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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문은 왜 평생 변하지 않는 걸까

지문은 누구에게나 하나뿐인 무늬다. 과학 수사에서 개인을 식별하는 데 사용될 만큼 고유하고, 변하지 않는 특징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지문은 정말로 한 번 정해지면 평생 그대로일까? 일상 속에서는 지문이 흐려지거나 사라지는 듯 보이는 순간들도 분명히 존재한다. 태어나기 전의 흔적지문은 태어나기 세달 전, 손끝 피부가 처음 형태를 갖춰가는 시기에 형성된다. 이때 손가락이 자라는 속도, 피부층의 주름, 세포 분열의 불균형, 손에 가해지는 압력과 움직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무늬가 만들어진다. 이러한 무늬는 피부 표면에만 그려지는 것이 아니라, 표피 아래의 진피와 맞닿는 깊은 구조에까지 형성되며, 한 번 형성된 이후에는 바뀌지 않는다. 일란성 쌍둥이조차 지문이 다르다는 사실은 지문이 유전만으로 설명되지 않고..

사소한 이야기 2025.07.18

세상에서 가장 더운 데쓰밸리(Death Valley)와 로드러너(Roadrunner)

증발하는 땀, 지구 최악의 더위미국 캘리포니아주와 네바다주 사이, 모하비 사막의 동쪽 끝자락에 위치한 데쓰밸리(Death Valley)는 이름부터 강렬하지만, 그 실체는 훨씬 더 혹독하다. 1913년 7월 10일, 이 지역의 퍼니스 크리크(Furnace Creek)에서는 섭씨 56.7도(화씨 134도)라는 기온이 공식 관측되었다. 이는 세계기상기구(WMO)가 현재까지 인정하고 있는 지구 최고 기온 기록이다. 100년이 지난 지금도 이 기록은 깨지지 않고 있다. 데쓰밸리는 연평균 강수량이 약 50mm에도 못 미치는 초건조 지역이다. 낮 동안 가열된 지표면의 열이 밤에도 충분히 식지 않고 누적되며, 사방을 둘러싼 높은 산맥은 복사열이 대기 중에 고이도록 막아준다. 바람은 거의 없고 습도도 극도로 낮아, 피..

동식물 이야기 2025.07.16

오징어는 물고기가 아니다 – 두족류의 세계

오징어는 물고기가 아니다오징어, 문어, 갑오징어 – 이들은 일상에서 흔히 ‘물고기’로 오해받는다. 그러나 이들은 물고기가 아니다. 이들의 진짜 정체는 두족류(Cephalopoda), 즉 ‘머리에 다리가 달린 생물’이다. 라틴어에서 유래한 이 명칭은 이들 생물의 구조적 특징을 정확히 설명한다. 머리에서 직접 뻗어나온 여러 개의 촉수가 입 주위를 둘러싸고 있으며, 이는 대부분 먹이를 붙잡는 데 쓰인다. 일부 종에서는 이 촉수가 다리처럼 기능하며, 이동수단으로도 사용된다. 문어가 그 대표적인 예다. 하지만 두족류의 진정한 이동방식은 훨씬 더 정교하다. 좁고 유연한 분사관을 통해 물을 강하게 뿜어내는 방식 – 바로 제트 추진(jet propulsion)이다. 이 물리적 반동을 이용해 재빨리 방향을 전환하며 포..

동식물 이야기 2025.07.16

양파, 인류와 함께한 향과 눈물의 식물

By CHK46 - Own work, CC BY-SA 4.0, wikimedia commons. 목차1. 가장 오래된 재배 채소 중 하나 2. 성서와 고대 문명에서의 양파 3. 식물학적 특징과 향의 비밀 4. 향과 성분이 주는 생리학적 효과 5.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재배와 소비 가장 오래된 재배 채소 중 하나양파(Allium cepa)는 수천 년 전부터 인류가 재배해온 가장 오래된 채소 중 하나다. 원산지는 중앙아시아로 추정되며, 기원전 3000년 전부터 고대 이집트, 중국, 인도에서 재배되었다는 기록이 있다. 특히 고대 이집트에서는 양파가 중요한 식량이자 약용 식물로 여겨졌고, 피라미드 건설에 동원된 노동자들에게는 체력을 보강하고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 양파와 마늘이 지급되었다. 이집트인들은 양파의 ..

동식물 이야기 2025.07.15

방화벽(Firewall)이란 무엇인가?

당신의 컴퓨터를 지키는 보안 관문인터넷은 약 49억 명의 사람을 연결하며,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정보를 클릭 한 번으로 접할 수 있게 해준다. 하지만 이 ‘열린 세계’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당신이 접속할 수 있다면, 해커도 그렇다. 이들은 당신의 데이터를 훔치거나, 컴퓨터를 원격으로 조종하거나, 최악의 경우 시스템을 마비시킬 수도 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바로 방화벽(Firewall) 이다. 방화벽은 무엇을 하는가?방화벽은 컴퓨터와 외부 인터넷 사이에서 흐르는 모든 데이터를 감시하고, 허용할지 차단할지를 결정하는 일종의 디지털 경비원이다. 공항 입국장에서 여권과 비자를 확인하는 보안 요원을 떠올려보자. 합법적인 탑승객은 통과시키고, 의심스러운 사람은 즉시 제지한다. 방화벽은 이런..

