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용어들 114

블랙 스완(black swan): 예측 불가능한 세계의 경고

인간은 세상을 이해하고 예측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지만, 사실 우리의 인식에는 근본적인 한계가 존재한다. 블랙 스완은 바로 이 한계에서 비롯된 개념이다. 즉,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영역, 기존의 데이터로 설명할 수 없는 사건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불확실성의 은유, 블랙 스완1697년 네덜란드 탐험가 윌리엄 드 블라밍(William de Vlamingh)이 호주 서부에서 블랙 스완을 발견했다. 이것은 당시 서구인들의 세계관 속에서는 불가능한 존재의 출현이었다. 이 발견은 이후 ‘불가능하다’고 믿었던 것이 실제로 존재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이후 블랙 스완은 예외적이고 극히 드문 사건의 은유가 되었다. 우리의 사고체계는 과거 경험과 반복된 패턴에 기반하여 작동한다. 그러나 블랙 스..

폰조 착시와 뮐러-라이어 착시로 보는 인간 지각의 한계

우리는 왜 눈에 보이는 것을 그대로 믿을 수 없을까? 눈은 사실을 보여주지 않는다. 우리는 종종 눈앞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본다고 생각하지만, 심리학과 시지각 연구는 그 생각이 얼마나 순진한지를 보여준다. 특히 폰조 착시(Ponzo illusion)와 뮐러-라이어 착시(Müller–Lyer illusion)는 인간의 지각이 얼마나 쉽게 오해와 왜곡에 빠질 수 있는지를 시각적으로 증명한다. 이 두 착시 현상은 단순한 시각 트릭을 넘어, 우리의 뇌가 어떻게 삼차원 세계의 경험을 이차원 이미지에 잘못 적용하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목차1. 멀리 있는 것이 더 크게 보인다: 폰조 착시 2. 같은 선, 다른 느낌: 뮐러-라이어 착시 3. 단순한 트릭 이상의 의미 4. 착시가 던지는 질문들 1...

적대적 M&A, 그 전술과 방어전략

공격하는 자와 지키는 자의 치밀한 두뇌 싸움1. 적대적 M&A란 무엇인가?기업 인수합병(M&A)은 일반적으로 두 회사 간의 합의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모든 인수가 우호적인 것만은 아니다. 상대 기업의 동의 없이 경영권을 빼앗기 위해 진행되는 인수 시도를 ‘적대적 M&A’라고 한다. 이런 경우 가장 흔히 사용되는 전략이 ‘공개매수(tender offer)’다. 이는 인수 대상 기업의 주식을 시장 가격보다 높은 금액에 사들이겠다는 의사를 공표해, 최대한 많은 지분을 빠르게 확보하는 방식이다. 특히 공개매수가 발표되면 주가가 급등하고, 단기간에 시장이 요동치게 된다. 이러한 기습적인 인수방식은 기업에게 큰 위협이 되며, 기업의 대응전략이 부족할 경우 단기간에 경영권을 상실할 수 있다. 2..

‘대세’를 따르는 심리, 밴드왜건 효과와 그 위험성

By Influx, CC BY-SA 4.0, wikimedia commons. "요즘 그거 안 하면 시대에 뒤처진 거야." "다들 하길래 나도 한번 해봤어."살면서 이런 말 한 번쯤 해보았거나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우리는 종종 이유 없이 ‘대세’를 따른다. 많은 사람이 한다는 이유만으로 무언가를 선택하기도 한다. 이런 심리를 ‘밴드왜건 효과’라고 부른다. 밴드왜건 효과란 무엇인가?밴드왜건 효과(Bandwagon Effect)는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이 하고 있기 때문에 자신도 어떤 행동이나 선택을 따라 하게 되는 심리현상이다. 자신의 판단이나 가치보다 집단의 행동이 우선시되는 것이 특징이다. 원래 이 용어는 1848년 미국 대선에서 유래했다. 당시 대통령 후보였던 재커리 테일러(Zachary Tay..

디레버리징(deleveraging): 경제 위기의 도미노

1. 빚으로 키운 자산 버블의 끝경기 호황기에는 빚을 내 자산을 사는 ‘레버리지 투자’가 흔한 전략이다. 자기 돈 1에 빌린 돈 9를 얹어 10의 자산을 사면 자산 가치가 오를 때 수익은 배가된다. 문제는 이 구조가 자산가격이 하락할 때 취약하다는 점이다. 가치가 조금만 떨어져도 손실은 자기 자본부터 깎인다. 이때 나타나는 현상이 바로 ‘디레버리징(deleveraging)’이다. 부채 비율을 줄이기 위해 자산을 팔고 현금을 확보하려는 시도가 일어난다. 2. 매도는 매도를 부른다디레버리징의 문제는 그 자체가 자산 가격을 더 끌어내린다는 데 있다. 금융기관이 자산을 급히 매도하면 가격은 하락하고, 그 하락이 다시 추가 매도를 유발하는 악순환이 시작된다. 이른바 ‘파이어 세일(fire sale)’ 현상이다...

