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3/23 6

임포스터 증후군(Impostor Syndrome), 내가 가짜인 것 같은 감정

1. 무대 뒤로 숨고 싶은 마음무대 위에 서 있지만 마음은 자꾸 무대 뒤로 숨고 싶어진다. 무언가를 끝냈으나 내가 정말 그걸 해낸 게 맞나 의심스럽다. 겉으로는 잘해낸 것처럼 보이는데 마음 한켠엔 늘 작고 깊은 불신이 남는다. 나에게 과연 그럴 자격이 있는 걸까. 심리학은 이 감정을 임포스터 증후군(Impostor Syndrome)이라 부른다. 2. 정의와 기원 – 이 감정은 어디서 왔는가이 용어는 1978년, 심리학자 폴린 클랜스(Pauline Clance)와 수전 아임스(Suzanne Imes)가 처음 제안했다. 당시 그들은 『심리치료: 이론, 연구 및 실제』(Psychotherapy: Theory, Research & Practice)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성공한 여성들 사이에서 자기 능력을 신뢰하..

후광 효과(halo effect), 인상이 지배하는 판단

둥그런 빛은 우리에게 이렇게 말한다. “이 인물은 보통 사람과 다르다.” 1. 빛의 상징에서 시작된 인상회화 속에서 인물의 머리 위를 감싸는 둥그런 빛은 ‘후광(Halo)’이라 불린다. 이 표현은 고대 이집트와 그리스, 불교 미술에서 신성을 상징하는 도상으로 사용되었으며, 기독교 미술에서는 4세기경부터 성인과 성모를 구분하는 상징으로 정착되었다. 이후 중세를 거쳐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 지오또(Giotto di Bondone) 같은 화가들은 후광을 시각적으로 성인을 구별하고, 인물의 위엄과 신성함을 드러내는 장치로 적극 활용하였다. 2. 인지 심리학이 발견한 후광심리학은 이 시각적 상징에서 착안해, 한 사람의 일부 특성이 전체 평가를 바꾸는 인지적 경향에 ‘후광효과(Halo Effect)’라는 이..

가마우지, 보호종에서 유해조수로

가마우지와 유럽의 생태 갈등가끔 안양천을 걷다가 목격하는 이 새는 가마우지다. 검은 깃털에 구불구불한 목, 날개를 활짝 펼친 채 햇볕을 쬐는 모습이 인상적인 이 새는 도시 하천에서도 종종 눈에 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크게 주목받지 않는 이 새가 유럽에선 오랫동안 환경·어업 갈등의 상징처럼 여겨져 왔다. 조용한 하천의 사냥꾼, 가마우지가마우지의 정확한 이름은 민물가마우지이며, 학명은 Phalacrocorax carbo다. 전 세계적으로 널리 분포하는 종으로, 한국에서도 하천·호수·해안가 등지에서 사시사철 볼 수 있다. 뛰어난 잠수 능력을 이용해 물고기를 사냥하며, 사냥 후에는 물에 젖은 날개를 햇볕에 널듯이 펼쳐 말리는 습성이 있다. 한국에서는 특별한 보호종으로 지정되어 있지 않으며, 생태계에서도 상징..

동식물 이야기 2025.03.23

산호는 식물로 오해되기 쉽다 - 고정된 동물의 구조와 협력

목차서문: 산호는 동물이다 1. 산호의 기본 단위, 폴립 2. 군체로 성장하는 고정 동물 3. 산호초의 생태적 역할 4. 구조의 기초인 협력 결론: 산호 연구의 의의 서문: 산호는 동물이다산호는 바다 속에 고정되어 있으며, 색감이 화려하고 형태도 섬세해 식물처럼 보이기 쉽다. 실제로 많은 사람이 산호를 해조류나 해초류로 착각하지만, 산호는 자포동물문(Cnidaria)에 속하는 무척추동물이다. 그중에서도 산호충강(Anthozoa)으로 분류되며, 학명인 ‘Anthozoa’는 ‘꽃 같은 동물’을 뜻한다. 외형은 꽃과 비슷하지만, 산호는 먹이를 섭취하고 반응하며 성장하는 동물의 특성을 지닌다. 1. 산호의 기본 단위, 폴립산호는 ‘폴립(polyp)’이라는 작은 개체로 구성되어 있다. 폴립은 원통형 몸체를 ..

동식물 이야기 2025.03.23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 번지듯 시작된 변화의 순간

변화는 언제 시작되는가어느 날 모든 것이 바뀐다. 그 전까진 조용하던 흐름이 갑자기 방향을 틀고, 속도를 내기 시작한다. 세상은 가끔 그런 식으로 움직인다. 작은 무언가가 예기치 않은 순간 모든 질서를 흔든다. 이런 전환의 문턱을 과학에서는 ‘임계점(critical point)’이라 부른다. 물리학에서 이 말은 물질이 상태를 바꾸는 극한의 조건을 의미한다. 물은 100도에서 끓는다. 그 전까지는 단지 온도가 오를 뿐이지만, 그 순간을 지나면 완전히 다른 성질의 수증기로 변한다. 이 개념은 사회에서도 유효하다. 오랜 억눌림, 침묵, 인내가 쌓이다 결국 하나의 상징적인 사건으로 터지는 순간이 있다. 로자 파크스, 인내 끝의 불꽃1955년 12월, 미국 앨라배마 주 몽고메리. 흑인 여성 로자 파크스(Rosa ..

모든 고양이가 물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1. 고양이는 정말 물을 싫어할까?“고양이는 물을 싫어한다.” 고양이를 떠올릴 때 거의 자동처럼 따라오는 말이다. 빗물이 떨어지면 창가에서 급히 자리를 옮기고, 목욕을 시도하면 전투가 벌어진다. 이런 행동을 반복해서 보다 보면, 고양이는 본능적으로 물을 싫어한다고 믿게 된다. 하지만 늘 그런 것은 아니다. 2. 사막에서 유래한 본능오늘날 집고양이의 조상은 북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에 살던 사막고양이(Felis lybica)이다. 이 고양이들은 건조한 기후에서 물과 거의 접촉하지 않는 환경에 적응해 진화해왔다.젖은 털은 체온을 빼앗고 움직임을 둔하게 만들기 때문에, 물은 생존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 결국 물을 피하는 습성은 본능으로 남았고, 대부분의 고양이들은 지금도 물에 닿는 것을 꺼린다. 햇볕 아래에 ..

동식물 이야기 2025.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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