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용어들

도시 전설과 가짜 뉴스의 차이

Egaldudu 2025. 5. 22. 15:04
예전에 국만학교 다닐 때를 떠올려보자. 이상하게도 소풍만 가면 비가 왔다. 거의 매년 반복되던 그 이상한 우연에, 아이들 사이에서는 이런 말이 돌았다.

“우리 학교 소사가 이무기를 죽여서 그렇대.”

처음엔 장난처럼 들렸지만, 의외로 다들 고개를 끄덕였던 것 같다. 설명할 길 없는 일이 계속되면 사람들은 그 안에서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싶어진다. 그렇다면 이 이야기는  과연 도시 전설일까? 아니면 일종의 가짜뉴스일까?

 

 

도시 전설 (Urban Legend)

도시 전설 또는 현대 전설(contemporary legend)은 짧고 기이한 일화 형식의 이야기다. 대부분 출처가 불분명하고 등장인물은 익명으로 처리되어 진위를 확인하기 어렵다. 인터넷, 메신저, 입소문 등을 통해 빠르게 퍼지며, 때로는 밈처럼 소비되기도 한다.

 

이러한 이야기들은 흔히친구의 친구에게 일어난 일이라는 구조를 따른다. 경험자의 이름은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지만, 이야기는 언제나 생생하다.

 

예를 들어, 귀신 분장을 한 승객이 택시에 탔는데 기사가 실신했다는 이야기나, 엘리베이터 CCTV에 찍힌 정체불명의 그림자 같은 괴담들은 지역과 시대를 달리해 다양한 버전으로 존재하며 반복적으로 변형된다.

 

도시 전설은 과거 구전민담의 구조를 그대로 이어받고 있다. 과거에는 마을 어귀에서, 지금은 온라인에서, 이야기들은 여전히 살아남아 퍼지고 있다.

 

가짜뉴스 (Fake News)

가짜뉴스는 사실이 아닌 내용을 진실처럼 꾸며 유포하는 것이다. 단순 오보와는 달리 그 핵심에는 의도가 숨어 있다. 정보를 조작해 특정한 인식이나 감정을 유도하려는 목적이 뚜렷하다. 정치적 이득, 상업적 수익, 사회적 갈등 유발 등 동기는 다양하다.

 

비슷한 개념으로호크스(hoax)’가 있다. 이는 장난이나 장식에 가까운 무해한 허위 정보를 뜻하며, 고의 없는 실수에서 비롯된 보도 오류는오보(erroneous report)’로 구분된다.

 

가짜뉴스는 디지털 기술을 통해 확산 속도가 빨라졌다. 소셜 미디어와 검색 알고리즘은 자극적인 정보에 우선순위를 부여하며, 사실 확인 이전에 이미 수백만 회 공유되는 일이 벌어진다.

 

예를 들어, 코로나19 유행 초기에 떠돌던 mRNA 백신은 돌이킬 수 없는 면역 손상을 일으킨다거나, “백신을 맞으면 2년 내 사망한다같은 주장은 전형적인 가짜뉴스로 분류된다. 공포심과 불신을 자극하는 정보는 빠르게 확산되며, 때로는 실질적인 해를 입히기도 한다.

 

소풍 이야기로 돌아가며

도시 전설과 가짜뉴스는 모두 사실 여부가 불확실하거나 거짓인 정보를 다룬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그 목적과 맥락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도시 전설은 대부분 무해하며, 사람들의 상상력과 경험의 틈을 메우기 위해 자연스럽게 생겨난 이야기에 가깝다. 반면, 가짜뉴스는 조작된 정보로 현실에 영향을 미치려는 전략적 도구로 작동한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소풍날마다 비가 오는 이유를 이무기 이야기로 설명한 것은 도시 전설에 더 가깝다. 그 이야기는 누군가를 속이기 위한 허위정보라기보다는, 반복되는 우연에 이야기의 구조를 덧씌우며 의미를 만들려는 상상력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