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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슬 컬처(cancel culture): 정의인가, 디지털 사냥인가

“요즘 또 '누가' 캔슬당했대.”이제 ‘캔슬한다’는 말은 일상적인 농담처럼 쓰이지만, 누군가에겐 생계를 잃을 수 있는 말이다.단순한 비난을 넘어, 대중이 도덕적 기준에 따라 한 사람을 퇴출시키는 행동.우리는 지금 ‘캔슬 컬처(cancel culture)’라는 낯설지 않은 풍경 속에 살고 있다. 1. ‘캔슬’이라는 단어는 어디서 왔을까?‘캔슬’이라는 단어는 의외로 오래전 영화에서 시작되었다. 1991년 미국 영화 《뉴 잭 시티(New Jack City)》에서 한 남성이 여자친구에게 “Cancel that bitch. I’ll buy another one”이라는 대사를 던지며, 이 말이 일종의 ‘버림’의 상징처럼 쓰이기 시작했다. 이후 2000년대 중반, ‘cancel’이라는 표현은 힙합 음악과 흑인 커뮤..

디지털 시대의 문화 전염: 밈(Meme), 바이럴(viral), 리믹스(remix)

디지털 공간에서는 유행이 빠르게 번진다. 누군가 올린 짧은 영상이 전 세계로 퍼지고, 이미 본 듯한 유머가 형태만 달리 다시 나타난다. 사람들이 비슷한 리액션을 하고 비슷한 말을 따라 한다. 이런 현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개념이 바로 밈(Meme), 바이럴(Viral), 그리고 리믹스(Remix)다. 밈(Meme)‘밈’이라는 단어는 1976년,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Richard Dawkins)가 그의 책 『이기적 유전자(The Selfish Gene)』에서 처음 사용했다. 도킨스는 유전자가 생물학적 형질을 전달하듯 밈은 문화적 정보를 전달하는 단위라고 보았다. 노래 한 소절, 유행어, 춤, 패션 등 사람들 사이를 오가며 복제되는 모든 것이 밈이 될 수 있다. 이후 밈은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걱정의 80%

가스불을 껐는지 자꾸 신경 쓰인다.나오기 전에 분명히 확인했는데도 돌아가야 하나 망설인다.엘리베이터 안에서도 마음이 불편해 결국 다시 올라간다.아무 일 없다. 불은 잘 꺼져 있다. 문단속도 그렇다.현관문을 잘 닫고 나왔는데도 꽉 닫혔는지 복도에서 한 번, 엘리베이터 앞에서 또 한 번 의심스럽다.누가 보면 강박이냐고 하겠지만 아무튼 그렇다. 톡을 보냈는데 친구가 읽고도 아무 반응 없으면괜히 마음이 싱숭생숭하다.별말 한 것도 아닌데 혹시 기분 나빴나? 내가 뭘 잘못했나?그런데 아무 일 없다는 듯 몇 시간 뒤에 답장이 온다. 택배가 도착했다는 문자를 받고 나갔는데문 앞엔 아무것도 없다.혹시 잘못 배송된 건가, 분실인가 걱정하다가옆집과 우리집 사이에 살짝 걸쳐있는 상자가 보인다.아, 저거... 흔히 우리가 걱..

사소한 이야기 2025.03.25

뉴럴링크(Neuralink): 생각으로 기계를 움직이다

1. 뉴럴링크란 무엇인가뉴럴링크(Neuralink)는 2016년에 일론 머스크(Elon Musk)가 설립한 신경과학 기술기업이다. 이 회사는 인간의 뇌와 기계를 직접 연결하는 기술, 즉 뇌‒기계 인터페이스(BMI, Brain-Machine Interface) 개발을 목표로 한다. 핵심은 뇌에서 발생하는 전기신호를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이를 컴퓨터나 외부장치에 전달하는 것이다. 반대로, 기계의 신호를 뇌로 전달하는 방향도 함께 연구된다. 이러한 기술이 현실화되면, 사람은 손이나 음성 없이도 기기를 조작할 수 있게 된다. 생각만으로 타자를 입력하거나 화면을 조작하는 일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2. 칩과 전극은 어떻게 작동하는가뉴럴링크가 개발한 칩은 동전보다 작고, 두개골 안쪽에 이식된다. 이 칩에는 1,000..

워라벨, 새로운 기준이 되다

1. 일상에 스며든 키워드요즘 ‘워라벨’이라는 말은 일상 속에 깊이 스며들었다. 채용공고에 자주 등장하고, 직장인 커뮤니티에서도 빈번하게 언급된다. 누군가는 워라벨이 보장되는 회사를 선호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무너진 워라벨 때문에 퇴사를 고민한다.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이 단어는 단순한 유행어가 아니라 오늘날 노동과 삶을 바라보는 방식을 대변하는 키워드로 자리 잡고 있다. 2. 영국에서 시작된 개념 ‘워라벨(Work–Life Balance)’이라는 용어는 1970년대 후반 영국에서 처음 쓰이기 시작해, 1980년대에 들어 사회적 담론으로 자리 잡았다. 당시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일과 가정 사이의 균형 문제가 주요한 사회적 의제로 떠올랐고, 이를 설명하는 개념으로 ‘일과 삶의 균형’이라는 ..

