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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오면 왜 세상이 조용해질까

- - - 6월에 하는 겨울 생각 - - -내가 눈을 사랑하는 까닭은 눈이 조용히 내리기 때문입니다.내가 전쟁을 싫어하는 까닭은 전쟁이 소란스럽기 때문입니다.(김세경) 낯선 고요 속의 풍경눈 오는 날, 거리의 소음은 마치 꺼진 듯 잦아든다. 익숙했던 자동차의 굉음도, 사람들의 발걸음도, 갑자기 모두 사라진 듯 느껴진다. 많은 이들이 이 정적에 대해, ‘눈이 온 세상을 덮었다’라고 표현하지만 그것은 단순한 시적 표현만은 아니다. 눈은 실제로 세상의 소리를 지우는 자연의 장치다. 눈송이 사이의 공기층눈송이는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작고 복잡한 구조를 갖고 있다. 이 정교한 결정들은 서로 부딪히며 수많은 공기 주머니를 만든다. 이 공기층은 우리가 흡음재로 사용하는 방음 패널과 비슷한 역할을 한다. 소리의 파동..

사소한 이야기 2025.06.20

가장 오래 겨울잠을 자는 동물은 무엇일까?

목차서론: 현재까지 알려진 ‘최장 겨울잠 동물’ 1. 알래스카의 겨울, 마멋의 동면 2. 체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북 땅다람쥐 3. 이 둘은 왜 특별한가? 결론: 동면은 살아남는 방식이다 서론: 현재까지 알려진 ‘최장 겨울잠 동물’ 겨울잠을 가장 오래 자는 동물이 뭘까 물으면 제일 먼저 곰이 머리에 떠오를 것 같다. 하지만 과학적 관측에 따르면 가장 긴 겨울잠의 주인공은 곰이 아니라 두 종류의 작은 설치류, 바로 알래스카 마멋(Marmota broweri)과 북극 땅다람쥐(Spermophilus parryii)다. 이들은 길고, 우리의 일반적 상식을 훨씬 뛰어넘는 극단적인 방식으로 겨울잠을 잔다. 1. 알래스카의 겨울, 마멋의 동면By BLM Alaska, public domain, wikimedia c..

동식물 이야기 2025.06.20

타조는 위험을 피하려고 머리를 땅속에 파묻는다?

이 유명한 속설은 한 번쯤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타조가 위협을 받으면 현실을 외면하듯 머리를 모래 속에 숨긴다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동물 행동학적 관점에서 보면, 이 주장은 사실이 아니며 생물학적으로도 비합리적인 내용이다. 실제 타조의 생태와 행동을 살펴보면, 이 오해가 어떻게 시작됐고 왜 잘못됐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 오해의 기원: 시각적 착오와 고대 문헌타조(Struthio Camelus)가 머리를 땅에 파묻는다는 신화는 고대의 잘못된 관찰과 해석에서 유래한 것이다. 특히 고대 로마의 자연학자 플리니우스(Plinius il Vecchio)는 저서 《자연사(Naturalis Historia)》에서 타조가 머리와 목을 덤불 속에 숨기면, 몸 전체가 숨겨졌다고 생각한다고 기록했다. 이 표현은 타조가..

동식물 이야기 2025.06.20

영원히 ‘어린 동물’, 아홀로틀(Axolotl)

물괴물이라 불리는 평화로운 생명체‘아홀로틀(Ambystoma mexicanum)’이라는 이름은 아즈텍 언어 나우아틀(Nahuatl)에서 유래했으며, 그 의미는 다소 무시무시한 ‘물괴물(water monster)’이다. 하지만 점박이 도롱뇽과의 일종인 이 작은 양서류는 실제로는 평화롭고 온순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 물속에서 주로 작은 먹잇감만을 사냥하며 조용히 살아간다. 아홀로틀은 멕시코 소치밀코(Xochimilco) 지역의 수로에 서식해왔지만, 도시 팽창과 수질 오염, 외래 어종 도입 등의 이유로 자연 개체 수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실제로 1998년엔 1㎢당 약 6,000마리가 관찰되었지만, 2017년에는 단 35마리만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현재 야생 개체 수는 1000마리도 안될 것으로 추정되지만,..

동식물 이야기 2025.06.19

독이 있는 새도 있을까? - 뉴기니의 미스터리한 새, 피토후이

By Benjamin Freeman, CC BY 4.0, wikimedia commons.독이 있는 새, 피토후이새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맑고 고운 지저귐, 아름다운 깃털, 그리고 평화로운 이미지일 것이다. 하지만 세상에는 그런 고정관념을 가볍게 깨버리는 새도 있다. 가장 잘 알려진 예가 피토후이(Pitohui)로 뉴기니의 열대우림에 서식하는 조류다. 하나의 이름, 세 갈래 계보피토후이는 뉴기니(New Guinea) 특산종으로, 이 이름은 하나의 종이나 속을 뜻하는 명칭이 아니라, 여러 과(family)와 속(genus)에 걸쳐 있는 다양한 새들을 아우르는 통칭이다. 원래는 모두 같은 그룹으로 분류됐었지만, 2013년 유전자 분석을 통해 세 과(Oreoicidae, Pachycephalida..

