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옛날 유럽에서는 고귀한 귀족의 피는 일반 민중의 피와 달리 푸른 빛을 띤다고 생각한 사람들도 있었다. 그 근거는 무엇이었을까. 일반 민중은 들판에서 햇빛과 온갖 비바람을 견디며 일하느라 검게 탄 주름진 피부를 가질 수 밖에 없었다. 반면에 성이나 대저택의 규방에서 곱게 자란 처녀의 경우 깨끗하고 하얀 피부를 통해 정맥이 푸른 빛으로 유난히 비쳐 보였을 것이다. 그랬을 수도 있다.
<목차>
들어가는 말
1. 붉은색 혈액: 인간과 대부분의 척추동물
2. 다양한 혈액 색깔을 가진 생물들
3. 혈액 색깔과 생물학적 적응
4. 진화적 관점에서 본 혈액 색깔
맺는 말

들어가는 말
혈액은 생명체의 필수 요소로, 산소와 영양소를 운반하며 노폐물을 배출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인간을 포함한 많은 척추동물의 혈액은 헤모글로빈 덕분에 붉은색을 띠지만, 모든 생물의 혈액이 동일한 색을 가진 것은 아니다. 생물이 살아가는 환경과 생리적 요구에 따라 다양한 색의 혈액이 존재하며, 각각의 색은 특정한 적응과 진화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1. 붉은색 혈액: 인간과 대부분의 척추동물
사람을 비롯한 대부분의 척추동물은 혈액 속 적혈구에 포함된 헤모글로빈 덕분에 붉은 혈액을 가진다. 헤모글로빈은 철을 함유한 단백질로, 산소와 결합하면 선명한 붉은색을 띠고, 산소가 줄어들면 어두운 붉은색으로 변한다. 우리 몸을 순환하며 효율적으로 산소를 공급하는 이 시스템은 진화적으로 매우 효과적인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2. 다양한 혈액 색깔을 가진 생물들
자연에는 붉은색이 아닌 다양한 색의 혈액을 가진 생물들이 존재한다. 그들의 혈액 색소는 환경에 최적화된 방식으로 진화하였다.

① 파란색 혈액: 문어, 투구게 등
일부 해양 절지동물과 연체동물은 헤모시아닌이라는 색소를 사용하여 혈액이 파란색을 띤다. 문어, 투구게, 오징어 등이 이에 해당한다. 헤모시아닌은 철 대신 구리를 포함하고 있으며, 산소와 결합하면 푸른빛을 띠게 된다. 이 시스템은 차갑고 산소 농도가 낮은 환경에서 특히 효과적이므로, 깊은 바다나 극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생물들에게 유리하다.
② 초록색 혈액: 일부 도마뱀과 곤충
일부 도마뱀, 특히 프라시노하이마(Prasinohaema)속의 도마뱀은 빌리버딘이라는 색소가 많아 혈액이 초록색을 띤다. 빌리버딘은 헤모글로빈이 분해되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물질로, 일반적으로는 몸에서 제거된다. 그러나 이 도마뱀들은 빌리버딘을 축적하는 특성을 가지며, 이는 기생충 저항성 증가 등의 생리학적 이점을 제공할 가능성이 있다.
③ 보라색 혈액: 땅콩벌레, 완족류 등
일부 해양 무척추동물은 헤모글로빈 대신 헤메리트린이라는 단백질을 사용하여 산소를 운반한다. 대표적인 예로 땅콩벌레(Sipuncula)와 완족류가 있으며, 이들의 혈액은 산소와 결합하면 분홍색 또는 보라색을 띠게 된다. 헤메리트린은 헤모글로빈과 다른 방식으로 산소를 운반하며, 주로 해양 환경에서 발견된다.
④ 투명한 혈액: 남극 빙어
가장 독특한 혈액을 가진 생물 중 하나는 남극 빙어과(Channichthyidae)에 속하는 어류이다. 이들은 아주 적은 양의 헤모글로빈만을 갖고 있어서 혈액이 투명하거나 옅은 노란색을 띤다. 대신 산소가 차가운 물에 쉽게 용해되는 특성을 이용하여 혈액 속에서 직접 산소를 운반한다. 또한, 극한의 남극 환경에서도 얼지 않도록 항동결 단백질을 생성하여 생존하고 있다.
3. 혈액 색깔과 생물학적 적응
혈액 색깔은 생물이 처한 환경과 생리적 요구에 따라 달라진다. 이러한 차이는 생물학적 적응의 중요한 사례로 볼 수 있다.
철 기반 혈액 (헤모글로빈, 헤메리트린) |
높은 대사율을 유지해야 하는 동물들에게 적합함. |
구리 기반 혈액 (헤모시아닌) |
차갑고 산소가 적은 해양 환경에서 효과적임. |
담즙 색소 축적 (빌리버딘) |
일부 파충류에서 발견되며, 독성 저항성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있음 |
무색 혈액 |
헤모글로빈 없이도 산소를 효과적으로 이용하는 독특한 방식. 남극빙어과 어류의 경우. |
4. 진화적 관점에서 본 혈액 색깔
생물들은 각자의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혈액의 색소를 다르게 진화시켜 왔다. 깊은 바다의 문어는 헤모시아닌을 사용하여 저산소 환경에서도 생존할 수 있으며, 녹색 혈액을 가진 도마뱀은 빌리버딘을 축적하면서 기생충 저항성을 키웠을 가능성이 크다. 또한, 남극의 빙어처럼 헤모글로빈 없이도 살아가는 생물도 존재한다. 이러한 차이점들은 생물의 적응력을 보여주며, 생명과학 연구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맺는 말
인간의 혈액은 붉지만, 자연 속에는 다양한 색의 혈액을 가진 생물들이 존재한다. 이는 생물들이 환경에 적응하며 발전해온 과정의 결과이며, 생명의 다양성과 놀라운 생존 전략을 보여준다. 각각의 혈액 색깔에는 고유한 진화적 의미가 있으며, 이를 연구함으로써 생태계의 복잡성과 생명의 신비를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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