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그런 빛은 우리에게 이렇게 말한다.
“이 인물은 보통 사람과 다르다.”
1. 빛의 상징에서 시작된 인상
회화 속에서 인물의 머리 위를 감싸는 둥그런 빛은 ‘후광(Halo)’이라 불린다. 이 표현은 고대 이집트와 그리스, 불교 미술에서 신성을 상징하는 도상으로 사용되었으며, 기독교 미술에서는 4세기경부터 성인과 성모를 구분하는 상징으로 정착되었다.
이후 중세를 거쳐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 지오또(Giotto di Bondone) 같은 화가들은 후광을 시각적으로 성인을 구별하고, 인물의 위엄과 신성함을 드러내는 장치로 적극 활용하였다.
2. 인지 심리학이 발견한 후광
심리학은 이 시각적 상징에서 착안해, 한 사람의 일부 특성이 전체 평가를 바꾸는 인지적 경향에 ‘후광효과(Halo Effect)’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 개념은 1920년, 미국의 심리학자 에드워드 손다이크(Edward L. Thorndike)가 군대 내 상관의 인사 평가 실험을 통해 처음 이론화한 것이다.
그는 부하 장병들의 외모, 태도, 말투 등 하나의 긍정적 특성이 지능, 성실성, 협동성 등 전혀 다른 평가 항목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밝혀냈다. 손다이크는 이를 인지체계의 구조적 오류로 보았고, 평가자가 전체를 보기보다 일부에 근거해 결론을 내리는 방식이라고 설명하였다. 이 개념은 이후 인지편향(cognitive bias) 이론의 대표적인 사례로 자리 잡게 되었다.
3. 사례로 보는 후광 효과의 작동
후광효과는 단지 이론에 머물지 않는다. 현대 사회의 여러 장면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관찰되며, 그중에서도 교육, 미디어, 경영 같은 영역에서는 관련 연구와 사례가 비교적 풍부하게 축적되어 있다. 이 세 분야를 통해 후광효과가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 살펴볼 수 있다.
먼저, 교육의 세계에서 후광은 학벌이라는 이름으로 작동한다. 2012년, 클레이튼(Clayton)과 연구진은 동일한 이력서에 출신학교 이름만 달리 표기한 뒤 실험을 진행했다. 한쪽은 ‘하버드 출신’, 다른 한쪽은 무명대 출신으로 설정되었고, 하버드 출신 이력서는 전문성, 신뢰도, 채용 의향 등 거의 모든 항목에서 더 높은 평가를 받았다. 출신 배경 하나가 전체 능력에 대한 기대와 신뢰를 형성한다는 사실은 교육영역에서 후광효과가 실제로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보여준다.
광고나 방송처럼 이미지를 중심으로 작동하는 미디어 환경에서는 후광효과가 더욱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루비나 오하니언(Roobina Ohanian)의 연구에 따르면 호감형 연예인이 등장한 광고 제품은 소비자에게 더 높은 품질과 신뢰감을 준다. 제품에 대한 판단은 기능이나 성능보다 광고에 등장한 인물의 이미지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 '누가 말하느냐'가 '무엇을 말하느냐'보다 앞서는 상황이다.
경영 분야에서는 기업의 성과가 리더 개인에 대한 평가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존재한다. 필 로젠츠바이크(Phil Rosenzweig)는 저서 《The Halo Effect》(2007)에서 기업의 실적이 좋을 때는 CEO의 전략, 조직문화, 리더십 전반이 높게 평가되지만, 실적이 나빠지면 동일한 요소가 부정적으로 해석된다고 지적했다. 이는 리더에 대한 평가가 실제 행위에 기반한다기보다 성과라는 결과에서 비롯된 인상에 좌우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4. 인상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
우리는 늘 판단한다. 타인을 평가하고, 선택을 내리고, 신뢰 여부를 가늠한다. 그 과정에서 한 사람의 배경, 직업, 말투, 인상이 전체 평가에 영향을 미치는 일은 흔하다. 그것이 때로는 판단을 단순하게 만들고, 때로는 판단을 흐리게도 만든다.
후광 효과는 사람에 대한 이해가 아닌, 인상에 대한 해석으로 전체를 덮어버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누구나 인상을 받는다. 그러나 인상과 실제가 늘 동일할 수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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