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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변화와 곤충 감소에 맞서는 나팔꽃의 전략

여름 아침을 열어주는 꽃나팔꽃(Ipomoea purpurea)은 여름 풍경에서 빠질 수 없는 식물이다. 담장이나 지지대를 타고 길게 뻗어 올라가는 덩굴에 나팔 모양의 화려한 꽃을 피운다. 이 꽃은 새벽 햇살을 받으면 활짝 열리고, 오후가 되면 시들어 하루라는 짧은 개화 주기를 가진다. 이런 특성 때문에 ‘아침의 얼굴’이라는 별명을 얻었으며, 덧없는 아름다움이 오히려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아왔다. 하지만 한 송이의 수명은 짧아도, 식물 전체로 보면 매일 새 꽃이 피어 긴 시간 동안 생명력을 이어간다. 여름부터 가을까지(주로 7~8월) 덩굴 곳곳에서 꽃봉오리가 매일 새로운 꽃을 피우고 지기를 반복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우리는 오랜 기간 동안 그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으며, 나팔꽃은 짧은 순간과 지속적인 생명..

동식물 이야기 2025.09.23

수다스런 고래, 벨루가 이야기

벨루가(Delphinapterus leucas)는 북극과 그 주변 차가운 바다에 사는 흰 고래다. 독특한 외모와 다양한 목소리로 잘 알려져 있으며, ‘바다의 카나리아’라고 불릴 만큼 소리 표현이 풍부하다. 하지만 벨루가의 진짜 매력은 단순히 귀여운 외모나 울음소리만이 아니라, 혹독한 극지 환경에 맞춰 진화한 놀라운 적응력과 복잡한 사회적 행동에 있다. 다양한 발성과 대화법벨루가는 동물계에서도 손꼽히는 말 많은 고래다. 지저귐, 끙끙거림, 삐걱거림, 휘파람 등 수십 가지의 소리를 내며, 풍부한 발성 레퍼토리를 지니고 있다. 이 다양한 소리는 단순한 울음이 아니라 무리 사이의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특히 얼음 밑이나 빛이 거의 닿지 않는 북극의 어두운 바닷속에서 소리는 벨루가 무리가 함께..

동식물 이야기 2025.09.20

하와이 토종 나무달팽이 ‘조지(George)’의 죽음과 멸종 이야기

By David Sischo, CC BY-SA 4.0, wikimedia commons. 사건 개요2019년 1월 1일, 하와이 오아후 섬에서 토종 나무달팽이 아카티넬라 아펙스풀바(Achatinella apexfulva)의 마지막 알려진 개체 ‘조지’가 약 14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하와이 주 토지·자연자원부(DLNR)는 보도자료에서 조지의 죽음을 공식 확인했고, 그의 이름이 갈라파고스의 ‘외로운 조지(Lonesome George)’에서 따왔음을 밝혔다. 이로써 해당 종은 사실상 멸종으로 간주된다. 조지의 생애와 번식의 실패1997년, 연구자들은 마지막으로 남은 A. apexfulva 10마리의 보전과 번식을 위해 하와이대 실험실로 옮겼다. 몇 차례의 산란이 있었지만 알 수 없는 질병과 개체 수 감소로..

동식물 이야기 2025.09.18

고릴라들은 왜 가슴을 두드릴까?

숲 속의 북소리아프리카 고산 열대우림에서 수컷 고릴라가 뒷다리로 일어서서 두 손으로 가슴을 두드리는 장면은 인상적이다. 울창한 숲에 울려 퍼지는 그 소리는 마치 북소리 같으며, 인간에게는 킹콩 영화 속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이는 단순한 영화적 과장이 아니라, 실제 고릴라들의 중요한 의사소통 방식이다. 놀이와 과시, 그리고 맥락의 다양성고릴라의 가슴 두드리기는 상황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 2020년 Primates에 발표된 로베르타 살미(Roberta Salmi)와 마리아 무뇨스(Maria Muñoz) 연구에 따르면, 서부 저지대 고릴라는 맥락에 따라 가슴 두드리기와 손뼉 치기를 다르게 사용한다. 가슴 두드리기는 주로 과시나 놀이 상황에서, 손뼉 치기는 경계나 놀이 상황에서 나타났다. 특히 성..

동식물 이야기 2025.09.17

개구리의 생존 전략: 피부로 숨 쉬고 물 마시기

서론: 개구리는 피부로도 숨을 쉰다개구리는 입이 아니라 피부를 통해 수분을 흡수한다. 호흡은 주로 폐가 담당하지만, 피부 역시 중요한 보조 역할을 한다. 이러한 능력은 양서류를 특별하게 만드는 대표적인 생리적 특징이다. 물을 마시는 독특한 방식개구리는 입으로 물을 마시지 않는다. 대신 배와 넓적다리 안쪽에 있는 ‘음수 패치(drinking patch)’라는 특수한 피부 부위를 통해 수분을 흡수한다. 이 부위의 표피는 매우 얇고 투과성이 높으며 혈관이 촘촘히 분포해 있어, 주변의 물을 곧바로 혈류로 끌어들일 수 있다. 덕분에 개구리는 입을 사용하지 않고도 몸의 수분 균형을 유지할 수 있다. 이 방식은 특히 건조한 환경에서 생존에 유리하다. 땅속이나 습한 곳에 몸을 파묻은 개구리가 긴 시간 동안 버틸 수 있..

