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317

비 오는 날, 관절이 먼저 안다: 통증예보

비 오는 날이면 무릎이 먼저 안다?“무릎이 쑤시는 거 보니 비가 오려나봐” 노인을 가까이 둔 사람이라면 이런 말을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관절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은 비가 오기 전에 해당 부위에 통증이 먼저 느껴진다고 말한다. 무릎이 쑤시거나 허리가 뻐근한 느낌은 단순한 노화 증상일 수도 있지만, 이상하게도 그런 날에는 어김없이 비가 내리곤 한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오랫동안 과학적으로 명확히 설명되지 않았지만 어느 정도 당연한 일처럼 받아들여져 왔다. 이 오래된 의문에 대한 본격적인 대규모 연구는 2016년 영국 맨체스터 대학교 연구진에 의해 시작되었다. ‘Cloudy with a Chance of Pain’이라는 이름의 이 프로젝트는 13,000명 이상이 스마트폰을 통해 참여한, 당시..

깨진 유리창 오류(broken window fallacy), 보이지 않는 손실

목차1. 보이는 것 뒤에 숨은 손실 2. 수리공이 번 돈, 양복점이 잃은 기회 3.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4. 전쟁, 재난, 파괴는 어떻게 포장되는가 5. 작은 사고에서 배우는 경제학 보이는 것 뒤에 숨은 손실"당신은 혹시, ‘자크 보놈’이라는 선량한 시민이 그의 말썽꾸러기 아들이 유리창을 깨뜨렸을 때 분노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는가? 만약 그 장면을 목격했다면 틀림없이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이렇게 위로하는 소리를 들었을 것이다. 「모든 불행은 어떤 이에게는 이익이 되지요. 이런 사고가 산업을 움직이게 합니다. 모두가 생계를 이어가야 하니까요. 만약 유리창이 절대 깨지지 않는다면 유리 수리공들은 어떻게 먹고살겠어요?」" 프레데릭 바스티아(Frédéric Bastiat)가 자신의 에세이 ..

문어의 색 변화: 고성능 위장의 비밀

목차1. 생존을 위한 색의 기술 2. 색을 바꾸는 피부 구조 3. 두족류만의 정밀 위장 4. 색 변화에 드는 칼로리 5. 위장, 선택의 결과 1. 생존을 위한 색의 기술문어는 자유자재로 피부색을 바꾸는 능력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 기능은 단순한 위장이 아니라 생존, 사냥, 심지어 의사소통까지 아우르는 전략적 수단이다. 포식자를 피하고 먹잇감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문어는 눈 깜짝할 사이에 몸 전체의 색과 질감을 변화시킨다. 사실 이러한 색 변화의 구조와 메커니즘은 비교적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실제로 얼마나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는지는 최근에 들어서야 구체적으로 밝혀지기 시작했다. 2. 색을 바꾸는 피부 구조문어는 피부에 크로마토포어(chromatophore)라는 색소주머니를 가지고 있..

동식물 이야기 2025.06.02

땃쥐(shrew), 알고 보면 쥐가 아닌 쥐

목차1. 쥐라는 이름에 속지 말 것 2. 닮은 점은 외형뿐 3. 뾰족한 이빨과 포식 습성 4. 생물학적 분류부터 다르다 5. 고양이도 구별하는 생물 6. 마무리하며 1. 쥐라는 이름에 속지 말 것‘땃쥐(shrew)’라는 이름만 보면 누구나 이 동물이 쥐의 일종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크기가 작고 꼬리가 있으며 재빠르게 움직이는 모습까지 더해지면 일반적인 생쥐와 구분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동물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쥐(Mouse)와는 전혀 다른 생물이다. 땃쥐는 뾰족코쥐라고도 불리며, 설치류가 아니다. 이들은 전혀 다른 분류군인 식충목(Eulipotyphla)에 속하며, 고슴도치나 두더지와 더 가까운 친척이다. 형태만 비슷할 뿐 진화 계통, 생리 구조, 행동과 생태적 특성까지 모든 면에서 쥐와 ..

동식물 이야기 2025.06.02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새, 흉내지빠귀(mocking bird)

하퍼 리(Harper Lee)는 평생 단 한 편의 소설로 문학사에 남은 드문 작가다. 그 작품은 『앵무새 죽이기』. 그러나 이 번역 제목은 조금 애매하다. 원제는 『To Kill a Mockingbird』, 여기서 mockingbird는 ‘앵무새’가 아니라, 흉내지빠귀라는 전혀 다른 새다. 흉내지빠귀란 어떤 새인가흉내지빠귀(mockingbird)는 북미에 서식하는 참새목 새다. 몸집은 중간 정도이며, 깃털은 회색빛이고 눈에 띄지 않는다. 모양은 평범하지만 소리에 있어서는 비범한 능력을 지녔다. 흉내지빠귀는 다른 새들의 울음소리를 정확하게 모방한다. 한 마리가 수십 종의 소리를 기억해 낼 수 있으며, 이 소리들은 개별적으로 분리되지 않고 이어진다. 노래가 아니라 녹음된 테이프를 빠르게 감는 것 같은 느낌을..

