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뿔소의 종류 및 분포
지구에는 한때 아홉 종이 넘는 코뿔소가 살았지만, 지금은 오직 다섯 종만 남아 있다. 그중 두 종은 아프리카에, 세 종은 아시아에 산다. 아프리카에는 흰코뿔소와 검은코뿔소가 있고, 아시아에는 인도코뿔소, 자바코뿔소, 수마트라코뿔소가 남아 있다. 이들은 모두 초식성으로, 시력은 약하지만 후각과 청각이 매우 발달한 동물이다.
몸길이는 최대 4미터, 몸무게는 종에 따라 크게 다르다. 가장 작은 수마트라코뿔소는 500kg 남짓이지만, 가장 큰 남방흰코뿔소는 약 4톤에 이른다. 그리고 뿔은 뼈가 아니라 인간의 손톱과 같은 각질(keratin)로 이루어져 있다.
검은코뿔소의 위기
현재 가장 심각한 위협에 놓인 종은 검은코뿔소(Black Rhino, Diceros bicornis)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은 이 종을 ‘위급(Critically Endangered)’ 등급으로 분류하고 있다. 야생 개체 수는 약 5,000마리로, 한 세기 전 수십만 마리에 달하던 시절에 비하면 극적으로 줄었다. 20세기 후반의 대규모 밀렵은 개체군을 거의 붕괴시켰다.
그러나 일부 지역에서는 희망의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다. 케냐의 레와 야생동물보호구역(Lewa Wildlife Conservancy)은 1984년부터 검은코뿔소 보호를 시작했다. 당시 단 15마리였던 개체 수는 꾸준히 늘어, 오늘날 건강한 집단으로 성장했다. 2014년에는 인접한 보라나 보호구역(Borana Conservancy)과의 경계를 없애 9만 에이커가 넘는 넓은 서식지를 확보했다. 이 지역에서는 최근 3년간 단 한 건의 밀렵도 보고되지 않았다.
보호구역의 관광 수익은 다시 보전 사업에 투입되어, 코뿔소뿐 아니라 그레비얼록말, 사자, 치타, 코끼리 같은 다른 동물의 서식지도 함께 지켜지고 있다. 코뿔소를 지키는 일은 단지 한 종의 생존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아프리카 초원의 생태계를 유지하는 일이다.
한때 되살아났던 희망, 남방흰코뿔소

19세기 말, 남방흰코뿔소(Southern White Rhino)는 야생에서 100마리도 남지 않았다. 그러나 수십 년간의 보호 노력 끝에 한때 개체 수가 18,000마리 이상으로 늘며, 보전의 상징이 되었다. 하지만 최근 10년 사이 아프리카 전역에서 개체 수가 다시 줄고 있다. 특히 남아프리카의 크루거 국립공원에서는 2011년 1만여 마리에서 2021년 약 2,200마리로 급감했다. 밀렵이 여전히 가장 큰 위협이다.
남방흰코뿔소의 역사는 회복과 위기의 반복이다. 그러나 이들의 경험은 검은코뿔소를 비롯한 다른 종에게도 가능성을 보여준다. 적절한 보호와 지역 사회의 협력이 있다면, 사라질 위기에 놓인 종도 다시 되살아날 수 있다.
마무리하며
코뿔소의 생존은 단지 한 종의 문제가 아니다. 그들이 살아 있는 땅은 코끼리와 사자, 얼룩말과 새, 그리고 수많은 곤충에게까지 삶의 터전을 제공한다. 검은코뿔소의 위기는 곧 아프리카 생태계 전체의 경고음이다. 그러나 한때나마 흰코뿔소의 회복이 보여주었듯, 인간의 의지와 행동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이 거대한 초식동물은 계속해서 사바나를 자유롭게 누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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