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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펀지(sponge), 동물에서 발명품으로

우리가 매일 쓰는 스펀지, 그 원형은 물 속에 사는 살아 있는 생물이다 해면은 동물이다해면(海綿, sponge)은 바다나 민물에 사는 다세포 생물로, 움직이지 않고 바닥에 붙어 살아간다. 뿌리도 잎도 없고 감각기관도 없어 식물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동물에 속한다. 광합성을 하지 않으며, 물속의 유기물을 걸러 영양분을 흡수하는 방식으로 살아간다. 해면의 일부 세포는 독립적으로 움직일 수 있으며, 몸 전체에 물이 흐르는 통로를 만들어 그 안에서 플랑크톤을 걸러낸다. 이러한 구조 덕분에 해면은 ‘살아 있는 정수기’로 불리기도 한다. 동물로서 해면이 가지는 가장 큰 특징은, 그 세포 구조와 생리작용이다. 신경도 근육도 없지만, 세포는 동물세포의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에너지를 얻는 방식 또한 식물과는 다르다. ..

발명품 이야기 2025.05.25

리플리 증후군: 거짓말이 정체성이 될 때

1. 영화에서 시작된 용어‘리플리’라는 캐릭터는 미국 작가 '퍼트리샤 하이스미스(Patricia Highsmith)'의 소설 『재능 있는 리플리 씨(The Talented Mr. Ripley, 1955)』에서 처음 등장한 인물이다. 이후 총 5부작으로 이어지는 ‘리플리 시리즈’의 주인공인 이 캐릭터는 타인의 삶을 도용하고 거짓된 정체성 속에서 살아가며, 자기기만을 일삼는 존재로 묘사된다. ‘리플리 증후군(Ripley Syndrome)’이라는 표현은 정신의학의 정식 용어는 아니다. 맷 데이먼이 주연한 1999년 영화 《재능 있는 미스터 리플리》 이후, 주인공 리플리의 행동 양식을 설명하기 위해 언론과 심리 담론에서 임의로 만들어진 용어로 보인다. 영화 속에서 주인공 리플리는 살인을 저지른 후, 자신이 동경..

기후 위기와 탄소 발자국, 그린 뉴딜, 에코 디자인

지구가 더워진다는 말은 더 이상 은유가 아니다. 기후변화는 각국의 정책과 산업 전략, 소비자의 생활방식까지 뒤흔들고 있다. 이 흐름을 이해하기 위해 여기서 몇 가지 주요 대응 전략을 살펴보자. 1. 탄소 발자국 (Carbon Footprint)탄소 발자국은 인간의 활동이 직·간접적으로 발생시키는 온실가스 배출 총량을 의미하며, 이를 이산화탄소(CO₂)로 환산해 수치화한다. 교통수단, 전기 사용, 식생활 등 일상의 거의 모든 것이 탄소 발자국을 남긴다. 이 개념은 기업의 ESG 보고서나 상품포장에 표시되기도 하며, 각국의 탄소중립 정책에서도 핵심 지표로 활용된다. 생활 속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실천이 바로 저탄소 라이프의 핵심이다. 2. 그린 뉴딜 (Green New Deal)그린 뉴딜은 환경과 경제를 ..

그린워싱(Greenwashing): 말뿐인 친환경의 진실

용어의 기원그린워싱(Greenwashing)은 1986년, 미국 환경운동가 제이 웨스터벨드(Jay Westerveld)의 비판에서 비롯되었다. 당시 한 호텔이 '환경 보호'를 이유로 수건 재사용 캠페인을 펼쳤지만 웨스터벨은 그 목적이 비용 절감에 있었음을 지적했다. 이후 '그린워싱'은 실제보다 친환경적인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기업의 위장전략을 의미하는 용어로 자리 잡았다. 눈속임의 방식그린워싱은 대개 광고 문구나 포장 디자인에서 드러난다. 예컨대 '자연 유래 성분'이나 '친환경 공정'이라는 문구가 붙어 있지만 실제로는 기준이 모호하거나 근거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 녹색 배경과 나뭇잎 모양의 라벨이 붙어 있다고 해서 그 제품이 환경에 이로운 것은 아니다. 제품의 일부분만 개선한 뒤, 마치 전반적으로 지속가..

평균 이상 효과 (Better-than-average Effect)

목차1. 자기 평가에서 나타나는 편향 2. 평균 이상 효과란 무엇인가 3. 심리적 배경과 연구 사례 4. 일상에서 드러나는 평균 이상 인식 5. 효과의 양면성: 자신감과 착각 사이 6. 자신을 돌아보는 태도의 중요성 1. 자기 평가에서 나타나는 편향사람은 스스로를 평가할 때 객관적인 기준보다 본인의 기대나 희망에 따라 판단하는 성향을 드러낸다. 거울을 보며 “이 정도면 괜찮지 않아”라고 생각하거나, 명확한 근거 없이 자신의 능력을 평균 이상으로 평가한다. 이런 경향은 단순한 자만심이 아니라, 많은 사람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심리 현상이다. 실제로 미국에서 진행된 한 조사에 따르면 운전자의 약 80%가 자신의 운전실력을 평균 이상으로 평가했다. 수학적으로 불가능한 수치지만 이는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 다..

