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624

식기세척기(dishwasher)의 발명 – 조세핀이 만든 일상 혁신

오늘날 주방 가전 중 하나로 자리 잡은 식기세척기는 한 사람의 불편한 경험에서 출발한 발명품이다. 미국 오하이오주 애쉬타불라(Ashtabula) 카운티에서 태어난 조세핀 코크런(Josephine Cochran, 1839 ~ 1913)은 아끼던 도자기 접시들이 손 세척 도중에 깨지는 것을 보고 새로운 방식을 고민했다. (1) 물의 압력을 이용한 구조와 상업화초기에는 손으로 돌리거나 솔로 문지르는 실험적 장치가 일부 있었지만, 식기를 고정한 채 물을 분사해 자동으로 세척하는 구조는 조세핀 코크런이 처음으로 실용화했다. 그녀의 세척기는 구리 보일러에서 데운 비눗물을 모터 구동 장치가 식기 위로 분사하는 방식으로 작동했다. 1886년 12월 28일 그녀는 이 설계를 “Dish-Washing Machine”이라는..

발명품 이야기 2025.11.16

피그미 파인샙(Pygmy Pinesap) - 죽은 척하는 식물, 자연의 은밀한 전략

By Jasper Shide - Own work, CC0, wikimedia commons. 위장으로 살아남는 피그미 파인샙미국 동부 숲에 사는 피그미 파인샙(Pygmy Pinesap, Monotropsis odorata)은 멀리서 보면 말라붙은 잎더미처럼 보이는 독특한 식물이다. 분홍빛 꽃과 보라색 줄기를 숨기며 주변 낙엽과 비슷한 외형을 만들어내는데, 이는 천적에게 눈에 띄지 않기 위한 생존 전략이다. 실제로 이런 위장이 없다면 이 식물은 네 배 더 자주 먹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을 만큼, “죽은 척하는 모습”은 생존에 꼭 필요한 장치다. 보호와 번식 사이의 딜레마하지만 위장은 장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모습이 너무 눈에 띄지 않다 보니 수분을 도와줄 곤충들조차 식물을 발견하기 어려워지는 역설이 생긴다..

동식물 이야기 2025.11.15

사람의 1년은 개의 7년, 이 공식 맞을까?

1. 익숙한 공식, 그러나 단순하지 않다“개의 1년은 인간의 7년”이라는 말은 오랫동안 상식처럼 퍼져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개의 성장 속도는 인간과 전혀 다른 리듬을 갖고 있으며, 품종과 크기에 따라 노화의 속도도 크게 달라진다. 2. 나이보다 ‘단계’로 이해하기개의 나이를 이해하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생애 주기별로 대응시키는 것이다.출생~6개월: 인간의 유아기에서 유치원기6개월~1년 반: 인간의 청소년기1~6년: 20세에서 40세 사이 인간의 활동기(성년기)7~9년: 중년기(인간의 50세~60세)10년 이후: 노년기(특히, 12~13세 이후는 인간의 70세 이상)즉, 단순히 나이에 7을 곱하기보다, 각 시기가 어떤 단계에 해당하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 작은 개는 ..

동식물 이야기 2025.11.11

제철 과일과 채소, 자연이 정해준 가장 완벽한 타이밍

우리는 이제 계절과 상관없이 어떤 과일이나 채소든 살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하지만 제철이 아닌 음식은 환경에도, 건강에도, 그리고 맛에서도 손해다. 1. 계절은 몸의 언어를 알고 있다‘제철 음식’이란 단순히 수확 시기를 뜻하지 않는다. 그건 자연이 완숙한 순간에 내어주는 식재료, 그리고 우리 몸이 그 시점에 가장 필요로 하는 영양을 담은 식품을 의미한다. 여름의 오이, 수박, 토마토는 체온을 낮추고 수분을 보충한다. 반대로 겨울의 양배추, 브로콜리, 무 같은 십자화과 채소는 체내 열 생성을 돕고, 면역 기능을 강화한다. 이건 단순한 기분의 문제가 아니라, 계절과 생리 리듬이 맞물려 작동하는 자연의 조화다. 2. 신선함은 곧 영양이다과일과 채소의 영양 가치는 수확 시점에 최고조에 달했다가, 시간이 ..

동식물 이야기 2025.11.07

온실 속의 나무는 왜 야외보다 약할까

By Daderot - Own work, Public Domain, wikimedia commons. 서론나무가 온실에서 더 잘 자라지만, 실제로는 야외의 나무보다 약하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다. 이는 빛이나 온도, 이산화탄소 농도 때문이 아니라, 바람(wind)의 부재 때문이다. 이 현상은 미국 애리조나의 대형 생태 실험시설 ‘바이오스피어 2(Biosphere 2)’에서 명확히 관찰되었다. 바이오스피어 2 실험바이오스피어 2는 1991년에 개장된 거대한 밀폐형 생태계 실험시설로, 지구의 다양한 생물권을 축소해 재현한 공간이었다. 이 안에는 열대우림, 사막, 해양 등 여러 생물권(biome)이 인공적으로 유지되고 있었다. 그중 ‘안개 사막(Fog Desert)’ 구역에서는 선인장과 관목, 그리고 몇 종의 ..

