein..

거버넌스(governance)란 무엇인가

거버넌스는 조직이나 사회가 어떻게 의사결정을 내리고, 권한과 책임을 배분하는지를 설명하는 구조적 개념이다. 의사결정의 구조, 권한의 흐름, 책임의 설계‘거버넌스(governance)’는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집단과 조직, 국가와 국제 질서에 숨어 있는 구조를 설명하는 개념이다. 이것은 단순한 운영방식이나 관리기술이 아니다. 누가 결정권을 가지는가, 그 결정은 누구에게 영향을 미치며, 결과에 대한 책임은 누구에게 귀결되는가 등, 이 모든 질문에 대한 체계적 대답이 바로 거버넌스다. 이 용어는 ‘정부(government)’와 종종 혼용되지만 정확히 구별해야 한다. 정부는 권력을 가진 주체를 가리키는 말인 반면 거버넌스는 그 권력이 행사되는 방식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정부는 ‘누가’이고, 거버넌스는 ‘어떻..

깨진 유리창 오류(broken window fallacy), 보이지 않는 손실

목차1. 보이는 것 뒤에 숨은 손실 2. 수리공이 번 돈, 양복점이 잃은 기회 3.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4. 전쟁, 재난, 파괴는 어떻게 포장되는가 5. 작은 사고에서 배우는 경제학 보이는 것 뒤에 숨은 손실"당신은 혹시, ‘자크 보놈’이라는 선량한 시민이 그의 말썽꾸러기 아들이 유리창을 깨뜨렸을 때 분노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는가? 만약 그 장면을 목격했다면 틀림없이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이렇게 위로하는 소리를 들었을 것이다. 「모든 불행은 어떤 이에게는 이익이 되지요. 이런 사고가 산업을 움직이게 합니다. 모두가 생계를 이어가야 하니까요. 만약 유리창이 절대 깨지지 않는다면 유리 수리공들은 어떻게 먹고살겠어요?」" 프레데릭 바스티아(Frédéric Bastiat)가 자신의 에세이 ..

아프기 위해 아픈 사람들, 뮌하우젠 증후군

대부분의 정신질환은 고통을 피하려는 방향으로 나타나지만 뮌하우젠 증후군은 그와는 대척점에 서 있다. 이런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은 아프지 않아도 스스로 병든 사람처럼 행동하거나, 실제로 자해를 하면서까지 병원을 찾아간다. 치료 과정 자체가 반복되고, 끊임없이 병력을 꾸며내며 이들은 환자로서의 역할에 몰두한다. 뮌하우젠 증후군(Munchausen syndrome): 명칭의 유래‘뮌하우젠 증후군’이라는 명칭은 독일 출신의 루돌프 라스페가 1785년에 영어로 쓴 속칭 『뮌하우젠 남작(Baron Munchausen)』이란 소설 속 동명의 주인공에서 유래한다. 허황된 거짓말을 늘어놓는 이 캐릭터는 18세기 독일 귀족 히로니무스 폰 뮌히하우젠(Hieronymus von Münchhausen)을 모델로, 그 위에..

공정무역(fair trade), 착한 소비를 넘어선 구조적 질문

공정무역은 개발도상국 생산자에게 정당한 대가를 보장하고, 환경과 노동조건을 함께 고려하는 국제 무역운동이다. 소비자와 생산자가 함께 빈곤 완화, 지속 가능한 생산, 사회적 책임에 참여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공정무역의 의미공정무역(fair trade)은 겉보기에 가난한 나라를 돕는 방식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 본질은 단순한 원조가 아니다. 이는 세계화의 한계를 드러내고, 보다 공정한 거래 관계를 모색하는 윤리적 실천이다. 그 시작은 1940~50년대 유럽과 미국의 종교단체, 시민단체가 개발도상국의 생산자에게 정당한 대가를 보장하고자 했던 운동이다. 이후 1988년, 네덜란드에서 ‘막스 하벨라르(Max Havelaar)’라는 이름의 공정무역 커피가 시장에 등장하며 국제 인증 체계가 본격화되었다. 이..