자벌레, 한 뼘씩 기어가는 애벌레

목차1. 잘 눈에 띄지 않는 자나방 유충 2. 자벌레라는 이름의 유래 3. 나뭇가지만 닮은 것은 아니다 4. '위장'이라기보다, 그렇게 태어났다 5. 자벌레의 생태와 성장 6. 마무리하며 잘 눈에 띄지 않는 자나방 유충자벌레는 흔히 볼 수 있는 곤충이지만 생김새와 움직임은 결코 평범하지 않다. 몸을 구부렸다 펴며 마치 한 뼘씩 기어가는 듯한 걸음, 가지처럼 가늘고 곧은 형태. 이 모든 특징은 포식자의 눈을 피하는데 도움이 된다. 자벌레는 나방류, 그중에서도 자나방과(Geometridae)에 속하는 곤충의 유충이다. 즉, 우리가 흔히 보는 자벌레는 자나방이 되기 전의 애벌레 상태이며, 애벌레 시기에만 ‘자벌레’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자벌레라는 이름의 유래‘자벌레’라는 이름은 ‘자(尺)’에서 왔다. 자벌레는..

동식물 이야기 2025.05.24

조류대번식(algal bloom), 녹조라테의 원인과 위험

1. 물빛이 이상하다 싶을 때 벌어지는 일늦여름, 강이나 호수 수면 위에 퍼진 초록빛 덩어리를 보면 사람들은 흔히 이렇게 말한다. "물이 좀 더럽네." 하지만 그것은 단순히 미관을 해치는 문제를 넘어서, 생태계와 인간 건강 모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조류대번식(algal bloom) 현상이다. 조류대번식은 수중에 서식하는 조류(algae)의 개체 수가 비정상적으로 급격히 증가하면서 발생한다. 이 현상은 수질을 악화시키고, 독소를 발생시키며, 때로는 해양 생물과 사람에게도 직접적인 피해를 준다. 2. 조류는 원래 나쁜 것이 아니다조류는 태양빛을 이용해 광합성을 수행하는 단세포 수생생물이다. 이들은 이산화탄소와 물을 에너지로 바꾸어, 물속 생태계에 산소를 공급하고 다른 수생생물에게 먹이가 되는 등 핵심적인..

동식물 이야기 2025.05.23

바넘 효과와 포러 효과: 나만을 위한 말처럼 느껴지는 이유

누구에게나 맞는 말, 왜 내 얘기처럼 들리지 “당신은 남들에게 밝은 모습을 보이지만, 내면적으론 때때로 고독을 느낍니다.” “당신은 규칙을 존중하지만, 때때로 충동적인 결정을 내리기도 합니다.”이런 문장을 읽고 고개를 끄덕인 적이 있다면 당신은 이미 바넘 효과(Barnum Effect)를 경험한 것이다. 사람들은 막연하고 일반적인 진술을 자신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처럼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현상은 단순한 착각이 아니라 실험으로 입증된 보편적 심리현상이다. 포러의 실험: 모두에게 들어맞는 하나의 분석1948년, 심리학자 버트럼 포러(Bertram R. Forer)는 한 가지 실험을 고안했다. 그는 학생들의 성격 심리 검사를 시행한 뒤 그 결과를 각자에게 나눠주었다. 학생들은 그 실험 결과의..

돌고래는 왜 집단으로 좌초할까?

By National Oceanic & Atmospheric Adminstration (NOAA), Public Domain '병든 리더 이론' 가설간혹 뉴스에 등장하는 해변의 장면은 한눈에도 이상하다. 건강해 보이는 돌고래 수십 마리가 얕은 물가에 몰려 움직이지 못한 채 발견된다. 구조대가 투입되지만 끝내 많은 개체가 생명을 잃는다. 이처럼 돌고래의 집단 좌초는 단일한 이유로 설명하기 어려운, 복합적이고 반복적인 현상이다. 이 현상은 뉴질랜드, 스코틀랜드, 미국 동부 해안 등지에서 꾸준히 보고되고 있으며, 특히 파일럿 웨일(pilot whale)이나 롱핀드 커먼 돌고래(common dolphin) 같이 사회성이 강한 종에서 자주 발생한다. 몇몇 경우에는 무리가 여러 번 해안으로 되돌아오기도 한다. 구조..

동식물 이야기 2025.05.22

제비집 요리, 정말 제비집을 먹는 걸까?

목차1. 진짜 제비집은 무슨 맛일까? 2. 제비집이 아니라 칼새의 둥지 3. 생명을 건 채취 4. 버드하우스 진짜 제비집은 무슨 맛일까?우리가 종종 마주치는 제비는 물가 근처에서 진흙을 입에 물고 날라와 벽이나 처마 밑에 둥지를 짓는다. 진흙 사이사이에 마른 풀이나 깃털을 섞고, 자기 침으로 단단히 붙여가며 하나씩 쌓아올린다. 그래서 제비집은 겉보기엔 단단하고 깔끔해 보여도 속은 온통 흙과 잡동사니가 엉겨 붙은 구조다. 그런데 이걸 식재료로 쓴다고 한번 생각해보자? 실제로 먹는 건 아니지만 상상만으로도 입 안 가득 흙 냄새가 퍼지는 느낌이 들것이다. 제비집이 아니라 칼새의 둥지By Asean5 - Own work, CC BY-SA 3.0 By Ediblebirdsnest - Own work, CC ..

동식물 이야기 2025.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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