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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구주택과 다세대주택의 차이

도시 외곽이나 주택 밀집 지역에 가면 2층 또는 3층 규모의 주택이 층마다 여러 세대로 나뉘어 있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겉보기엔 원룸 또는 투룸이 층별로 나눠져 있어 구조가 비슷해 보이지만, 이 주택이 다가구인지 다세대인지에 따라 법적 지위, 등기방식, 세입자 보호, 세금 등에서 큰 차이가 발생한다. 1. 법적 분류와 건축 기준의 차이 다가구주택>은 건축법상 단독주택으로 분류되며, 다음의 요건을 모두 갖추어야 햔다(단, 공동주택에 해당하면 안 됨) ● 주택으로 쓰는 층수가 3개층 이하(필로티주차장은 층수에서 제외)일 것.● 1개동의 주택으로 쓰이는 바닥면적의 합계가 660㎡ 이하일 것.● 19세대 이하가 거주할 수 있을 것 다세대주택>은 속칭 “아, 연세대기숙사”, 즉 '아파트, 연립주택, ..

부동산 이야기 2025.03.31

도르래(Pulley)와 도시의 풍경: 암스테르담의 창밖 고리

1. 창문 위 도르래, 일상의 기계암스테르담 도심의 오래된 집들을 보면, 꼭대기 층 창문 위에 작은 고리나 바퀴 구조물이 달린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관광객들은 이를 장식으로 여기거나 오래된 구조물쯤으로 넘기지만 사실은 실용적인 목적을 가진 도르래 장치다. 이 장치는 아래에서 위로 짐을 들어올릴 수 있게 해주며, 주로 이삿짐이나 가구처럼 계단을 통해 옮기기 어려운 물건을 창문을 통해 드나들 때 사용된다. 겉보기에 단순한 이 구조물은 사실 도시의 구조와 생활 방식, 그리고 기술이 결합된 결과다. 2. 세금이 만든 좁고 깊은 집17세기 암스테르담에서는 건물의 전면 폭, 즉 거리에서 보이는 너비에 따라 세금이 매겨졌다. 이로 인해 도심의 집들은 폭이 좁고 안쪽으로 깊게 설계되었으며, 층수는 높아지고 계..

발명품 이야기 2025.03.31

금리 역전과 장단기 금리, 수익률 곡선, 국채 수익률

최근 경제 뉴스나 투자 리포트에서 ‘금리 역전’이라는 말을 자주 접하게 된다. 하지만 단어만 보면 금리가 뭔가 뒤바뀌었다는 느낌은 오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을 가리키는 말인지, 왜 중요한 신호로 여겨지는지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금리 역전은 단순한 숫자상의 변화가 아니라, 경기 흐름, 시장 심리, 투자 방향까지 영향을 미치는 구조적 현상이다. 이 글에서는 ‘금리 역전’의 정확한 뜻을 짚고, 그 구조를 이해하는 데 꼭 필요한 세 가지 개념 ― 장단기 금리, 수익률 곡선, 국채 수익률 ― 을 함께 풀어본다. 1. 금리 역전이란?금리 역전(inverted yield curve)은 장기 국채금리가 단기 국채금리보다 낮아지는 현상을 말한다. 예를 들어 미국의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2년물보다 낮아지는 경우 이는..

달걀판: 달걀을 지키기 위한 작고 단단한 발명

1. 농부와 식당 주인 사이의 다툼에서 마트 진열대에서 달걀 한 판을 집어 들 때 우리는 그 포장에 대해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는다. 종이든 플라스틱이든 그 구조는 너무 당연해서, 누군가가 고민하고 만든 결과라는 사실조차 떠오르지 않는다. 하지만 이 단순한 구조물도 발명이다. 그리고 그 시작은 꽤 현실적인 문제에서 비롯됐다. 1911년,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의 한 마을에서 신문 편집자였던 조셉 코일(Joseph Coyle)은 달걀을 배송한 농부와 식당 주인이 갈등을 빚는 상황을 목격한다. 운반 중에 달걀이 깨져서 그 피해를 두고 서로 책임을 미루고 있었던 것이다. 앤더슨은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고민했고, 달걀 하나하나가 흔들리지 않고 안전하게 담길 수 있도록 셀 구조의 포장판을 고안했다. 그것이..

발명품 이야기 2025.03.31

노시보 효과(Nocebo Effect), 생각이 병을 만든다

1. 노시보 효과란?‘노시보 효과(Nocebo Effect)’는 라틴어 "나는 해를 입을 것이다"라는 뜻에서 유래한 심리학·의학 용어다. 이는 플라시보 효과와 반대되는 개념으로, 무해한 물질이나 상황이 부정적인 신념 때문에 실제로 해로운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말한다. 즉, 어떤 사람이 ‘이건 해로울 거야’, ‘이걸 먹으면 분명 탈이 날 거야’라고 믿는 것만으로도 실제로 몸에 이상 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러한 반응은 단순한 기분변화나 착각이 아니라, 측정 가능한 생리반응으로 나타나는 신체적 현상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2. 데렉 애덤스 사건노시보 효과의 대표적인 사례로 종종 언급되는 것이 바로 ‘데렉 애덤스(Derek Adams) 사건’이다. 그는 우울증 치료를 위한 항우울제 임상시험에 ..

