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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테크(Fintech): 금융을 다시 설계하는 기술

1. 핀테크란 무엇인가 핀테크(Fintech)는 금융(Finance)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다. 예금, 대출, 결제, 보험, 자산관리 등 전통적인 금융서비스에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새로운 산업을 의미한다. 처음에는 모바일 송금이나 간편 결제서비스가 중심이었지만 지금은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블록체인, 오픈 API 같은 기술이 다양한 금융분야에 응용되고 있다. 2. 핀테크는 왜 등장했는가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기존 금융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크게 흔들었다. 이후 인터넷과 스마트폰 보급이 본격화되면서 사용자 중심의 빠르고 편리한 금융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높아졌다. 기술기업들이 금융시장에 진입하기 시작한 것도 이 시기다. 기존 은행 중심의 폐쇄적인 구조에 기술기반 기업들이 도전장을 던..

기본소득, 모두에게 주는 돈은 가능한가

1. 기본소득이란 무엇인가기본소득(Basic Income)은 정부가 모든 시민에게 무조건적으로, 정기적으로, 동일한 금액을 지급하는 제도를 말한다. 직업이 있든 없든, 부자이든 아니든, 자격 심사나 조건 없이 국가가 보장하는 최소한의 소득이다. 전통적인 복지제도는 보통 저소득층에 선별적으로 지원되며 신청과정에서 소득조사나 조건심사가 필요하다. 반면, 기본소득은 이런 복잡한 절차나 낙인효과 없이 보편적으로 제공된다는 점에서 개념적 차이를 가진다. 2. 기본소득의 기원기본소득의 사상적 기원은 18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 독립운동가 토머스 페인(Thomas Paine)은 1797년 『토지 정의(Agrarian Justice)』에서 토지로부터 얻는 수익은 인류 공동의 자산이므로 일정 금액을 모두에게 나눠줘..

바닷물이 밤에 빛나는 이유

1. 달빛처럼 반짝이는 밤바다이 이미지는 밤바다에 파도가 부서지며 푸르게 반짝이는 장면을 담고 있다. 이와 같은 현상은 일반적으로 ‘바다의 발광(sea sparkle)’이라 불린다. 표면적으로는 달빛의 반사처럼 보일 수 있으나 실제로는 미세한 해양생물에 의한 생물발광(bioluminescence) 현상이다. 2. 야광충, Noctiluca scintillans이 발광의 주인공은 야광충(Noctiluca scintillans)이라는 단세포 생물이다. 이 생물은 짧은 편모를 이용해 이동하며 다른 미생물을 잡아먹는 포식성 플랑크톤이다. 야광충은 와편모조류 계통에 속하는 원생생물이며, 껍질이 없고 지름이 약 1mm로 비교적 크기 때문에 조용한 밤 바다에서는 맨눈으로도 이 생물이 빛을 내며 움직이는 모습을 관찰..

동식물 이야기 2025.04.18

화이트노이즈, 핑크노이즈, 브라운노이즈 – 소리의 색깔로 구분되는 소음

소리에도 ‘색깔’이 있다는 말은 비유가 아니라 실제 음향공학에서 사용하는 개념이다. 화이트노이즈(white noise), 핑크노이즈(pink noise), 브라운노이즈(brown noise)는 소리의 주파수 분포와 에너지 분배방식에 따라 구분되는 세 가지 유형의 소음이다. 이들은 각각 다른 특성을 지니며 일상에서의 활용방식도 다르다. 1. 화이트노이즈 (White Noise)화이트노이즈는 가청주파수(약 20Hz~20kHz) 전 구간에 걸쳐 에너지가 고르게 분포된 소리를 말한다. 수학적으로는 모든 주파수 성분의 세기가 동일하며, 청각적으로는 일정하고 단조로운 배경음처럼 들린다. 화이트노이즈는 라디오 잡음이나 선풍기, 에어컨이 내는 일정한 기계음처럼 들리는 소리다. 이 소리는 일정한 패턴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땅속에서 살아가는 동물, 두더지

이름에 담긴 오해두더지는 중세영어에서 ‘moldewarp’라 불렸다. 흙(mould)과 비틀다(warp)라는 말이 결합된 이 단어는 ‘흙을 움직이는 자’라는 뜻을 담고 있었다. 그러나 현대영어에서는 이 의미가 사라지고 단지 ‘mole’이라는 이름만 남았다. 반면 독일어의 ‘Maulwurf(마울부르프)’에는 고대어 ‘muwurf’의 흔적이 남아 있다. 문자 그대로 ‘입으로 던지는 자’라는 뜻인데, 이는 두더지가 주둥이로 흙을 퍼올린다고 오해한 데서 비롯된 이름이다. 굴을 파는 건 입이 아니다두더지의 주둥이는 굴을 파는 도구가 아니다. 시각이 퇴화한 대신 주둥이와 그 주변의 감각 털은 지하환경에서 방향을 감지하는 정밀한 촉각기관으로 작용한다. 실제로 흙을 퍼올리는 건 앞다리다. 두더지의 앞다리는 측면으로 벌..

