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평소 '이(louse)'를 더럽고 귀찮은 존재로 여긴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이 기생 곤충을 통해 호모 사피엔스의 기원, 이주, 문화적 진화를 추적한다. 이 작은 절지동물은 우리 머리카락 속에서, 옷 주름 사이에서, 심지어 음모 사이에서 인류와 함께 진화해 왔다. 1. 공진화의 증인, 기생충‘공진화(co-evolution)’란 두 생물이 상호 영향을 주며 함께 진화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louse)는 대표적인 공진화 생물이다. 인간이 다른 유인원과 진화적 분기를 이룬 시점부터 아프리카를 떠나 전 세계로 퍼질 때까지 항상 인간과 함께 이동하며 적응해 왔다. 이들은 인간의 피부 온도, 피지 분비량, 털 굵기에 맞게 변화했고, 지금은 숙주가 바뀌면 생존 자체가 어려울 정도로 특이적으로 진화한 종도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