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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시시즘(Narcissism), 과잉 자존감의 이면

나르시시즘의 기원‘나르시시즘(Narcissism)’이라는 개념은 고대 그리스 신화와 현대 심리학 모두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다. 신화 속 인물 나르키소스는 연못에 비친 자신의 얼굴에 매혹되어 그 모습을 안으려다 물에 빠져 죽는다. 그는 타인의 사랑을 거부하다가 결국 자기 자신에 대한 사랑에 파괴되는 존재로 그려지며, 이 이야기는 병적인 자기 집착의 상징으로 해석되어왔다. 이 신화를 현대 심리학 개념으로 전환한 인물이 바로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였다. 그는 1914년 논문에서 나르시시즘을 정신 발달의 한 단계이자 병리적 자기애의 구조로 이론화했다. 프로이트는 먼저 영아기의 자기중심적 상태를 ‘1차 나르시시즘’이라 부르고, 이후 성인이 되어 다시 자신에게 리비도(심리적 에너지)를 집..

고슴도치와 5000개의 가시

고슴도치는 유럽과 서아시아의 숲과 정원에서 흔히 발견되는 야행성 포유류다. 작고 둥근 몸에 가시를 두르고 있는 이 동물은 방어본능으로만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정교한 감각과 빠른 반응 속도를 갖춘 야생의 생존자다. 빠른 걸음과 실용적인 발고슴도치(Erinaceus europaeus)는 날카로운 발톱을 이용해 마른 식물 조각을 모아 자신만의 둥지를 만든다. 그러나 이 발은 단지 둥지 조성용이 아니다. 고슴도치는 이 다리로 시속 약 7km, 초당 약 2미터의 속도로 걷는다. 몸길이 30cm 남짓한 동물로서는 놀라운 속도다. 100개에서 5000개로, 가시의 진화고슴도치는 태어날 때 분홍빛 피부에 부드러운 털과 함께 약 100개 안팎의 연한 가시를 지닌다. 이 초기 가시는 거의 투명하고 유연하지만, 생후 4~5..

동식물 이야기 2025.07.24

여우, 감각과 전략의 야생 포식자

넓은 서식 범위여우(Vulpes vulpes)는 환경에 빠르게 적응하는 동물이다. 대도시 외곽에서부터 시베리아의 삼림, 사막의 바위틈까지, 여우가 없는 곳을 찾기가 오히려 더 어렵다. 이 놀라운 분포력의 배경에는 단순한 생존기술이 아니라, 정보를 처리하고 판단을 조정하는 능력이 있다. 여우는 감각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조건을 파악하고, 상황에 맞춰 반응을 바꾸며, 이전의 경험을 기반으로 행동을 조정한다. 이는 야생 동물들 사이에서도 흔치 않은 특성이다. 개과 동물 중 독립적인 분기여우는 넓은 의미에서 개과(Canidae)에 속하는 동물이다. 늑대, 코요테, 개처럼 무리 생활을 기반으로 한 종들과 함께 분류되지만, 여우는 이들과는 뚜렷이 다른 방향으로 진화해왔다. 여우가 속한 여우속(Vulpes)은 비..

동식물 이야기 2025.07.24

하늘을 장악한 기술, 드론(Drone)

무인항공기의 역사부터 산업을 바꾸는 현재까지하늘 공간의 새로운 패러다임무인항공기(UAV, Unmanned Aerial Vehicle), 일명 드론은 하늘을 나는 무인 비행체로 이미 우리의 일상과 산업 곳곳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우리에겐 단순한 취미 촬영 도구로 익숙하지만, 실제로는 의료, 물류, 환경 모니터링, 우주 탐사, 농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기술적 전환을 이끌고 있다. 하지만 드론이 처음부터 민간 기술로 출발한 것이 아니다. 그 기원은 전쟁과 군사전략에 있으며, 첨단 무기의 일환으로 개발되고 진화해 왔다.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드론은, 이처럼 군사 기술을 뿌리에 두고 비약적인 발전을 거쳐 등장한 결과물이다. 드론의 탄생: 무선 조종의 시작드론의 아이디어는 19세기 말, 천재 발명가 니콜라 테슬..

발명품 이야기 2025.07.24

길조에서 도둑까지, 까치를 바라보는 두 개의 시선

1. 우리에게는 길조한국에서 까치(Pica pica)는 길조다. 새해 첫날 까치가 울면 좋은 소식이 오고, 까치집이 생기면 사람이 들어온다고 한다. 까치는 ‘반가운 손님’, ‘좋은 징조’의 상징이자 교가나 동요에도 등장하는 친숙한 새다. 도시 공원, 학교 주변, 고압선 철탑 등 어디서나 볼 수 있으며, 흑백 대비의 날렵한 몸과 긴 꼬리, 깍깍대는 울음소리로 쉽게 알아볼 수 있다. 2. 유럽에서는 도둑 까치유럽에서는 까치가 도둑 이미지로 유명하다. 프랑스의 오페라 《도둑 까치(La pie voleuse)》, 영어의 ‘magpie thief(도둑 까치)’, 독일어의 ‘die diebische Elster(도둑질하는 까치)’ 등은 모두 까치를 반짝이는 물건을 훔쳐 숨기는 새로 묘사한다. 그러나 실제로 까치가 ..