다가오는 6G, 속도를 넘어 초연결로

6G, 눈에 보이지 않는 혁신의 물결우리는 지금 스마트폰, TV, 센서, 도어벨 등 온갖 전자 기기들이 데이터를 주고받는 보이지 않는 웹 속에 살고 있다.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건 바로 무선 네트워크 기술이다. 4G에서 5G로의 진화가 이뤄진 지금, 새로운 시대가 우리 앞에 다가오고 있다. 이름만 들으면 조금 진부하게 들릴지 몰라도, 6G는 세상을 완전히 바꿔놓을 잠재력을 가진 기술이다. 6G는 무엇이 다른가?4G는 스트리밍 영상이나 음악을 즐기기엔 충분했고, 5G는 자율주행차나 공장 자동화에 필요한 속도를 제공했다. 하지만 미래에는 초실시간 연결성과 방대한 데이터 전송이 요구되며, 6G는 바로 이러한 한계를 넘어서기 위한 기술이다. 6G 시대에는 무선 기술이 100기가헤르츠(GHz) 이상의 ..

꽃양배추, 겨울 화단 위의 변형된 잎채소

By 小石川人晃, CC BY-SA 4.0, wikimedia commons.식용 채소에서 관상식물로우리가 겨울 화단에서 흔히 보는 꽃양배추는 이름과 달리 꽃이 아니다. 겹겹이 포개진 잎이 마치 장미처럼 보이기 때문에 붙은 이름일 뿐, 실제로는 개량된 잎채소다. 식물학적으로는, 즉 ‘머리 없는 양배추’로 분류되며, 일반 양배추와 같은 종에 속한다. 이 꽃양배추는 식용을 위한 개량에서 출발한 양배추류 중, 시각적 특성을 강조한 관상용 변종이다. 잎의 중심이 결구되지 않고 펼쳐져 있는 특징은 케일(Kale) 계열과 유사하며, 잎의 색채와 형태가 추운 계절에도 유지된다는 점에서 조경용 식물로 활용된다. 야생에서 분화된 채소의 계보오늘날의 양배추속 식물(Brassica oleracea)은 모두 유럽 대서양 연안의..

동식물 이야기 2025.07.14

샴푸의 역사: 두피를 씻는 문화에서 현대 화학의 결정체로

By Creator:Maddocks, CC0, wikimedia commons1. 기원: 머리를 씻는 전통, '챔포(chāmpo)' 샴푸라는 말은 힌디어 '챔포(chāmpo)'에서 유래했으며, 이는 ‘누르다’, ‘마사지하다’라는 뜻이다. 고대 인도에서는 아유르베다 의학에 따라 허브 오일과 식물 추출물을 머리에 바르고 마사지하는 전통이 있었고, 이 행위 자체가 정화이자 치료였다. ‘샴푸’는 처음엔 제품이 아니라 두피를 손으로 문지르는 행위였다. 2. 서구로의 전파: 샥 딘 모하메드와 인도식 약용 증기탕이 전통은 19세기 초 인도 벵골 출신의 작가이자 사업가인 샥 딘 모하메드(Sake Dean Mahomed)에 의해 유럽에 소개되었다. 그는 1814년 브라이턴에 ‘인도식 약용 증기탕(The Indian Me..

발명품 이야기 2025.07.13

비가 오면 새들은 어디로 가나

비가 내리면 우리는 우산을 펴거나, 실내로 피신한다. 그렇다면 하늘을 나는 새들은 어떨까? 비를 맞으며 날 수 있을까, 아니면 따로 피할 곳을 찾아야 할까? 실제로 악천후 속에서 하늘을 날거나 물 위에 떠 있는 물새들을 보기는 쉽지 않다. 이 경우 새들은 어디에 숨어서 강풍과 폭우가 지나가길 기다리는 걸까? 젖지 않는 깃털의 비밀대부분의 새들은 어느 정도의 비는 무리 없이 견딘다. 그 이유는 깃털 자체에 있다. 많은 조류는 꼬리 부근에 위치한 '기름샘(uropygial gland)'에서 분비되는 유분을 부리로 퍼서 깃털에 고르게 바른다. 이 기름이 일종의 방수 코팅 역할을 하여 깃털이 물을 튕겨내도록 돕는다. 그러나 폭우처럼 강한 비가 오면 상황은 달라진다. 깃털이 물에 눅눅하게 젖기 시작하면 체온 조절..

동식물 이야기 2025.07.13

황소는 정말 빨간색에 흥분할까?

빨간 천에 돌진하는 황소, 진실일까?투우장에서 붉은 천이 펄럭이고, 격분한 황소가 그것을 향해 돌진하는 장면은 대중의 뇌리에 전형적인 투우의 이미지로 깊이 각인되어 있다. 황소가 빨간색을 싫어한다는 생각은 어쩌면 바로 그런 장면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오래된 통념은 사실과 거리가 멀다. 실제로 황소는 빨간색을 인식하지 못한다. 소는 어떤 색을 볼 수 있을까?소는 인간과 달리 이색성 시각(dichromatic vision)을 가지고 있다. 인간은 빨강-초록-파랑의 세 가지 색을 감지할 수 있는 삼색성 시각(trichromatic vision)을 가진 반면, 소는 파랑과 노랑 계열의 빛만 감지할 수 있다. 이는 곧, 황소에게 빨간색은 뚜렷한 색으로 인식되지 않으며, 색 대비 없이 흐릿하게 ..

동식물 이야기 2025.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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