동식물 이야기 2025.04.18

스불재부터 킹받네까지 5가지 신조어

처음 들으면 낯설지만 이미 우리 곁에 들어와 있는 표현들이다. 온라인에서 시작되어 이제는 일상 대화 속에도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말의 구조와 맥락을 알면 그저 유행어로만 보이진 않는다. 스불재‘스스로 불러온 재앙’이라는 표현에서 비롯된 말이다. 처음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유행했지만 지금은 일상 대화에서도 종종 들을 수 있다.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일정을 스스로 짰다가 후회할 때, 또는 무리한 선택을 해놓고 그 결과에 당황할 때 이 표현이 쓰인다. 누구를 탓하기도 애매한 상황에서 자조적으로 말할 수 있는 말로, ‘자업자득’을 좀 더 가볍고 유머러스하게 표현한 형태라고 볼 수 있다. 알잘딱깔센‘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 있게’의 앞 글자들을 따서 만든 표현이다. 겉으로는 칭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구..

닮은 듯 다른 제비와 칼새

제비로 착각하기 쉬운 새공중을 빠르게 날아다니는 작은 새를 보고 우리는 흔히 제비라고 생각한다. 봄부터 여름까지 지붕 위나 전선 근처를 날며 곤충을 사냥하는 이 새들은 날개가 길고 몸이 가늘며, 민첩한 움직임이 특징이다. 하지만 이 가운데는 제비가 아닌 칼새도 있다. 특히 흑꼬리칼새(Apus pacificus)는 한국 전역에서 여름철에 자주 나타나는 여름새다. 외형과 비행 습성이 제비와 매우 비슷해 일반적인 관찰로는 구분이 어렵다. 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칼새를 제비로 착각하곤 한다. 전혀 다른 계통의 조류제비와 칼새는 겉모습은 닮았지만 분류학적으로는 전혀 다른 조류다. 제비는 연작목(Passeriformes)에 속하는 명금류로, 참새와 가까운 친척이다. 칼새는 칼새목(Apodiformes)에 속하며,..

동식물 이야기 2025.04.18

무당벌레 = 마리아의 벌레 ‒ 이름에 나타난 문화 차이

성모 마리아의 벌레무당벌레는 영어로 레이디버그(ladybug), 독일어로는 마리엔케퍼(Marienkäfer)라고 불린다. 두 단어 모두 성모 마리아(Virgin Mary)에서 유래한 말이다. 중세 유럽의 농민들은 해충 피해를 줄이기 위해 성모 마리아에게 기도했고, 이후 나타난 이 작은 벌레가 해충을 잡아먹자 “마리아가 보낸 벌레”라며 고마움을 표현했다. 이로써 무당벌레는 성스러운 보호자이자, 농작물의 수호자로 여겨지게 된다. 가장 잘 알려진 종은 칠성무당벌레(Coccinella septempunctata)로 붉은 날개 위에 일곱 개의 검은 점을 가지고 있다. 유럽에서는 이 일곱 점을 성모 마리아의 일곱 가지 고통(Seven Sorrows of Mary)에 빗대어 신성한 상징으로 보기도 했다.이러한 전설..

동식물 이야기 2025.04.17

가시박: 땅만 있으면 덮는 식물

서론가시박은 현재 전국적으로 확산된 대표적인 생태계 교란식물이다. 환경부는 2013년 이 식물을 생태계교란 생물로 지정하고, 지자체 차원의 제거 작업을 진행해왔다. 그러나 빠른 생장 속도와 번식력, 넓은 확산 범위에 비해 실질적인 제어는 여전히 어려운 상태다. 관리되지 않는 공간에서는 이미 자생식물이 고사하고 곤충, 조류 등 다양한 생물군의 서식 환경도 함께 무너지고 있다. 1. 북아메리카에서 온 덩굴가시박은 북아메리카 원산의 덩굴식물로, 박과에 속하는 한해살이풀이다. 학명은 Sicyos angulatus이며, 영어권에서는 burcucumber 또는 wild cucumber로 불린다. 겉모습은 오이와 비슷하지만 덩굴이 거칠고 전체적으로 가시가 많다. 우리나라에 1900년대 중반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 ..

동식물 이야기 2025.04.16

죽은 나무가 만드는 생태공간

유럽 산림생태학이 바라보는 생물서식목의 가치 생물서식목숲에서 죽은 나무는 생명이 끝난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또 다른 생명의 기반이 된다. 유럽의 산림생태학자들은 이렇게 생태계에 핵심적 역할을 하는 죽은 나무를 생물서식목(Biotopholz)이라 부른다. 말라 죽은 채로 서 있거나 쓰러져 땅에 놓인 형태 모두가 여기에 포함된다. 형태가 어떻든 이 구조물들은 수많은 생물에게 없어서는 안 될 생태공간을 제공한다. 숲의 생태공간쓰러진 줄기, 부러진 가지, 자연적으로 떨어진 나무 조각들. 이런 것들이야말로 다양한 생물이 숲에서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환경이 된다. 생물서식목 주변에는 곰팡이와 이끼, 지의류가 자라며, 곤충과 조류, 포유류가 이 공간을 각기 다른 방식으로 활용한다. 독일에서 집계된 자료에..

동식물 이야기 2025.0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