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식물 이야기

앵무새는 어떻게, 왜, 사람의 말을 흉내낼까?

Egaldudu 2025. 10. 17. 19:38

회색앵무(African Grey Parrot, Psittacus erithacus), (출처: 픽사베이)

앵무새는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그들은 놀랍도록 정확하게, 때로는 억양까지 흉내 낸다. 이 능력은 단순한 유희가 아니라, 조류의 생리 구조와 신경 회로가 맞물려 작동한 결과다.

 

1. 목소리의 비밀 ᅳ 시링크스

인간이 목의 후두(larynx)로 발성을 하듯 앵무새는 기관지의 아랫부분에 있는 시링크스(syrinx) 라는 기관을 사용한다. 시링크스는 근육이 정교하게 배열되어 있어, 공기의 흐름을 미세하게 조절하며 다양한 음을 만들어낸다. 특히, 양쪽 기관지를 독립적으로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두 개의 소리를 동시에 내거나, 사람의 말처럼 복잡한 소리의 조합을 만들어낼 수 있다.

 

이 때문에 앵무새는 입술이 없고 혀의 구조도 인간과 다르지만, 후두보다 훨씬 유연한 발성 기관으로 사람의 음성 높낮이와 리듬을 재현할 수 있는 것이다.

 

2. 소리를 배우는 새

앵무새의 흉내는 단순한 반복이 아니다. 새끼 앵무새는 성장 과정에서 주변의 소리를 듣고, 그것을 흉내 내며 교정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 학습 구조는 인간의 언어 습득 단계 ᅳ 듣기, 발음 시도, 피드백을 통한 수정 ᅳ 와 매우 비슷하다.

 

또한, 연구에 따르면 앵무새의 뇌에는 고등 발성 중추(high vocal center)가 존재하며, 이 부위는 인간의 브로카 영역(Broca’s area)과 기능적으로 유사하다. , 그들의 발성은 반사적인 행동이 아니라 인지적 학습 과정의 결과다.

 

3. ‘이해보다는연결

그렇다고 해서 앵무새가 단어의 의미를 이해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특정 소리와 상황을 연결하는 연합 학습(associative learning)을 통해 반응한다. 예를 들어, 주인이 방에 들어올 때마다안녕이라는 말을 들으면, 그 상황과 소리를 연관시켜 나중에는 스스로안녕이라고 말할 수 있게 된다.

 

이처럼 앵무새의말하기는 언어의 의미를 표현하기보다는, 상황을 인식하고 사회적 신호를 주고받는 방식에 가깝다.

 

4. 모방의 이유 ᅳ 사회적 소속감

앵무새는 매우 사회적인 동물이다. 무리 속에서는 서로 비슷한 울음소리를 내며 유대감을 유지한다. 따라서 인간과 함께 지내는 앵무새는 자신을인간 무리의 일원으로 인식하고, 사람의 말을 흉내 내며 그 소속감을 표현한다. , 말하기는 소통의 수단이 아니라 관계의 표시다.

 

5. 모방을 넘어선 지능

최근 연구에서는 일부 앵무새가단어의 의미를 제한적으로 이해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회색앵무(African Grey Parrot) ‘알렉스(Alex)’는 색, 형태, 개수 같은 개념을 구별하고 질문에 답하는 능력을 보였다. 이는 단순한 음성 모방을 넘어선 기초적 인지 언어 능력으로 평가된다.

 

6. 언어의 경계에서

앵무새의 발성은 인간 언어의 원시적 모델이라 할 수 있다. 의미는 없지만 소리를 통한 상호작용이 존재한다. 그들의 모방은 생존 전략이자 사회적 기술이며, 결국 언어의 본질 ᅳ 타인과 연결되려는 의지 ᅳ 을 닮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