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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진 유리창 오류(broken window fallacy), 보이지 않는 손실

Egaldudu 2025. 6. 3. 20:57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

  목차

1. 보이는 것 뒤에 숨은 손실
2. 수리공이 번 돈, 양복점이 잃은 기회
3.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4. 전쟁, 재난, 파괴는 어떻게 포장되는가 
5. 작은 사고에서 배우는 경제학

 

보이는 것 뒤에 숨은 손실

"당신은 혹시, ‘자크 보놈이라는 선량한 시민이 그의 말썽꾸러기 아들이 유리창을 깨뜨렸을 때 분노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는가? 만약 그 장면을 목격했다면 틀림없이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이렇게 위로하는 소리를 들었을 것이다모든 불행은 어떤 이에게는 이익이 되지요. 이런 사고가 산업을 움직이게 합니다. 모두가 생계를 이어가야 하니까요. 만약 유리창이 절대 깨지지 않는다면 유리 수리공들은 어떻게 먹고살겠어요?」"

 

프레데릭 바스티아(Frédéric Bastiat)가 자신의 에세이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1850)에서 제시한 이 장면은 파괴가 곧 경제적 이익을 낳는다는 착각을 꼬집기 위한 비유였다. 이후 이 관점은 깨진 유리창 오류(Broken Window Fallacy)’라는 이름으로 알려지게 되었으며, 헨리 해즐릿(Henry Hazlitt)이 이를 대중 경제서에서 체계화하면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이 오류는 지금도 여전히 살아 있다. 전쟁, 재난, 파괴, 복구가 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 속에 이 낡은 사고방식은 이름만 바뀐 채 반복되고 있다.

 

수리공이 번 돈, 양복점이 잃은 기회

유리 수리공은 분명 이득을 본다. 새 유리창을 끼우며 250달러(해즐릿의 예)를 벌고, 그 돈으로 장을 보거나 다른 서비스에 돈을 쓸 것이다. 마치 경제가 돌고 도는 것처럼 보인다. 군중은 이 장면을 목격하고 자연스럽게경제 활동이 일어났다고 판단한다.

 

하지만 주인은 원래 그 돈으로 새 양복을 사려고 했을지도 모른다. 깨진 유리를 복구하는 데 썼기 때문에 양복은 사라지고, 양복점은 손님 한 명을 잃는다. 이 손해는 보이지 않는다. 바로 여기서 오류가 발생한다. 사람들은 '있던 것을 원상복구하는 데 든 비용'경제적 창출로 착각한다.

 

경제는 단순히 돈이 오가는 구조가 아니다.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방향으로 자원이 흐를 때 생산성이 생긴다. 깨진 유리창을 고치는 일은 단지 잃어버린 상태를 복구하는 행위일 뿐 사회의 총자산을 늘리지 못한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바스티아는 이것을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차이로 설명했다. 사람들은 유리창 수리를 보고 "일이 생겼다"고 말하지만, 만들어지지 않은 양복은 보지 못한다. 존재했을 수도 있었던 생산물은 사라지고, 누구도 그것의 부재를 인식하지 못한다.

 

경제정책에서 이 오류는 반복된다. 복구사업, 인위적 소비, 긴급 공공지출 등은 겉보기에 경기부양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다른 가능성이 사라진 기회비용이 숨어 있다. 예산은 무한하지 않으며, 하나에 쓴 돈은 다른 데 쓸 수 없다. 해즐릿이 강조한 것도 이것이었다. “경제학의 진짜 교훈은 한 정책의 결과를 모든 집단과 시간대에 걸쳐 파악하는 것이다.

 

전쟁, 재난, 파괴는 어떻게 포장되는가

현대사회에서도 "경제를 살린 재건사업"이라는 표현은 흔하다. 전쟁이 끝난 후의 재건, 자연재해 이후의 복구, 심지어 도시 재개발까지, 모두 일자리를 만들고 돈을 돌게 만든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것은새로운 창조가 아니라 잃은 것을 회복하는 비용이다. 복구가 없었다면 그 자원은 완전히 다른 창의적 방향으로 투입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진짜 경제성장은 새로운 가치가 덧붙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잃은 것을 복구하는 데 쓴 돈은 다시 말해 원래는 잃지 않아도 되었던 비용이다.

 

작은 사고에서 배우는 경제학

우리는 종종 일이 생겼다는 사실만으로 경제활동이 일어났다고 착각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활동이 어떤 대가를 치르고 생긴 것인지, 그리고 그 자원이 다른 곳에 쓰였다면 어떤 가치를 창출했을지를 세심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