동식물 이야기 2025.11.07

새는 왜 잠들어도 나뭇가지에서 떨어지지 않을까?

어두운 숲속 어딘가, 새들은 나뭇가지 위에서 조용히 잠을 잔다. 비록 우리가 쉽게 볼 수는 없지만, 그들은 떨어지지 않은 채 균형을 유지한다. 이 놀라운 현상은 단순한 균형감각의 결과가 아니라, 새의 독특한 수면 방식과 다리의 생리적 구조가 함께 만들어낸 것이다. 짧고 효율적인 ‘새의 잠’새는 포유류처럼 깊고 긴 잠을 자지 않는다. 연구에 따르면 새의 REM 수면(급속 안구 운동 수면) 단계는 평균 10초 남짓으로, 포유류의 수 분에 비해 매우 짧다. 대신 새는 하루 동안 여러 차례 짧은 ‘깜빡 수면’을 반복하며 피로를 회복한다. 또한 일부 종은 한쪽 뇌만 잠들게 하는 반구수면(unihemispheric sleep)을 할 수 있다. 이 상태에서는 한쪽 눈은 감고 다른 한쪽은 뜬 채로 휴식을 취한다. 덕분..

동식물 이야기 2025.11.06

돌고래의 지능, 바다에서 진화한 사고의 구조

돌고래는 지능이 높은 동물로 알려져 있다. 그들의 협동 사냥이나 소리를 통한 의사소통은 인간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하지만 지능을 판단하는 기준은 인간 중심적인 경우가 많다. 돌고래의 뇌는 인간의 뇌와 구조적으로 비슷하지만 수중 생활에 특화된 독특한 기능을 발전시켰다. 1. 뇌의 크기보다 중요한 것과학자들은 지능을 단순히 뇌의 크기로 측정하지 않는다. 대신 ‘뇌화 지수(Encephalisation Quotient, EQ)’라는 지표를 사용한다. EQ는 신경과학자 해리 J. 제리슨(Harry J. Jerison)이 1973년에 소개한 개념으로, 체중에 비해 뇌가 얼마나 큰지를 나타낸다. 이 비율이 높을수록 복잡한 사고와 사회적 행동을 수행할 가능성이 커진다. 인간의 EQ는 약 7.4~7.8, 병코돌고래(b..

동식물 이야기 2025.11.03

한국에서만 자생하는 하얀 봄꽃, 미선나무

By Dalgial - Own work, CC BY-SA 3.0, wikimedia commons 1. 한국에서만 자생하는 나무미선나무(Abeliophyllum distichum Nakai)는 우리나라에서만 자생하는 한국 고유속식물(endemic genus)이다. ‘미선(尾扇)’이라는 이름은 그 열매 모양에서 유래했다. 납작하고 둥근 부채꼴의 열매가 미선부채(尾扇)를 닮았기 때문이다. 식물학적으로는 물푸레나무과(Oleaceae)에 속하지만, 개나리(Forsythia)나 물푸레나무(Fraxinus)와는 전혀 다른 독립된 속(屬, genus)으로 분류된다. 즉, 하나의 속에 단 한 종만 존재하는 ‘단일속식물’로, 학문적으로도 희귀한 사례에 속한다. 2. 봄을 가장 먼저 여는 꽃By 문화재청, KOGL Ty..

동식물 이야기 2025.10.29

사람이 반려동물 사료를 먹어도 될까?

반려동물의 사료는 냄새나 질감이 사람의 음식과는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식품 부산물로 만들어진 가공품이다. 그렇다면 성분상으로는 사람이 먹을 수 있을까? 정답은 “단기간이라면 가능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부적합하다. 1. 성분 자체는 독성이 아니다대부분의 개·고양이 사료는 육류 부산물, 곡물류, 지방, 비타민, 미네랄 등으로 구성된다. 이 재료들은 사람의 식품 제조 과정에서 나온 하위 등급 원료인 경우가 많다. 즉, 사료에는 독성 물질이 포함되어 있지 않으며, 위생적으로 보관된 제품이라면 소량 섭취가 바로 해를 끼치지는 않는다. 2. 사람에게는 영양이 맞지 않는다그러나 문제는 영양 구성의 방향이 완전히 다르다는 점이다. 사람에게 필수인 비타민 C는 사료에 거의 없고, 반려동물에게 중요한 비타민 D, K, 타우..

동식물 이야기 2025.10.28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무, 하이페리온(Hyperion)

By NPS Photo, Public Domain, wikimedia commons 1. 하늘을 향한 기록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무의 이름은 하이페리온(Hyperion)이다. 이 거대한 나무는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의 레드우드 국립공원(Redwood National Park) 안에 자리한 상록 세쿼이아(Sequoia sempervirens) 종이다. 2006년, 두 명의 자연 탐사자 크리스 앳킨스(Chris Atkins)와 마이클 테일러(Michael Taylor)가 숲의 밀림 속에서 이 나무를 발견했다. 정확한 높이는 115.92미터로, 약 38층 건물에 해당한다. 이후의 여러 측정에서도 그 기록은 여전히 깨지지 않았다. 2. ‘하이페리온’이라는 이름하이페리온(Hyperion)은 그리스 신화에서 태양의 신..

동식물 이야기 2025.10.28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