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용어들

인지부조화(Cognitive Dissonance): 불편함과 타협하는 우리의 심리

Egaldudu 2025. 3. 21.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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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모순을 감지하는 순간

다이어트를 결심한 날, 치킨을 시킨다. 환경을 생각한다고 말하면서 일회용 컵을 사용하고, 시험공부를 하겠다고 앉아 유튜브를 튼다. 그럴 때마다 마음 어딘가가 불편해진다. 하지만 곧오늘만 그런 거지”, “스트레스가 너무 심했으니까같은 말로 자신을 설득하고 넘긴다. 이렇게 어딘가 어긋난 듯한 기분과, 그걸 덮기 위해 애쓰는 마음. 그게 바로 인지부조화(Cognitive Dissonance)의 시작이다.

 

2. 인간은 왜 일관성을 원할까?

이 개념은 1957년, 심리학자 레온 페스팅거(Leon Festinger)가 저서 A Theory of Cognitive Dissonance에서 제시했다. 그는 인간이 스스로를 일관된 존재로 믿고 싶어 하는 심리를 가졌다고 설명했다.

 

사람은 자신의 믿음, 태도, 행동이 서로 충돌할 때 심리적 긴장을 느끼며, 이를 해소하려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신념을 바꾸거나, 행동을 합리화하거나, 불편한 정보를 애써 무시하는 방식으로 그 균형을 되찾고자 한다. 때때로 기억까지 조정되기도 한다. 우리가 겪는 많은 자기합리화는, 사실 이런 심리적 메커니즘의 결과일지도 모른다.

 

3. 1달러 실험: 인지 부조화를 보여준 고전 실험

페스팅거는 1959년 칼스미스(James M. Carlsmith)와 함께 유명한 실험을 진행했다(Festinger & Carlsmith, 1959). 지루한 과제를 시킨 뒤, 그 과제가 재미있었다고 다른 사람에게 말하게 했다. 한 그룹은 1달러, 다른 그룹은 20달러를 받았다. 놀랍게도, 1달러를 받은 참가자들이 그 과제, 생각보다 재미있었어요라고 말할 가능성이 더 높았다. 왜 그랬을까?

 

거짓말을 할 이유가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에, 스스로의 기억이나 태도를 바꿈으로써 내면의 불편함을 줄이려 한 것이다. 보상이 충분한 경우에는돈 때문에 그랬다는 명확한 이유가 생기지만, 보상이 작을 때는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할 방법이 거의 없기 때문이었다.

 

4. 우리의 일상 속에서

이런 일은 실험실 바깥에서도 흔하게 일어난다. 친구에게휴대폰은 너무 많이 보면 안 좋아라고 말하면서 정작 본인은 침대에 누워 두 시간 넘게 SNS를 넘긴다. 재활용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하면서도 귀찮다는 이유로 분리수거를 건너뛰기도 한다.


그럴 때 마음 어딘가가 불편해지지만, “오늘은 피곤했으니까”, “한 번쯤은 괜찮겠지하는 생각으로 스스로를 설득하게 된다. 이런 작은 충돌들이 반복되다 보면, 우리는 어느새 자신에게 익숙한 방식으로 세상을 해석하게 된다.

 

5.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용기

인지부조화는 불편한 감정에서 시작된다. 하지만 그 불편함을 없애는 방식이 자신을 더 정직하게 만들 수도 있고, 반대로 자기기만에 익숙하게 만들 수도 있다. 어쩌면 그 차이는 "나는 왜 이렇게 느꼈을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질 수 있는가에 달려 있을지도 모른다. 세상은 늘 복잡하고, 마음은 자주 흔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