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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수달(sea otter)은 왜 서로의 손을 잡을까?

요즘 틱톡이나 인스타그램을 보면, 수달들이 서로 꼭 껴안거나 손(앞발)을 맞잡고 자는 영상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 다정한 행동은 단순히 귀여운 습관이 아니라, 특히 바다수달의 생존 전략과 관련이 있다. 파도에 떠밀리지 않기 위한 ‘손잡기’By Joe Robertson from USA, CC BY 2.0, wikimedia commons. 바다수달은 물 위에서 잠을 자거나 이동할 때, 파도에 휩쓸려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서로 손을 잡는다. 이들은 보통 여러 마리가 함께 모여 ‘뗏목(raft)’이라 불리는 집단을 형성한다. 이렇게 손을 맞잡은 채 모여 있는 모습은 수달 특유의 사회적 유대감을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하다. 체온 유지와 에너지 절약이 행동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바다수달은 다른 해양 포유..

동식물 이야기 2025.10.04

새들은 어떻게 겨울 추위를 이겨낼까?

깃털과 솜털로 된 외피만으로는 악천후와 낮은 기온을 완전히 막기 어려울 때가 많다. 그래서 하늘의 주인인 새들은 혹독한 겨울을 버티기 위해 생리적·행동적 전략을 함께 활용한다. 참새처럼 몸을 맞대기겨울철 참새들은 눈과 추위를 피하기 위해 서로 몸을 맞대고 무리를 이룬다. 이러한 군집 보온(huddling)은 작은 새들에게 특히 유리하다. 여러 개체가 서로 밀착하면 열이 집단 내에 머무르고, 개체당 에너지 소모가 크게 줄어든다. 실제로 박새나 멧새 같은 종들이 둥지 안에 겹겹이 포개져 자는 모습이 자주 관찰된다. 빠른 신진대사와 체열 유지새들은 인간보다 훨씬 빠른 신진대사를 가지고 있어, 체온을 항상 일정하게 유지해야 한다. 평균 체온은 약 40°C 내외로 포유류보다도 높으며, 이 높은 체온은 비행 근육을..

동식물 이야기 2025.10.03

인공강우(Cloud Seeding), 하늘을 조작하는 과학

By Pearson Scott Foresman, Public Domain, wikimedia commons.우리가 하늘을 바라보며 비를 기다리는 동안, 과학자들은 실제로 비를 ‘부르는’ 방법을 실험하고 있다. 그것이 바로 인공강우이다. 인공강우는 말 그대로 ‘비를 만들어낸다’기보다, 이미 존재하는 구름의 구조를 조작해 강수량을 늘리는 기술이다. 비를 만드는 씨앗구름 속의 수증기는 스스로 물방울로 응결하기 어렵다. 하지만 여기에 응결핵(Condensation Nuclei) 역할을 하는 입자를 뿌리면 수증기가 그 표면에 달라붙어 물방울이나 얼음 결정으로 성장한다. 일정 크기에 도달하면 중력에 의해 떨어지며 비나 눈이 된다. 이때 주로 쓰이는 물질은 요오드화은(AgI), 염화칼슘(CaCl₂), 염화나트륨(Na..

리처드 세일러의 심리회계(Mental Accounting)

1. 우리는 돈을 합리적으로 다룰까?전통적인 경제학은 인간이 항상 합리적인 존재라고 가정한다. 이익과 손해를 계산하고, 가장 이성적인 선택을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행동경제학자 리처드 세일러(Richard Thaler)는 다른 관점을 제시했다. 그에 따르면, 인간은 돈을 하나의 통합된 가치로 보지 않는다. 대신 출처와 용도에 따라 마음속에서 따로 관리한다. 이것이 바로 심리회계(Mental Accounting) 개념이다. 2. 심리적 통장, 마음속의 장부심리회계란, 사람이 실제 장부 대신 마음속 장부, 즉 심리적 장부를 운영한다는 개념이다. 예를 들어, 월급은 ‘노력의 대가’로 느껴져 아껴 쓰고, 복권 당첨금은 ‘공돈’처럼 여겨 쉽게 소비한다. 이처럼 돈은 출처에 따라 심리적으로 다르게 인식되며, 그에 ..

꽃 없이도 번성하는 식물, 고사리

By Chris Light - Own work, CC BY-SA 4.0, wikimedia commons. 꽃 없이 살아온 식물, 고사리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식물의 이미지는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모습이다. 하지만 세상에는 꽃도, 열매도, 씨앗도 없이도 번성해온 식물들이 있다. 바로 양치식물(fern, Pteridophyte)이다. 그중에서도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대표가 고사리(Bracken fern, Pteridium aquilinum)이다. 고사리는 봄이면 산기슭에서 또아리를 튼 듯 새순이 올라오는 모습으로 쉽게 눈에 띈다. 이 어린 순을 삶아 말린 뒤 다시 조리해 먹는 것이 바로 우리가 ‘고사리나물’이라 부르는 음식이다.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고사리류 가운데는 식용 가능한 종이 10여 종에 이른다...

동식물 이야기 2025.09.30

고양이는 단맛을 느낄까?

