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명품 이야기

덕트테이프와 WD-40: 일상을 조용히 지탱하는 발명품들

Egaldudu 2025. 3. 29.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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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 it moves and it shouldn't, use duct tape.
If it doesn't move and it should, use WD-40.

 

움직이면 안 되는데 움직이면, 덕트테이프를 써라.
움직여야 하는데 안 움직이면, WD-40을 써라.

 

(출처 미상. '생활의 지혜처럼 굳어진 표현)

 

 

서론

앞서 말한 두 문장은 농담 같지만 의외로 실용적이다. 무언가를 고정할 필요가 있을 땐 덕트테이프가, 움직임을 되살리고 싶을 땐 WD-40이 등장한다. 둘 다 기능은 단순하지만 상황을 바꾸는 힘을 가지고 있다.

 

흥미로운 공통점은 두 제품 모두 군수 산업에서 출발했다는 점이다. 하나는 전쟁 중에, 다른 하나는 냉전기의 미사일 개발 현장에서 만들어졌고, 지금은 누구나 일상에서 사용하는 도구가 되었다.

 

1. 덕트테이프 찢어지지만 질긴 도구

덕트테이프는 천 섬유에 폴리에틸렌 코팅이 더해진 테이프다. 손으로 찢을 수 있지만, 한 번 붙이면 꽤 강하게 고정된다. 물과 먼지에 강하고, 거의 모든 재질에 잘 붙는다. 금속, 목재, 플라스틱, 콘크리트까지 범용성이 높다.

 

그 기원은 1942년 제2차 세계대전 중 미국 군수 현장이다. 기존에 쓰던 왁스 종이 테이프는 습기에 약해 병사들이 불편을 겪고 있었다. 당시 존슨앤존슨(Johnson & Johnson) 계열 공장에서 천에 방수 코팅을 입힌 테이프를 개발했고, ‘오리처럼 물을 튕긴다는 의미에서 처음엔 “Duck Tape”이라 불렸다.

 

전쟁이 끝난 후에는 가정용 배관 수리에 널리 쓰이며 ‘Duct Tape’이라는 이름으로 굳어지게 된다. 한국에서는 초록색 버전이 가장 널리 퍼졌고, 이삿짐 고정, 현장 보수, 천막 보강, 광고물 부착 등 여전히 다양한 상황에서 쓰이고 있다.

 

WD-40 윤활, 방청, 제거, 다 된다

WD-40의 출발도 전쟁 이후 냉전기의 군수 산업이다. 1953, 미국 로켓다인사는 미사일 연료탱크의 산화를 막을 방청제를 개발하던 중 40번째 실험 끝에 성공한다. 이 공식은 ‘Water Displacement, 40th formula’(수분 제거를 위한 40번째 공식)의 약자인 WD-40이라는 이름으로 제품화되었다.

 

원래는 미사일 보호용이었지만 나중엔 항공기 외부 코팅, 자동차 정비, 가전 수리 등 민간 용도로 빠르게 확산되었다. 지금은 자전거 체인, 문 경첩, 녹슨 나사, 붙은 스티커까지 생활 곳곳에서 사용된다.

 

WD-40은 기본적으로 청소제이자 방청제다. 윤활 기능도 있지만 본격적인 기계 윤활유와는 역할이 다르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은 "일단 뿌려보는 용도"로 자주 사용한다. 그만큼 범용적이고 익숙하며 믿을 수 있는 도구로 자리 잡았다.

 

조용한 생존 도구

둘 다 특별한 기술처럼 보이진 않는다. 그러나 고장나고 삐걱거리는 일상에서 단순한 도구 하나가 상황을 바꾸는 순간이 있다. 붙이고, 뿌린다. 그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는 제품들. 덕트테이프와 WD-40은 설명 없이 꺼내지고, 말없이 제 역할을 한다.

 

기술이 늘 화려할 필요는 없다. 진짜 유용한 발명은 조용히 삶 속에 스며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