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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퍼서 우는 걸까, 울어서 슬퍼지는 걸까?

감정과 눈물 사이, 어느 쪽이 먼저일까?슬퍼서 우는 걸까, 울어서 슬픈걸까? 간단한 질문같지만, 막상 인과관계를 따져보면 대답하기 쉽지 않다. 눈물이 감정을 따라오는 것인지, 감정이 눈물로부터 비롯되는 것인지 – 이 질문은 단순한 언어유희가 아니라 감정이라는 현상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라는 깊은 문제로 이어진다. 제임스-랑게 이론: ‘우는 내가 슬프다’19세기 후반, 미국의 철학자이자 심리학자인 윌리엄 제임스(William James)와 덴마크 생리학자 카를 랑게(Carl Lange)는 전통적인 감정 이론에 도전했다. 그들은 감정이란 뇌에서 먼저 생겨나고 그 결과로 신체 반응이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신체 반응이 먼저이고 감정은 그에 대한 해석이라는 이론을 제시했다. “나는 울기 때문에 슬프..

사소한 이야기 2025.07.18

외국어를 배울 때 뇌는 어떻게 달라질까

언어는 단지 소리의 집합이 아니다우리는 외국어를 ‘암기’의 문제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다. 단어를 외우고, 문법을 익히고, 회화 표현을 반복한다. 하지만 뇌과학의 관점에서 언어는 단순한 지식 습득이 아니다. 새로운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뇌의 회로를 새롭게 설계하는 일이다. 그 과정에서 우리의 뇌는 실제로 물리적으로 변화하며, 이 변화는 학습 속도뿐 아니라 기억력, 창의성, 심지어 노화 속도에까지 영향을 준다. 브로카 영역의 확장과 새로운 회로의 탄생언어 처리에 있어 가장 핵심적인 뇌 부위 중 하나는 브로카 영역(Broca's area)이다. 이 부위는 뇌의 왼쪽에 있으며, 문장 구성과 말하기 기능에 관여한다.By charlyzon - Own work, CC BY-SA 3.0, wikimedia commo..

사소한 이야기 2025.07.18

우리는 왜 꿈을 그렇게 빨리 잊어버릴까?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 사라지는 기억들누구나 한 번쯤은 이런 경험이 있다. 분명히 꿈속에서 생생한 이야기를 겪었는데, 막상 눈을 뜨자마자 그것이 스르르 증발해버린다. 단편적인 이미지 몇 개는 남지만, 구체적인 대사나 사건의 흐름은 붙잡을 수 없다. 마치 누군가 일부러 지워놓기라도 한 듯이. 왜 우리는 그렇게 빠르게 꿈을 잊어버릴까? 이 질문은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서, 뇌의 기억 체계와 꿈의 본질에 대한 탐구로 이어진다. 꿈의 기능은 아직 미스터리다수면 연구자와 신경과학자들은 오랫동안 꿈의 기능에 대해 탐색해왔다. 아직 정설은 없지만, 많은 학자들은 꿈이 기억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본다. 하루 동안의 경험을 정리하고, 뇌에 저장할 것과 버릴 것을 분류하는 과정에서 꿈이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소한 이야기 2025.07.18

지문은 왜 평생 변하지 않는 걸까

지문은 누구에게나 하나뿐인 무늬다. 과학 수사에서 개인을 식별하는 데 사용될 만큼 고유하고, 변하지 않는 특징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지문은 정말로 한 번 정해지면 평생 그대로일까? 일상 속에서는 지문이 흐려지거나 사라지는 듯 보이는 순간들도 분명히 존재한다. 태어나기 전의 흔적지문은 태어나기 세달 전, 손끝 피부가 처음 형태를 갖춰가는 시기에 형성된다. 이때 손가락이 자라는 속도, 피부층의 주름, 세포 분열의 불균형, 손에 가해지는 압력과 움직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무늬가 만들어진다. 이러한 무늬는 피부 표면에만 그려지는 것이 아니라, 표피 아래의 진피와 맞닿는 깊은 구조에까지 형성되며, 한 번 형성된 이후에는 바뀌지 않는다. 일란성 쌍둥이조차 지문이 다르다는 사실은 지문이 유전만으로 설명되지 않고..

사소한 이야기 2025.07.18

세상에서 가장 더운 데쓰밸리(Death Valley)와 로드러너(Roadrunner)

증발하는 땀, 지구 최악의 더위미국 캘리포니아주와 네바다주 사이, 모하비 사막의 동쪽 끝자락에 위치한 데쓰밸리(Death Valley)는 이름부터 강렬하지만, 그 실체는 훨씬 더 혹독하다. 1913년 7월 10일, 이 지역의 퍼니스 크리크(Furnace Creek)에서는 섭씨 56.7도(화씨 134도)라는 기온이 공식 관측되었다. 이는 세계기상기구(WMO)가 현재까지 인정하고 있는 지구 최고 기온 기록이다. 100년이 지난 지금도 이 기록은 깨지지 않고 있다. 데쓰밸리는 연평균 강수량이 약 50mm에도 못 미치는 초건조 지역이다. 낮 동안 가열된 지표면의 열이 밤에도 충분히 식지 않고 누적되며, 사방을 둘러싼 높은 산맥은 복사열이 대기 중에 고이도록 막아준다. 바람은 거의 없고 습도도 극도로 낮아, 피..

