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 생태 4

거짓말을 하는 새, 드롱고(Drongo)의 전략

By Tisha Mukherjee, CC BY-SA 4.0, wikimedia commons.의외의 거짓말쟁이사막 한가운데, 미어캣이 한창 사냥에 몰두하고 있다. 그런데 갑자기 하늘에서 날카로운 경고음이 울린다. 포식자가 나타났다고 착각한 미어캣은 도망친다. 남겨진 먹이는 누군가의 차지가 된다. 그 누군가, 바로 드롱고(Dicrurus), 일명 바람까마귀다. 이 까만 새는 단순한 포식자가 아니라, 전략적 기만의 달인이다. 드롱고는 어떤 새인가?드롱고는 아프리카와 아시아, 오세아니아에 서식하는 까마귀 크기의 조류로, 주로 곤충을 먹고 산다. 검은 깃털과 포크 모양의 꼬리, 그리고 특출난 소리 모방 능력을 가진 이 새는 생존을 위해 '말장난'을 구사하는 새로 과학계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거짓 경고의 기술드롱..

동식물 이야기 2025.06.22

티나무(Tinamus, 도요타조)의 화려한 알, 진화의 실패인가

By Anthony Batista, CC BY 4.0, wikimedia commons.눈에 띄는 알, 위장과는 거리가 먼 선택중남미 열대우림에 서식하는 티나무(Tinamus major)는 지면 가까운 낙엽 더미 안에 둥지를 트는 조류다. 이 종은 몸길이 약 43cm, 몸무게 약 1,100g으로 작은 칠면조 크기와 형태를 가진다. 몸빛깔은 회갈색으로 시든 잎들 사이에 섞이면 눈에 잘 띄지 않는다. 하지만 이 새가 낳는 알은 그와는 정반대다. 티나무의 알은 짙은 청록색 또는 형광에 가까운 광택을 띠며, 어두운 숲 바닥에서 오히려 두드러지게 눈에 띈다. 일반적으로 땅에 둥지를 트는 새는 위장된 색의 알을 낳는 데 비해, 티나무의 알은 그와 정반대의 색을 띠고 있다. 암컷은 떠나고, 부화와 새끼 돌봄은 수컷의..

동식물 이야기 2025.05.29

뒤로 나는 새, 벌새의 비행술

벌새(Hummingbird)는 조류 중에서도 비행 방식이 가장 독특한 부류다. 이들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뒤로 날 수 있는 새이며, 다른 새들이 흉내 내기 어려운 정지비행과 고속 곡예 비행을 자유자재로 해낸다. 한국에는 서식하지 않지만, 조류 생태에서 이들의 존재는 단연 독보적이다. 벌새과(Trochilidae)벌새는 조류 분류학상 벌새과(Trochilidae)에 속한다. 총 360여 종이 알래스카에서부터 남미 최남단 티에라델푸에고(Tierra del Fuego)까지 아메리카 대륙 전역에 분포하지만, 대부분은 중남미 지역에 집중되어 있다. 종류만큼 색채도 화려하고, 몸길이는 5~21.5cm로 다양하다. 잘 알려진 종으로는 안나벌새(Calypte anna), 루비목벌새(Archilochus colubri..

동식물 이야기 2025.05.27

비둘기 새끼가 눈에 안 띄는 생태적 이유

비둘기는 많은데 새끼는 왜 안 보일까?도심 한복판, 어디를 가든 비둘기는 눈에 띈다. 지하철역 입구, 버스 정류장, 광장 바닥, 간판 위. 공원을 걷다 보면 나란히 앉은 비둘기 무리를 쉽게 볼 수 있다. 그런데 이토록 많은 비둘기들 가운데 ‘비둘기 새끼’를 본 기억이 있는 사람은 드물다. 어딘가에서 새끼가 자라고 있을 텐데 왜 우리는 한 번도 그 모습을 마주치지 못했을까? 높은 곳에서 숨어 키운다비둘기의 조상은 유럽과 서아시아의 절벽 지대에 서식하던 야생 바위비둘기(Rock Dove)이다. 그 습성은 오늘날 도시의 비둘기에게도 이어져 있다. 다만 지금은 바위 대신 콘크리트 건물의 틈, 간판 위, 고가도로 하부처럼 인공적인 구조물을 번식지로 삼는다. 이들은 사람 손이 닿기 어렵고 눈에도 잘 띄지 않는..

동식물 이야기 2025.05.03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