전제가 없어야 상식인 물에 대한 상식

물은 누구나 안다고 생각한다전기를 통하고, 100도에서 끓고, 0도에서 얼고, 무색이며,많이 마시면 좋고, 해독도 된다하지만 일일이 따져 보면 그 상식엔뭔가 빠진 게 있다 물도 물 나름 순수한 물에선 전기가 거의 통하지 않는다물이 100도에서 끓는 것도해수면 기준 1기압일 때만 그렇다물이 0도에서 언다지만과냉각 상태에서는 영하에서도 액체로 남아 있다물이 무색이라는 말도 그렇다사실 물은 아주 옅은 파란색이다해독을 한다며 열심히 물을 마시지만진짜 해독은 간이 한다물은 몸에 좋지만많이 마시면 위험할 수도 있다 우리가 상식이라고 믿는 말들 중엔전제를 생략한 문장들이 많다길어서 기억하기 어렵고 복잡해서 퍼지지 않는 말들은상식이 되지 못한다그래서 전제를 잃은채 단순해진 말은 어느새 진실이 된다일목이 요연(一目瞭然)..

사소한 이야기 2025.03.30

진자시계(Pendulum clock)의 발명

서론: 시간을 붙잡은 기계, 진자 시계 누군가 “시간을 발명할 수 있을까?”라고 묻는다면 대부분은 고개를 갸웃할 것이다. 하지만 인류는 아주 오래전부터 시간을 ‘만들고’, ‘측정하고’, ‘표준화’하려는 시도를 계속해왔다. 그 과정의 정점 중 하나가 바로 진자시계의 발명이다. 이것은 단지 정밀한 도구의 탄생이 아니라, 인간이 자연의 리듬을 기술로 재현한 결정적 순간이었다. 1. 해와 물로 시간을 재던 시대인류는 아주 오래전부터 해의 움직임이나 물의 흐름을 통해 시간의 흐름을 가늠해왔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태양의 그림자를 이용한 해시계가, 바빌론(현 이라크)에서는 일정한 속도로 떨어지는 물방울을 이용한 물시계가 사용됐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들은 날씨에 취약했고 정밀도도 낮았다.1300년대 유럽에서는 낙하하는..

발명품 이야기 2025.03.30

브레인 포그(Brain Fog): 뇌에 안개가 낀 듯한 인지 흐림 상태

‘브레인 포그(Brain Fog)’는 생각이 느려지고, 집중이 어렵고, 머릿속이 흐릿한 상태를 설명할 때 흔히 쓰이는 표현이다. 의학적 진단명은 아니지만, 누구나 한 번쯤 겪는 인지기능의 일시적 흐림을 가리키는 용어로 널리 퍼져 있다. 개념과 유래‘멘탈 포그(mental fog, 정신적 안개)’라고도 불리는 브레인 포그(brain fog)는, 정식 의학 용어는 아니다. 이와 유사한 상태를 설명하기 위해 정신의학에서는 ‘clouding of consciousness(의식의 혼탁)’이라는 개념을 사용한다. 보다 구체적인 의학적 설명은 한국어 위키백과 ‘의식의 혼탁’ 문서나 영문 위키백과 Clouding of consciousness에서 참고할 수 있다. 이 용어는 19세기 초 독일 의사 게오르크 그라이너(G..

디지털 피로 시대: 디지털 디톡스, 디지털 미니멀리즘, 정보 과부하

디지털 기술은 생활의 거의 모든 영역에 스며들었다. 스마트폰, 메신저, SNS, 알림 시스템은 정보에 대한 접근을 실시간으로 가능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만큼 끊임없이 연결된 상태가 지속되며 많은 사람들이 집중력 저하, 판단력 흐림, 만성피로 같은 신호를 경험하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디지털 디톡스, 디지털 미니멀리즘, 정보 과부하라는 개념은 단순한 유행을 넘어 현대인의 인지적·심리적 생존 전략으로 주목받고 있다. 1. 디지털 디톡스, 연결을 끊는 연습디지털 디톡스(Digital Detox)는 디지털 기기와 일정 기간 거리를 두는 실천적 개념이다. 스마트폰, 알림, SNS, 뉴스피드 등으로부터 벗어나 심리적 안정과 주의력 회복을 목표로 한다. 일시적 기기 중단, 특정 시간대 사용 제한, 비(非)디지..

덕트테이프와 WD-40: 일상을 조용히 지탱하는 발명품들

If it moves and it shouldn't, use duct tape.If it doesn't move and it should, use WD-40. 움직이면 안 되는데 움직이면, 덕트테이프를 써라.움직여야 하는데 안 움직이면, WD-40을 써라. (출처 미상. '생활의 지혜’처럼 굳어진 표현) 서론앞서 말한 두 문장은 농담 같지만 의외로 실용적이다. 무언가를 고정할 필요가 있을 땐 덕트테이프가, 움직임을 되살리고 싶을 땐 WD-40이 등장한다. 둘 다 기능은 단순하지만 상황을 바꾸는 힘을 가지고 있다. 흥미로운 공통점은 두 제품 모두 군수 산업에서 출발했다는 점이다. 하나는 전쟁 중에, 다른 하나는 냉전기의 미사일 개발 현장에서 만들어졌고, 지금은 누구나 일상에서 사용하는 도구가 되었다. 1..

발명품 이야기 2025.0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