동식물 이야기 2025.06.19

유아기 기억상실(Infantile Amnesia, 아동기 건망증)

1. 유아기 기억은 왜 사라질까?많은 사람들이 아기 때의 기억을 거의 떠올리지 못한다. 2~3세 이전의 일은 물론이고 4~5세 때의 기억도 흐릿한 경우가 많다. 이는 단순한 망각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나타나는 보편적인 현상으로, 학계에서는 이를 ‘유아기 기억상실(Infantile Amnesia)’이라고 부른다. 이 현상은 단지 아기들이 멍하게 살았기 때문이 아니라, 인간의 뇌 발달과 인지 기능의 복잡한 작용에서 비롯된다. 2. 뇌 발달과 기억 형성의 관계해마(hippocampus)는 뇌에서 장기 기억을 형성하고 저장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구조다. 특히 서사적 기억(narrative memory), 즉 시간의 흐름에 따라 사건을 배열하고 이야기로 구조화하는 기억에 중요한 기능을 담당한다. 하지만 출..

생태계를 위한 새로운 선택, ‘재자연화(rewilding)’

잔디밭은 이제 그만우리는 녹색 잔디밭을 보면 '관리 잘 된 풍경'을 떠올린다. 공원, 학교 운동장, 아파트 단지, 심지어 고속도로 옆까지 — 잔디는 일종의 '표준 경관'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이제 전 세계적으로 잔디의 생태적 문제를 지적하는 움직임, 즉 ‘재자연화’ 운동이 주목받고 있다. 이 움직임은 보기 좋은 잔디 이면에 숨겨진 환경비용에 대한 경고를 담고 있다. 왜 잔디가 문제일까?◎ 어마어마한 물 낭비잔디를 푸르게 유지하려면 막대한 양의 물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미국의 경우, 하루에 약 1,500만 톤의 물이 잔디 관리를 위해 사용된다. 기후위기와 가뭄이 심화되는 오늘날 이는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수치다. ◎ 살충제・제초제의 과다 사용잔디밭은 해충과 잡초에 민감해 농약과 제초제가 끊임..

모라토리엄(Moratorium)이란 무엇인가?

목차서론: 위기 속에서 시간을 벌어주는 정책적·법적 수단 1. 모라토리엄의 정의 2. 모라토리엄의 다양한 형태 3. 법적 기반과 제도적 정당성 4. 주요 사례 분석 5. 경제적 의미와 파급효과 6. 한국에서의 적용 사례 결론: 유예는 해결이 아니다 서론: 위기 속에서 시간을 벌어주는 정책적·법적 수단 현대사회는 예상치 못한 위기와 충격에 지속적으로 노출되어 있다. 팬데믹, 금융위기, 자연재해, 지정학적 갈등 등 다양한 상황 속에서 정부와 기업, 개인은 때로 ‘시간을 벌기 위한 조치’를 필요로 한다. 이때 등장하는 개념이 바로 모라토리엄(Moratorium)이다. 1. 모라토리엄의 정의모라토리엄은 라틴어 morari(지연하다)에서 유래된 용어로, 특정한 법적·경제적 의무의 일시적 정지 혹은 유예를 의미한다..

소리로 유리잔을 깨뜨릴 수 있을까?

여리고 성벽의 전설"이에 백성은 외치고 제사장들은 나팔을 불매 백성이 나팔 소리를 들을 때에 크게 소리 질러 외치니 성벽이 무너져 내린지라” (여호수아 6장 20절) 고대 이스라엘의 여리고 성벽 이야기에서, 소리가 거대한 성벽을 무너뜨렸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이 이야기는 수천 년 동안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해왔다. 정말 소리의 힘이 물리적인 구조물을 무너뜨릴 수 있을까? 이 흥미로운 질문은 단순한 신화를 넘어, 현대 과학에서 연구되는 주제이기도 하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소리로 유리잔을 깨뜨리는 공명 현상이다. 소리와 공명의 원리소리는 공기를 매질로 삼아 전달되는 에너지의 일종이다. 이 에너지는 파동의 형태로 퍼지며, 파동이 물체에 닿으면 그 안에 있는 입자들 역시 진동하게 된다. 이때 소리의 진..

사소한 이야기 2025.06.18

글로벌 투자전략: 캐리 트레이드(Carry Trade)란?

투자 세계에는 수많은 복잡한 전략이 존재하지만, 캐리 트레이드는 비교적 단순하면서도 강력한 수익 창출 전략으로 오랫동안 주목받아 왔다. 이 전략은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오랜 시간 사용되어 왔고, 현재도 다양한 형태로 계속 활용되고 있다. 그렇다면 캐리 트레이드는 정확히 무엇일까? 캐리(Carry)라는 용어의 어원‘캐리(Carry)'라는 말은 원래 금융 실무에서 사용되던 표현이다. 금융에서 캐리란 자산을 보유할 때 조달 비용과 보유 수익 간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수익 또는 비용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채권에서 발생하는 이자 수익이 조달 비용보다 높으면 양의 캐리(Positive Carry)라고 하며, 보유 자산의 수익이 조달 비용보다 낮을 경우 음의 캐리(Negative Carry)라고 한다. 이후 투자자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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