동식물 이야기 2025.09.16

고양이 수명, 품종에 따라 이렇게 다르다

영국 왕립수의대의 조사 결과 반려묘를 키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우리 고양이는 몇 살까지 살 수 있을까?” 하고 궁금해한다. 최근 영국에서 발표된 대규모 연구가 이 질문에 대한 흥미로운 답을 제시했다. 영국 왕립수의대(Royal Veterinary College)의 댄 오닐(Dan O’Neill) 교수팀은 2019년부터 2021년 사이 영국 수의사에게서 사망 기록이 확인된 7,936마리의 고양이를 분석했다. 연구 결과는 학술지 Journal of Feline Medicine and Surgery에 발표되었으며, 품종별 수명 차이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최초의 대규모 연구 중 하나다. 고양이의 평균 기대 수명전체적으로 고양이의 평균 기대 수명은 11.7년이었다. 하지만 성별과 혈통에 따라 차이가 있..

동식물 이야기 2025.09.13

심혈관 건강에 좋은 식품 11가지

서론: 심장 건강과 식단의 관계심장은 하루도 쉬지 않고 우리 몸 구석구석에 혈액을 보내는 기관이다. 그러나 혈압, 콜레스테롤, 혈당, 체중은 식습관의 영향을 크게 받으며, 이는 곧 심혈관 질환 위험과 직결된다. 연구에 따르면 염증을 낮추고 혈관 기능을 유지하는 식단은 심장 건강을 지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리가 매일 접하는 식재료 중에는 이러한 효과가 과학적으로 입증된 것들이 많다. 1. 좋은 지방이 주는 힘 ● 아보카도아보카도는 단일불포화지방의 대표적인 공급원이다. 이 지방은 흔히 ‘좋은 지방’으로 불리며, 혈액 속의 LDL(저밀도 지단백)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데 기여한다. LDL이 과다하면 혈관 벽에 쌓여 동맥경화를 일으키기 쉽지만, 아보카도를 꾸준히 섭취하면 이러한 위험을 줄일 수 있다. 동..

사소한 이야기 2025.09.12

우리 곁의 작은 새, 참새(Sparrow) 이야기

참새는 어떤 새일까?참새는 한국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새다. 전깃줄이나 논밭, 마을 주변 어디서든 작은 무리로 모여 재잘거리는 모습이 쉽게 눈에 띈다. 크기는 작지만 늘 사람 곁에서 살아온 덕분에 일상 속에서 가장 친근한 새로 자리 잡았다. 모습과 특징참새는 참새목(Passeriformes) 참새과(Passeridae)에 속하는 작은 새로, 전 세계에 약 40여 종이 분포한다. 한국에서 흔히 보는 종은 나무참새(Passer montanus)다. 몸길이는 약 14cm로 작으며, 머리는 밤색이고 뺨에는 뚜렷한 검은 반점이 있다. 수컷과 암컷의 외형 차이가 거의 없어 구분하기 어렵다. 평소에는 곡식과 풀씨를 주로 먹지만, 번식기에는 곤충을 잡아 새끼를 기르며 농작물의 해충을 줄이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

동식물 이야기 2025.09.12

스마트폰 알림, 무심코 흘려도 집중력은 무너진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스마트폰 알림을 마주한다. 짧은 진동, 벨소리, 화면에 스쳐 지나가는 작은 메시지. “그냥 무시하면 괜찮지 않을까?”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 연구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알림 소리만으로도 충분 2015년, 플로리다 주립대학교의 캐리 스토트하트(Cary Stothart)와 코트니 옌너트(Courtney Yehnert) 연구진은 이 질문을 실험으로 검증했다. 그들은 학생들에게 집중력이 필요한 과제(SART, 지속적 주의 반응 과제)를 수행하도록 하고, 중간에 일부 참가자들에게 스마트폰 알림을 들려주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참가자들이 그 알림에 반응하지도 않았고 휴대폰을 보지도 않았다는 사실이다. 단지 짧은 벨소리나 진동이 울렸을 뿐이었다. 무너진 집중력 알림을 받은 참가자..

사소한 이야기 2025.09.12

사과 껍질, 깍아야 할까, 그대로 먹어야 할까?

껍질의 영양학적 가치영국 속담에 “하루에 사과 한 알이면 의사가 필요 없다”(An apple a day keeps the doctor away)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사과에는 건강에 이로운 성분이 풍부하다. 특히 껍질은 사과의 영양이 가장 많이 응축된 부분이다. 껍질에 풍부한 식이섬유는 장의 운동을 돕고 포만감을 높여 준다. 또한 퀘르세틴(Quercetin)과 같은 항산화 물질은 세포 손상을 줄이고 노화를 늦추는 데 기여한다. 따라서 사과는 껍질째 먹었을 때 항산화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난다. 사과 특유의 향과 맛도 껍질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농약 잔류 우려그러나 껍질은 동시에 사과 재배 과정에서 사용되는 농약이 가장 먼저 닿는 부분이기도 하다. 미국 매사추세츠 주립대 애머스트(University ..

사소한 이야기 2025.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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