동식물 이야기 2025.06.02

북아프리카 야생으로 돌아온 '긴칼뿔오릭스(scimitar-horned oryx)'

사막에 다시 나타난 동물북아프리카의 사막 자연보호구역에서는 종종 회백색 털과 길게 뻗은 뿔을 가진 동물이 천천히 걸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 동물은 한때 완전히 지상에서 사라졌다고 여겨졌던 ‘긴칼뿔오릭스(scimitar-horned oryx)’다. 지금 이 오릭스는 차드의 자연보호구역에 600마리 이상이 살고 있으며, 자연 속에서 번식하며 야생 생활에 적응 중이다. 20세기 말 야생에서 자취를 감춘 뒤, 다시 북아프리카의 햇빛 아래로 돌아온 것이다. 외형부터 전설처럼 생긴 동물긴칼뿔오릭스는 북아프리카 사막 지대에 서식하던 대형 초식동물이다. 등은 희끄무레한 회백색이고, 목과 가슴에는 옅은 갈색 무늬가 있다. 가장 큰 특징은 머리 뒤쪽으로 길게 휘어진 뿔인데, 이 뿔의 모양이 아라비아 곡검(scimi..

동식물 이야기 2025.06.02

가장 오래 사는 나무, 브리슬콘 파인(Bristlecone Pine)

By Wilson44691, Public Domain, wikimedia commons. 목차1. 단일 개체 생명체로서 최장수 2. 므두셀라(Methuselah): 약 4,850년을 살아온 나무 3. 어떻게 그렇게 오래 살 수 있을까? 4. 다른 오래된 생명체와의 비교 5. 과학적 가치 6. 마무리하며 단일 개체 생명체로서 최장수미국 캘리포니아 주 동부의 고산지대, 화이트 마운틴(White Mountains)에는 바람과 눈, 강한 자외선을 견디며 수천 년을 살아온 침엽수들이 있다. 이 나무들은 브리슬콘 파인(Bristlecone Pine)이라 불리며, 그중 일부는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단일 개체 생명체로 인정받고 있다. 므두셀라(Methuselah): 약 4,850년을 살아온 나무1950년대 ..

동식물 이야기 2025.06.01

한쪽 콧구멍만 막히는 이유: 과학적 원인과 구조

목차1. 두 개의 콧구멍은 같은 일을 할까? 2. 생리학적으로, 콧구멍은 번갈아 쉰다 3. 뇌는 양쪽 코를 다르게 처리한다 4. 왜 굳이 두 개일까? 5. 콧구멍은 단순한 구멍이 아니다 두 개의 콧구멍은 같은 일을 할까?우리는 숨을 쉴 때 두 콧구멍으로 동시에 공기를 들이마신다고 느낀다. 하지만 실제로는 양쪽 콧구멍이 똑같이 작동하지 않는다. 하루에도 여러 차례, 왼쪽이 더 뚫린 것 같기도 하고, 오른쪽이 막힌 것 같기도 한 이유는 그저 기분 탓이 아니다. 몸은 콧구멍을 번갈아 가며 사용하는 생리적 시스템을 갖고 있다. 게다가 놀라운 사실이 하나 더 있다. 오른쪽과 왼쪽 콧구멍은 같은 냄새를 각각 다르게 처리한다. 과학자들은 최근의 실험을 통해 두 콧구멍이 감각기관으로서도 서로 독립적임을 밝혀냈다. 생..

사소한 이야기 2025.05.31

타조알은 정말 맛이 없을까?

By Grenadille, CC BY-SA 4.0, wikimedia commons.일상에서 타조알을 먹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따금 TV나 SNS에 등장하는 ‘이색 식재료’ 정도로 취급되지만, 영양가도 높고 실제로 먹을 수 있는 알임에도 대중적인 소비는 이루어지지 않는다.그렇다면 타조알은 정말로 맛이 없어서 외면당하는 걸까? 의외로 답은 간단하다. 맛은 닭알과 비슷하다먼저 맛 자체는 문제되지 않는다. 타조알은 닭알과 비슷한 풍미를 가지고 있으며, 일부 요리사들은 오히려 조금 더 고소하고 부드럽다고 평하기도 한다. 영양 면에서도 단백질, 지방, 무기질의 구성이 닭알과 큰 차이가 없다. 즉, ‘맛이 없어서’ 사람들이 안 먹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크기와 양타조알은 평균적으로 무게가 약 1.4kg에 이르며,..

동식물 이야기 2025.05.31

누가 온실효과를 처음으로 발견했을까?

By HejRonja, CC BY-SA 4.0, wikimedai commons.오늘날 기후 위기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되는 온실효과(Greenhouse Effect)는 사실 19세기 중반부터 과학자들의 탐구 대상이었다. 지구 대기 중 특정 기체가 태양 에너지를 흡수하고 다시 지표면으로 복사함으로써 지구 온도 유지에 영향을 준다는 개념은 현대 기후 과학의 기초를 이루는 이론이다. 이 이론을 처음으로 실험적으로 입증한 인물은 놀랍게도 당시 여성이라는 이유로 과학계 주변에 머물러야 했던 한 과학자였다. 유니스 뉴턴 푸트, 시대를 앞서간 실험자유니스 뉴턴 푸트(Eunice Newton Foote, 1819~1888)는 미국 출신의 과학자이자 발명가, 그리고 여성 참정권 운동의 초기 주역이었다. 그녀는 태양광이 ..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