동식물 이야기 2025.07.23

부의 효과(Wealth Effect): 소비를 부르는 심리의 함정

자산이 오르면, 마음도 들뜬다어느 날 갑자기 집값이 몇 억 원 올랐다. 주식도 제법 수익을 내고 있고, 은행 잔고도 늘어났다. 월급은 그대로인데도 묘한 여유가 생긴다. 평소라면 망설였을 지출에도 지갑이 쉽게 열린다. 이처럼 실질소득이 늘지 않았는데도 소비성향이 커지는 현상을 경제학에서는 ‘부의 효과(wealth effect)’라고 부른다. 이 효과는 개인이 체감하는 부(富)가 자산의 장부가치, 즉 주식 평가액이나 부동산 시세, 혹은 암호화폐의 시가 총액 등에 의해 좌우될 때 발생한다. 하지만 이러한 수치는 현금화되지 않은 ‘잠재적 부’일 뿐, 실제 지출능력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문제는 이 착각이 소비 행태와 경제 전반에 상당히 실제적인 영향을 준다는 점이다. 착시로 인한 소비, 그 대가는 컸다2000년대..

소나무, 한국 산림의 상징

By Spark0621 - Own work, CC BY-SA 3.0, wikimedia commons.구과식물로서의 소나무소나무(Pinus densiflora)는 구과(毬果, 솔방울)식물로, 바늘잎을 가진 상록 침엽수다. 수피가 붉은 색을 띠기 때문에 ‘적송’이라고도 불린다. 바늘처럼 생긴 잎이 특징이며, 추운 겨울에도 낙엽이 지지 않아 ‘늘푸른나무’로 분류된다. 우리나라 산림의 약 20%를 차지할 만큼 분포 면적이 넓고 밀도도 높다. 소나무속(Pinus) 식물은 세계적으로 100여 종 이상이 있으며, 그중 한국에서는 소나무(Pinus densiflora), 곰솔(P. thunbergii), 잣나무(P. koraiensis) 등이 널리 분포한다. 소나무의 생태적 특징소나무는 보통 높이 15~25미터까지..

동식물 이야기 2025.07.23

고통지수(Misery Index) – 물가도 오르고, 일자리도 없다면?

By Wikideas1 - Own work, CC0, wikimedia commons.우리는 매일같이 뉴스를 통해 실업률과 물가 상승률, 경기지표와 같은 수많은 경제 수치를 접한다. 그런데 이 복잡한 수치들을 단 하나의 지표로 요약할 수 있다면 어떨까? 바로 ‘고통지수(Misery Index)’가 그런 역할을 한다. 지표 하나로 읽는 체감경제'고통지수(Misery Index)’는 이름 그대로 경제적 ‘고통’을 수치화한 지표다. 개념은 단순하다. 실업률과 물가상승률(Inflation Rate)을 더하면 된다. 즉, 고통지수 = 실업률(Unemployment Rate) + 물가상승률(Inflation Rate) 처음 이 개념을 제시한 이는 미국의 경제학자 아서 오쿤(Arthur Okun)으로, “국민이 ..

물가가 오르는 이유는? – 인플레이션의 본질과 우리의 삶

돈의 가치가 변한다는 것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현실 중 하나는 물가 상승이다. 같은 돈으로 살 수 있는 물건의 양이 점점 줄어든다는 느낌, 바로 이것이 인플레이션(inflation)의 결과다. 인플레이션은 일정 기간 동안 상품과 서비스의 전반적인 가격이 상승하는 현상을 말하며, 이는 곧 화폐의 실질가치가 하락한다는 의미다. 단순히 ‘모든 게 비싸졌다’는 감정 뒤에는 경제 전반에 걸친 복잡한 원인과 파장이 숨어 있다. 인플레이션은 언제, 어떻게 발생하는가인플레이션은 대체로 두 가지 메커니즘을 통해 발생한다. 첫째는 수요 견인 인플레이션. 경기 호황기에 사람들이 소비를 늘리고, 시장에 돈이 넘쳐나며, 수요가 공급을 초과할 때 발생한다. 둘째는 공급 비용 상승형 인플레이션으로, 원자재나 에너지 같은 필수 품목의..

탈출하지 못하는 열, 온실효과(Greenhouse Effect)의 원리

By A loose necktie - Own work, CC BY-SA 4.0, wikimedia commons태양은 지구 생명의 원천이다. 그러나 이 막대한 에너지가 그대로 방출되고 사라진다면 지구는 생명이 살아갈 수 없는 얼음행성에 불과했을 것이다. 낮 동안 태양빛을 받고 밤에는 그 열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붙잡아두는 이 절묘한 균형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온실효과(Greenhouse Effect)’다. 대기의 구조와 기능지구 대기는 질소와 산소를 주성분으로 하며, 극히 일부가 온실가스로 작용한다. 이 중 수증기(H₂O), 이산화탄소(CO₂), 메탄(CH₄), 아산화질소(N₂O), 오존(O₃)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대부분 대류권에 존재하며, 적외선 복사 에너지를 흡수하고 재방출함으로써 지구 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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