페이스 테크(Face Tech), 얼굴로 열리는 새로운 세계

당신의 얼굴은 이제 단순한 신체의 일부가 아니다. 피부 상태를 분석하고, 메이크업을 추천하며, 결제까지 대신하는 디지털 열쇠가 되고 있다. 바로 지금, 전 세계는 ‘Face Tech(페이스 테크)’라는 새로운 기술 흐름 속으로 들어서고 있다. 얼굴이 곧 기술이 되는 시대‘페이스 테크’는 얼굴 인식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기술과 서비스를 말한다. 과거에는 보안 인증에만 쓰이던 얼굴 데이터가 이제는 소비, 건강, 놀이, 자기 표현 등 일상 전반을 바꾸고 있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 카메라만으로 피부상태를 진단하거나, 화장품 색상을 추천받고, 가상 메이크업을 실시간으로 체험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얼굴로 무인점포에 들어가거나, QR코드 없이 얼굴만으로 결제하는 세상도 멀지 않았다. K-뷰티, 얼굴을 읽다한국의..

시맨틱 웹(semantic web)이 열어가는 미래: 의미를 이해하는 웹의 혁신

By Arbeck, CC BY 4.0, wikimedia commons. 목차1. 기계가 의미를 이해한다면? 시맨틱 웹의 잠재력 2. 시맨틱 웹이란 무엇인가? 3. 시맨틱 웹이 가진 진짜 힘 4. 지금 우리가 사용 중인 시맨틱 웹 5. 미래의 가능성: 시맨틱 웹과 AI의 만남 6. 마무리하며: 의미를 아는 웹, 진짜 ‘스마트’한 웹 기계가 의미를 이해한다면? 시맨틱 웹의 잠재력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웹은 생각보다 ‘멍청’하다. 검색창에 "고양이에게 감기약 먹여도 될까?"라고 입력하면 웹은 단어만 쫓는다. ‘고양이’, ‘감기약’, ‘먹이다’ 같은 키워드를 연결해 보여줄 뿐, 질문의 의도나 맥락은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 하지만 만약 웹이 당신의 질문을 제대로 ‘이해’하고, 문장 속 의미를 파악해 가장 적절한..

유동성의 본질과 ‘유동성 함정’의 이해

1. 유동성의 경제적 의미와 중요성경제신문과 기업보고서에서 자주 등장하는 ‘유동성(liquidity)’은 한자로 ‘흐르고 움직이는 성질’을 뜻하지만, 경제학에서는 ‘자산을 현금으로 신속하고 손실 없이 전환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투자자나 경영자에게 유동성은 언제든지 필요할 때 자산을 현금화할 수 있는 능력으로, 기업의 재무건전성을 평가하는 중요한 지표다. 현금화가 원활하지 않으면 기업은 지급 불능 위험에 직면할 수 있어, 자본시장에서의 신뢰도 하락과 경영 위기로 연결된다. 2. 기업 유동성의 역할과 신용 경색 위험기업의 유동성은 현금 수요에 얼마나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척도다. 기업이 현금 부족 상황에 빠지면 금융기관과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조달하지 못해 경영 위기가 발생한다. ..

승자의 저주(The Winner's Curse): 입찰가가 손해를 부를 수 있는 이유

가장 높은 가격이 피해자가 되는 이유‘이걸 이렇게 비싸게 낙찰받은 게 맞는 걸까?’. 중요한 경매나 입찰에서 낙찰자는 종종 실제 가치보다 높은 금액을 제시해 손해를 보는 경우가 있다. 이 현상을 경제학에서는 '승자의 저주'라고 부른다. 참가자들은 제한된 정보를 바탕으로 물건이나 계약의 가치를 예측하고, 그에 맞는 가격을 제안한다. 예측이 빗나가면 낙찰자는 실제 가치보다 높은 최고가로 낙찰에 성공하지만, 정작 손해도 그만큼 크게 입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진다. 승자의 저주는 어디서 시작되었을까?이 현상은 1970년대, 석유와 가스산업의 입찰 사례를 분석하던 학자들에 의해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들은 기업들이 유전의 가치를 과대평가해 입찰가를 높게 책정한 뒤, 실제로는 손해를 보는 상황을 자주 마주하게 된다..

불평등을 그리다: 로렌츠 곡선의 원리와 활용

로렌츠 곡선(Lorenz Curve)로렌츠 곡선(Lorenz Curve)은 인구 내에서 소득이나 자산이 어떻게 분포되어 있는지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그래프이다. 이 곡선은 1905년 통계학자 맥스 오. 로렌츠(Max O. Lorenz)에 의해 고안되었으며, 경제적 불평등을 분석하는 중요한 도구로 활용된다. 로렌츠 곡선은 인구의 누적 백분율이 전체 소득 중 얼마만큼을 차지하는지를 나타내며, 이를 통해 경제적 격차의 정도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로렌츠 곡선의 축 이해하기By Pk0001-Own work, CC BY-SA 4.0, wikimedia commons. 로렌츠 곡선의 수평축은 인구의 누적 비율을 나타내고, 수직축은 소득이나 자산의 누적 비율을 나타낸다. 모든 사람이 동일한 소득을 가지는 완전한..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