1. ‘Tas1r2 유전자’가 알려주는 미묘한 미각의 진실고양이가 케이크나 빵에 호기심을 보일 때, 우리는 종종 이렇게 생각한다. “이 녀석, 단맛을 좋아하나 봐.” 하지만 과학자들은 전혀 다른 대답을 내놓는다. 고양이는 단맛을 느끼지 못한다. 이것은 단순한 추정이 아니라 유전자의 구조에서 비롯된 명확한 사실이다. 고양이는 미각수용체 중 단맛을 감지하는 Tas1r2 유전자에 결함(mutation)이 있다. 이 유전자는 대부분의 포유류에게 있어 ‘달콤함’을 인식하게 해주는 센서다. 그러나 고양이과 동물들은 이 유전자가 비활성화되어 있어 혀 위에 설탕을 얹어도 ‘달다’는 신호가 뇌로 전달되지 않는다. 2. 달콤함을 모르는 육식동물들이 특성은 고양이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바다사자, 아시아수달, 점박이하이에나 ..

동식물 이야기 2025.09.28

쑥, 한국의 향과 생명력을 품은 허브

1. 서론: 허브식물로서의 쑥허브식물은 본래 줄기가 목질화되지 않은 초본식물을 뜻하지만, 일상적 맥락에서는 향기·맛·약효 등 인간이 활용하는 성질을 가진 초본식물을 가리킨다. 쑥은 두 정의 모두에 부합한다. 국화과(Asteraceae) 쑥속(Artemisia)에 속하며, 향기 성분과 약리 성분을 함께 가진 전통 허브이다. 2. 분포와 특성쑥은 극지방과 일부 특수 지역을 제외한 넓은 지역에 분포한다. 교란지(攪亂地, 사람의 손길이 닿은 땅이나 식생이 훼손된 곳)나 빈터, 길가 틈처럼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며, 군락을 이루는 경향이 있다. 건조한 환경에 적응한 잎 뒷면의 미세한 털(잔모)은 수분 손실을 줄이고, 공기 흐름을 저지해 증산을 억제한다. By KENPEI, CC BY-SA 3.0, wikime..

동식물 이야기 2025.09.28

벌의 윙윙거림, 날개가 아닌 가슴이 내는 소리

By Jon Sullivan, Public Domain, wikimedia commons. 날갯짓이 아닌 가슴의 움직임벌의 윙윙거림은 단순히 날개가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아니다. 벌은 새나 박쥐처럼 날개에 직접 연결된 근육이 없다. 대신 날개는 가슴(thorax) 내부의 간접 비행근(indirect flight muscles)에 의해 움직인다. 이 근육들은 가슴벽, 특히 등판(dorsal wall)에 붙어 있으며, 수축할 때마다 가슴의 형태를 바꾸어 날개를 ‘튕겨’ 올린다. 근육이 만드는 진동의 리듬먼저, 등배근(dorso-ventral muscle)이 수축하면 가슴의 윗벽이 아래로 잡아당겨진다. 벽이 움푹 들어가면서 위쪽으로 연결된 날개가 위로 젖혀진다. 이후 등세로근(dorsal-longitudina..

동식물 이야기 2025.09.27

사과 씨앗에는 정말 독성이 있을까?

사과 씨앗, 그냥 삼켜도 괜찮을까?사과를 먹다 보면 씨앗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평소에는 별생각 없이 버리지만, 혹시 씨앗 속에 독이 들어 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사실 이 이야기는 단순한 괴담이 아니라 실제 과학적 근거가 있는 주장이다. 다만 우리가 일상에서 경험하는 수준에서는 전혀 위험하지 않다. 씨앗 속에 숨은 화학물질, 아미그달린사과 씨앗에는 아미그달린(amygdalin)이라는 물질이 들어 있다. 이 성분은 시안배당체(cyanogenic glycoside)의 일종으로, 장내 세균이 만들어내는 효소에 의해 분해되면 시안화수소(HCN)를 방출한다. 시안화수소는 세포 호흡을 억제하는 독성 물질로, 과량 섭취할 경우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By Unknown author – LibreTexts, ..

동식물 이야기 2025.09.26

탄산음료가 톡 쏘는 이유는?

여름철 갈증을 달래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음료 중 하나가 바로 탄산음료다. 입 안에서 퍼지는 짜릿한 청량감은 단순히 시원한 온도 때문이 아니라, 물리적·화학적 요소가 동시에 작용한 결과다. 기포의 정체, 이산화탄소탄산음료 속 기포는 이산화탄소(CO₂)가 만들어낸 것이다. 제조 과정에서 높은 압력으로 주입된 이산화탄소는 액체 속에 녹아들고, 이때 적용되는 원리가 바로 헨리의 법칙(Henry’s law)이다. 기체가 액체에 녹는 양은 기체가 가하는 압력에 비례하기 때문에, 병이나 캔 안에는 대기압보다 높은 압력이 유지되며 이산화탄소가 안정적으로 머문다. 그래서 탄산음료를 흔들면 내부 압력 균형이 깨져 CO₂가 급격히 빠져나가며, 종종 거품이 폭발하듯 넘치게 된다. 뚜껑을 여는 순간의 변화캔이나 병을 열면..

사소한 이야기 2025.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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