동식물 이야기 2025.07.16

오징어는 물고기가 아니다 – 두족류의 세계

오징어는 물고기가 아니다오징어, 문어, 갑오징어 – 이들은 일상에서 흔히 ‘물고기’로 오해받는다. 그러나 이들은 물고기가 아니다. 이들의 진짜 정체는 두족류(Cephalopoda), 즉 ‘머리에 다리가 달린 생물’이다. 라틴어에서 유래한 이 명칭은 이들 생물의 구조적 특징을 정확히 설명한다. 머리에서 직접 뻗어나온 여러 개의 촉수가 입 주위를 둘러싸고 있으며, 이는 대부분 먹이를 붙잡는 데 쓰인다. 일부 종에서는 이 촉수가 다리처럼 기능하며, 이동수단으로도 사용된다. 문어가 그 대표적인 예다. 하지만 두족류의 진정한 이동방식은 훨씬 더 정교하다. 좁고 유연한 분사관을 통해 물을 강하게 뿜어내는 방식 – 바로 제트 추진(jet propulsion)이다. 이 물리적 반동을 이용해 재빨리 방향을 전환하며 포..

동식물 이야기 2025.07.16

양파, 인류와 함께한 향과 눈물의 식물

By CHK46 - Own work, CC BY-SA 4.0, wikimedia commons. 목차1. 가장 오래된 재배 채소 중 하나 2. 성서와 고대 문명에서의 양파 3. 식물학적 특징과 향의 비밀 4. 향과 성분이 주는 생리학적 효과 5.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재배와 소비 가장 오래된 재배 채소 중 하나양파(Allium cepa)는 수천 년 전부터 인류가 재배해온 가장 오래된 채소 중 하나다. 원산지는 중앙아시아로 추정되며, 기원전 3000년 전부터 고대 이집트, 중국, 인도에서 재배되었다는 기록이 있다. 특히 고대 이집트에서는 양파가 중요한 식량이자 약용 식물로 여겨졌고, 피라미드 건설에 동원된 노동자들에게는 체력을 보강하고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 양파와 마늘이 지급되었다. 이집트인들은 양파의 ..

동식물 이야기 2025.07.15

방화벽(Firewall)이란 무엇인가?

당신의 컴퓨터를 지키는 보안 관문인터넷은 약 49억 명의 사람을 연결하며,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정보를 클릭 한 번으로 접할 수 있게 해준다. 하지만 이 ‘열린 세계’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당신이 접속할 수 있다면, 해커도 그렇다. 이들은 당신의 데이터를 훔치거나, 컴퓨터를 원격으로 조종하거나, 최악의 경우 시스템을 마비시킬 수도 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바로 방화벽(Firewall) 이다. 방화벽은 무엇을 하는가?방화벽은 컴퓨터와 외부 인터넷 사이에서 흐르는 모든 데이터를 감시하고, 허용할지 차단할지를 결정하는 일종의 디지털 경비원이다. 공항 입국장에서 여권과 비자를 확인하는 보안 요원을 떠올려보자. 합법적인 탑승객은 통과시키고, 의심스러운 사람은 즉시 제지한다. 방화벽은 이런..

다가오는 6G, 속도를 넘어 초연결로

6G, 눈에 보이지 않는 혁신의 물결우리는 지금 스마트폰, TV, 센서, 도어벨 등 온갖 전자 기기들이 데이터를 주고받는 보이지 않는 웹 속에 살고 있다.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건 바로 무선 네트워크 기술이다. 4G에서 5G로의 진화가 이뤄진 지금, 새로운 시대가 우리 앞에 다가오고 있다. 이름만 들으면 조금 진부하게 들릴지 몰라도, 6G는 세상을 완전히 바꿔놓을 잠재력을 가진 기술이다. 6G는 무엇이 다른가?4G는 스트리밍 영상이나 음악을 즐기기엔 충분했고, 5G는 자율주행차나 공장 자동화에 필요한 속도를 제공했다. 하지만 미래에는 초실시간 연결성과 방대한 데이터 전송이 요구되며, 6G는 바로 이러한 한계를 넘어서기 위한 기술이다. 6G 시대에는 무선 기술이 100기가헤르츠(GHz) 이상의 ..

꽃양배추, 겨울 화단 위의 변형된 잎채소

By 小石川人晃, CC BY-SA 4.0, wikimedia commons.식용 채소에서 관상식물로우리가 겨울 화단에서 흔히 보는 꽃양배추는 이름과 달리 꽃이 아니다. 겹겹이 포개진 잎이 마치 장미처럼 보이기 때문에 붙은 이름일 뿐, 실제로는 개량된 잎채소다. 식물학적으로는, 즉 ‘머리 없는 양배추’로 분류되며, 일반 양배추와 같은 종에 속한다. 이 꽃양배추는 식용을 위한 개량에서 출발한 양배추류 중, 시각적 특성을 강조한 관상용 변종이다. 잎의 중심이 결구되지 않고 펼쳐져 있는 특징은 케일(Kale) 계열과 유사하며, 잎의 색채와 형태가 추운 계절에도 유지된다는 점에서 조경용 식물로 활용된다. 야생에서 분화된 채소의 계보오늘날의 양배추속 식물(Brassica oleracea)은 모두 유럽 대서양 연안의..

동식물 이야기 2025.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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