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밤중. 잘 자고 있는데 목이 마르다.
침대에서 일어나 조용히 방문을 연다. 부엌으로 향한다.
불은 키지 않는다. 불을 키면 잠이 확 달아날 것 같다.
"몇 년을 산 집인데…"
그래도 어둡긴 어둡다.
한 걸음, 두 걸음… 냉장고까지 가는 길은 뻔하다.
몇 걸음 가면 식탁이 있고,
살짝 방향을 틀면 냉장고 손잡이가 있다.
"아!..."
발가락이 무언가에 부딪힌다. 아프다.
그래도 불은 안 킨다.
한 손으로 아픈 발을 주물러가며 냉장고 문을 연다.
물을 한 모금 들이킨다. 시원하다.
이제 다시 방으로 돌아갈 타이밍
여전히 눈은 어둠에 서툴다. 아니, 더 어둡다.
불을 킬까?
한 걸음… 두 걸음… 뭔가 발에 밟힌다. 슬리퍼다.
근데 이게 왜 여기 있지 ?
불은 안 킨 채 무사히 방에 도착한다.
그리고 침대에 몸을 던지며 생각한다.
다음 번엔 불을 꼭 키자.
물론 그럴 리가 없다.
내일밤에도 그는 같은 행동을 반복할 것이고,
발가락은 또 아플 거다.
'사소한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억울한 동물들: 우리가 오해한 영어 속담 7가지 (2) | 2025.03.20 |
---|---|
개인의 기기, 집단의 사고: 스마트폰의 역설 (1) | 2025.03.20 |
배터리와 닮은 우리, 완전 방전은 위험해 (0) | 2025.03.17 |
내가 나를 피하는 다섯 가지 방법 (0) | 2025.03.07 |
단 것에 대한 단상 (0) | 2025.02.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