경제를 읽는 눈: ESG, 디커플링, 리쇼어링

🔹 ESG (Environmental, Social, Governance)ESG는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약자로,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판단할 때 사용하는 대표적인 비재무적 평가 기준이다. 과거에는 매출, 수익성 같은 재무 지표만으로 기업가치를 판단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지금은 환경을 어떻게 보호하고,사회적 책임을 어떻게 이행하며, 기업의 지배구조는 얼마나 투명한지가 중요한 기준으로 떠올랐다. 이 개념은 2004년 유엔이 발표한 ‘투자관련보고서’에 처음 등장했으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후 각국의 연기금, 투자사들이 ESG를 투자 의사결정의 핵심 요소로 삼으면서, 기업들도 앞다퉈 관련 기준을 맞추기 ..

프라이밍 효과 (Priming Effect, 점화 효과)

목차서론: 무의식을 움직이는 자극 1. 프라이밍 효과의 개념과 유래 2. 마케팅과 광고에 숨은 프라이밍 3. 긍정적 방향으로의 활용 4. 프라이밍 효과의 한계와 통제력 결론: 보이지 않는 영향력, 그 너머로 서론: 무의식을 움직이는 자극우리는 흔히 자신이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마트에서 고른 물건, 친구와의 대화에서 나온 의견, 길을 걸을 때의 발걸음까지도 자율적인 선택의 결과로 여긴다. 하지만 심리학자들은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순간에도 외부 환경이 우리의 행동을 좌우한다고 말한다. 이 현상을 프라이밍(priming)이라고 부른다. 프라이밍이란 과거의 경험이나 주변의 자극이 이후의 행동과 판단에 미묘한 영향을 주는 현상을 뜻한다. 광고, 마케팅, 정치, 인간관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

지분등기

목차1. 지분등기의 개념과 구조2. 발생상황3. 등기부등본의 표시 방식5. 지분등기의 법적 한계 1. 지분등기의 개념과 구조부동산을 공동으로 소유하거나 상속받는 과정에서 ‘지분등기’라는 용어가 자주 등장한다. 낯설게 느껴질 수 있지만 구조는 단순하다. 지분등기는 하나의 부동산을 일정 비율로 여럿이 나눠 갖는 형태이며, 이를 등기부에 명확히 기록하는 절차다. 이는 민법상 ‘공유’에 해당하며, 각 공유자는 자신에게 속한 지분에 대해 권리를 가진다. 지분은 물리적으로 특정 부분을 나눠 가지는 것이 아니라 전체 부동산에 대한 권리를 법률적으로 분할하는 방식이다. 2. 발생 상황지분등기는 다양한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한다. 상속인의 수가 여럿일 경우 공동으로 부동산을 상속받게 되고, 그 지분을 기준으로 등기가..

부동산 이야기 2025.03.25

디지털 노마드(digital nomad)

1. 낭만은 설명이 되지 않는다디지털 노마드, 즉 디지털 유목민이라는 말은 더 이상 새로운 단어가 아니다. 하지만 이 개념을 이야기할 때, 사람들은 아직도 자유와 풍경을 먼저 떠올린다. 노트북을 펼치면 어디든 사무실이 되고, 커피 한 잔 앞에 세계가 열린다는 식의 묘사. 그것만으로는 이 단어의 구조를 설명할 수 없다. 2. 디지털 노마드는 단지 떠도는 사람이 아니다. 기술을 기반으로 노동과 삶의 조건을 유동적으로 설계하는 사람이다. 이 용어는 츠기오 마키모토(Tsugio Makimoto)와 데이비드 매너스(David Manners)가 1997년에 출간한 『Digital Nomad』라는 책에서 처음 사용되었다. 이들은 통신기술의 발달이 공간의 개념을 바꿀 것이라 예견했다. 그 말은 현실이 되었다. 3. 가..

의사결정피로(Decision Fatigue)

1. 결정할수록 지치는 의사결정 피로사람은 하루에 평균 몇 번의 결정을 내릴까. 생각보다 많다. 오늘 입을 옷, 아침 메뉴, 출근길 루트, 일의 우선순위, 점심은 뭘 먹을지, 말은 어떻게 건넬지… 이렇게 작고 반복적인 선택이 하루 종일 쌓인다. 문제는, 결정 자체가 에너지를 소모한다는 점이다. 심리학자 로이 바우마이스터(Roy F. Baumeister)는 자기 저서 『의지력: 인간 최고의 힘을 다시 발견하다』(2011)에서 반복되는 선택이 인지 자원을 소모하고, 결국 판단력과 자제력을 약화시킨다고 설명했다. 이 현상을 그는 ‘의사결정 피로(Decision Fatigue)’라는 개념으로 정리하며, 현대인의 일상 속에서 얼마나 자주 발생하는지 다양한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2. 판단력은 점점 흐려진다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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