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독수리가 날카로운 발톱으로 순식간에 어린 아이를 낚아채 간다.
기술적으로만 보자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다 자란 독수리 한 마리의 무게는 보통 3.7 킬로그램에서 5 킬로그램 사이이다. 녀석들은 충분히 자신의 몸무게에 상당하는 먹이를 운반할 수 있다.
알프스 산맥에 서식하는 독수리들이 가장 좋아하는 먹이는 마못이라고 한다. 마못의 무게가 5킬로그램에서 6킬로그램까지 나갈 수 있으니 당연히 그 정도는 해낼 수 있어야 한다. 물론 강한 바람을 타지 않는다면 멀리까지 운반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독수리 둥지는 보통 녀석들이 사냥하는 공간 아래쪽에 위치해 있다. 먹이를 잡아서 멀리 날아갈 필요 없이 아래로 운반하기만 하면 된다.
이런 점을 모두 고려한다면 2, 3킬로그램 밖에 안나가는 갓난 아이를 낚아채 날아가는 일 따윈 독수리에게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다만 그건 어디까지나 기술적으로 그렇다는 이야기다. 동 서양의 여러 전설에서 언급되는 맹금류에 의한 유아 납치는 실제로 증명된 적이 없다. 현실에서도 그런 예는 없는 것 같다.
독수리 같은 맹금류에 의한 유아 납치 설화는 아마도 날카로운 발톱이나 구부러진 부리에 대한 어떤 공포 또는 혐오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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