파레토 법칙: 80%를 설명하는 20%의 힘

경제학에서 출발한 통찰‘파레토 법칙(Pareto Principle)’은 사회와 경제에서 반복적으로 관찰되는 불균형의 패턴을 설명하는 개념이다. 1906년, 이탈리아의 경제학자 빌프레도 파레토(Vilfredo Pareto)는 이탈리아 국민 중 약 20%가 전체 토지의 80%를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표했다. 이 단순한 통계는 그 이후에도 다양한 영역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했으며, 단순한 경제 현상을 넘어 복잡한 구조 속에서 핵심 요인을 식별하는 틀로 자리 잡게 된다. 숫자가 아니라 구조를 보는 법칙이 법칙에서 말하는 ‘80대 20’이라는 비율은 어디까지나 상징적인 표현이다. 현실에서 정확히 80%와 20%의 비율이 적용되는 경우는 드물다. 어떤 상황에서는 70:30이 되기도 하고, 90:10이나 95:5처..

리플리 증후군: 거짓말이 정체성이 될 때

1. 영화에서 시작된 용어‘리플리’라는 캐릭터는 미국 작가 '퍼트리샤 하이스미스(Patricia Highsmith)'의 소설 『재능 있는 리플리 씨(The Talented Mr. Ripley, 1955)』에서 처음 등장한 인물이다. 이후 총 5부작으로 이어지는 ‘리플리 시리즈’의 주인공인 이 캐릭터는 타인의 삶을 도용하고 거짓된 정체성 속에서 살아가며, 자기기만을 일삼는 존재로 묘사된다. ‘리플리 증후군(Ripley Syndrome)’이라는 표현은 정신의학의 정식 용어는 아니다. 맷 데이먼이 주연한 1999년 영화 《재능 있는 미스터 리플리》 이후, 주인공 리플리의 행동 양식을 설명하기 위해 언론과 심리 담론에서 임의로 만들어진 용어로 보인다. 영화 속에서 주인공 리플리는 살인을 저지른 후, 자신이 동경..

기후 위기와 탄소 발자국, 그린 뉴딜, 에코 디자인

지구가 더워진다는 말은 더 이상 은유가 아니다. 기후변화는 각국의 정책과 산업 전략, 소비자의 생활방식까지 뒤흔들고 있다. 이 흐름을 이해하기 위해 여기서 몇 가지 주요 대응 전략을 살펴보자. 1. 탄소 발자국 (Carbon Footprint)탄소 발자국은 인간의 활동이 직·간접적으로 발생시키는 온실가스 배출 총량을 의미하며, 이를 이산화탄소(CO₂)로 환산해 수치화한다. 교통수단, 전기 사용, 식생활 등 일상의 거의 모든 것이 탄소 발자국을 남긴다. 이 개념은 기업의 ESG 보고서나 상품포장에 표시되기도 하며, 각국의 탄소중립 정책에서도 핵심 지표로 활용된다. 생활 속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실천이 바로 저탄소 라이프의 핵심이다. 2. 그린 뉴딜 (Green New Deal)그린 뉴딜은 환경과 경제를 ..

그린워싱(Greenwashing): 말뿐인 친환경의 진실

용어의 기원그린워싱(Greenwashing)은 1986년, 미국 환경운동가 제이 웨스터벨드(Jay Westerveld)의 비판에서 비롯되었다. 당시 한 호텔이 '환경 보호'를 이유로 수건 재사용 캠페인을 펼쳤지만 웨스터벨은 그 목적이 비용 절감에 있었음을 지적했다. 이후 '그린워싱'은 실제보다 친환경적인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기업의 위장전략을 의미하는 용어로 자리 잡았다. 눈속임의 방식그린워싱은 대개 광고 문구나 포장 디자인에서 드러난다. 예컨대 '자연 유래 성분'이나 '친환경 공정'이라는 문구가 붙어 있지만 실제로는 기준이 모호하거나 근거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 녹색 배경과 나뭇잎 모양의 라벨이 붙어 있다고 해서 그 제품이 환경에 이로운 것은 아니다. 제품의 일부분만 개선한 뒤, 마치 전반적으로 지속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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