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잇, 우연한 발명이 세상을 바꾸다.
아내가 치매를 앓고 있다.
남편은 아내가 중요한 순간을 기억할 수 있도록 집안 곳곳에 포스트잇을 붙여둔다.
"당신은 나의 사랑하는 아내입니다."
"우리는 매일 아침 함께 커피를 마셔요."
어느날 남편은 아내가 자기한테 남긴 포스트잇을 발견한다.
"당신이 누구인지 몰라도, 당신을 사랑하는 것 같아요."
어디서 많이 들어본 듯한 이야기다. 잠시 헷갈린다.
포인트가 뭐지? 치매야, 사랑이야, 아니면 포스트잇?
포스트잇의 탄생
포스트잇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잘 알려진 사무용품 중 하나이지만 그 발명은 완전히 우연한 사고에서 비롯되었다. 이 모든 것은 1970년대, 혁신으로 유명한 미국의 다국적 기업 3M에서 시작되었다.
1968년, 과학자인 스펜서 실버(Spencer Silver)는 강력한 접착제를 개발하려고 했으나 실수로 약하지만 재사용이 가능한 접착제를 만들어냈다. 이 접착제는 표면에 붙었다가 흔적 없이 쉽게 떨어지는 특징을 가지고 있었지만 몇 년 동안 이 기술을 실용적으로 활용할 방법을 찾지 못했다.
그러던 중 1974년, 아서 프라이(Art Fry)라는 3M의 또 다른 연구원이 이 기술의 완벽한 활용법을 떠올렸다. 그는 교회 성가대에서 찬송가 책을 사용하던 중 책갈피가 자꾸 떨어지는 것에 불편함을 느꼈다. 그리고 실버가 만든 접착제를 이용하면 페이지를 손상시키지 않으면서도 쉽게 붙였다 뗄 수 있는 메모지를 만들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프라이와 그의 팀은 제품을 개선하는 작업을 진행했고, 1977년 프레스 앤 필(Press 'n Peel)이라는 이름으로 첫 출시를 했으나 시장에서 큰 반응을 얻지 못했다. 이에 3M은 사무실에 무료 샘플을 배포하는 전략을 사용했다. 그 결과, 사용자들의 뜨거운 반응이 이어졌고, 제품은 포스트잇(Post-it Notes)이라는 이름으로 1980년 정식 출시되었다. 이후 포스트잇은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
포스트잇의 성장과 진화
전국적으로 출시된 이후, 포스트잇은 사무실, 학교, 가정에서 필수품이 되었다. 사람들은 책상, 냉장고, 다이어리에 메모를 붙이며 그 편리함을 실감했다.
초기 포스트잇은 카나리아 노란색이었는데, 이는 계획된 것이 아니라 우연한 선택이었다. 당시 연구실에서 실험용으로 사용하던 종이가 노란색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 색상이 눈에 잘 띄고 인기가 많아지면서 포스트잇의 상징적인 색상이 되었다.
현재 포스트잇은 다양한 크기, 색상, 디자인으로 출시되며, 디지털 버전도 존재한다. 3M은 포스트잇 슈퍼 스티키 노트, 포스트잇 플래그, 포스트잇 이젤 패드 등 다양한 제품군을 개발했고, 현재 100개 이상의 국가에서 판매되고 있다.
포스트잇의 다양한 용도
포스트잇은 단순한 메모 용도를 넘어 창의적이고 예상치 못한 방법으로 활용되어 왔다. 수천 장의 포스트잇을 사용하여 벽화나 모자이크 작품을 만드는 예술가도 있다. 일부 영화 제작자들은 포스트잇을 활용하여 독창적인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을 제작했다.
포스트잇은 곧잘 장난에 활용되기도 한다. 직장 동료의 책상, 모니터, 심지어 차까지 포스트잇으로 덮어버리는 장난이 유명하다. 물론 그와는 정반대인 상황도 있다. 크고 작은 재앙과 불행을 마주해야하는 곳에도 종종 포스트잇으로 가득한 추모의 벽이 등장한다.
포스트잇은 또한 쉽게 붙였다 뗄 수 있는 특성 덕분에, 학교나 직장에서 몰래 비밀 메시지를 주고받는 용도로 사용되기도 한다. 중요한 할 일이나 격려 메시지를 써서 집안 곳곳에 붙여 두는 사람들도 많다. 더구나 얼굴 마주치기 싫은 사람들 사이의 대화 수단으로도 안성맞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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