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꽃은 그 자체가 전쟁터다. 우리가 그 아름다움에 눈을 빼앗긴 순간에도 그 안에서는 생존을 위한 치열한 싸움이 벌어진다. 그런데 움직이지도, 소리치지도 못하는 식물은 어떻게 자신을 지켜낼까? 자연은 약한 존재에게 은밀한 무기를 허락했고, 식물은 그 무기를 다루는 법을 오래도록 연마해 왔다. 움직이지 않는 몸, 그러나 무너지지 않는 구조위기가 닥치면 동물은 도망친다. 그러나 식물은 버틴다. 식물의 몸은 단단한 중심이 아니라 살아 있는 분산구조다. 식물은 가지 하나가 부러져도, 잎이 찢겨도, 뿌리 한 쪽이 상해도 생존할 수 있다. 모든 기능은 특정 부분에 고정되지 않고 전체에 분산되어 있다. 그리고 이 복원력은 식물에게 끈질긴 저항력을 부여한다. 식물은 또한 보는 눈 없이도 세상을 감지한다. 스무 가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