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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그말리온 효과(pygmalion effect, 자기충족적 예언)

The self-fulfilling prophecy is, in the beginning, a false definition of the situation evoking a new behavior which makes the originally false conception come true."자기충족적 예언이란 처음에는 잘못된 상황 해석에서 시작하지만, 이로 인해 새롭게 발생한 행동이 결국 처음에는 잘못된 것으로 보였던 믿음을 현실로 바꾸어 놓는 현상이다.로버트 머튼, 『사회이론과 사회구조』(1948)> 1. 피그말리온 신화, 믿음이 현실로 바뀐 이야기 피그말리온 효과(pygmalion effect)라는 이름은 그리스 신화에서 유래했다. 조각가 피그말리온은 자신이 만든 완벽한 조각상과 사랑에 빠졌고,..

조명 효과(Spotlight Effect)

모두가 나만 보고 있는 것 같을 때 1. 무대 위의 불빛, 혹은 착각심리학자 토머스 길로비치(Thomas Gilovich)와 동료들은 한 가지 실험을 설계했다. 참가자들에게 미국 가수 베리 매닐로(Barry Manilow)의 얼굴이 큼직하게 인쇄된 촌스러운 티셔츠를 입히고 사람들로 가득 찬 강의실에 들어가게 했다. 실험이 끝난 후, 참가자들은 자신이 얼마나 눈에 띄었는지를 추정했다. 평균적으로 절반 이상이 자신을 봤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실제로 그 티셔츠를 기억한 사람은 단 21%에 불과했다. 우리는 흔히, 실제보다 타인의 시선이 자신에게 더 많이 쏠려 있다고 느낀다. 하지만 그건 생각보다 흔한 착각이다. 2. 조명효과란 무엇인가자신이 타인의 주목을 받고 있다고 과도하게 인식하는 인지적 경..

카테고리 없음 2025.03.24

임포스터 증후군(Impostor Syndrome), 내가 가짜인 것 같은 감정

1. 무대 뒤로 숨고 싶은 마음무대 위에 서 있지만 마음은 자꾸 무대 뒤로 숨고 싶어진다. 무언가를 끝냈으나 내가 정말 그걸 해낸 게 맞나 의심스럽다. 겉으로는 잘해낸 것처럼 보이는데 마음 한켠엔 늘 작고 깊은 불신이 남는다. 나에게 과연 그럴 자격이 있는 걸까. 심리학은 이 감정을 임포스터 증후군(Impostor Syndrome)이라 부른다. 2. 정의와 기원 – 이 감정은 어디서 왔는가이 용어는 1978년, 심리학자 폴린 클랜스(Pauline Clance)와 수전 아임스(Suzanne Imes)가 처음 제안했다. 당시 그들은 『심리치료: 이론, 연구 및 실제』(Psychotherapy: Theory, Research & Practice)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성공한 여성들 사이에서 자기 능력을 신뢰하..

후광 효과(halo effect), 인상이 지배하는 판단

둥그런 빛은 우리에게 이렇게 말한다. “이 인물은 보통 사람과 다르다.” 1. 빛의 상징에서 시작된 인상회화 속에서 인물의 머리 위를 감싸는 둥그런 빛은 ‘후광(Halo)’이라 불린다. 이 표현은 고대 이집트와 그리스, 불교 미술에서 신성을 상징하는 도상으로 사용되었으며, 기독교 미술에서는 4세기경부터 성인과 성모를 구분하는 상징으로 정착되었다. 이후 중세를 거쳐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 지오또(Giotto di Bondone) 같은 화가들은 후광을 시각적으로 성인을 구별하고, 인물의 위엄과 신성함을 드러내는 장치로 적극 활용하였다. 2. 인지 심리학이 발견한 후광심리학은 이 시각적 상징에서 착안해, 한 사람의 일부 특성이 전체 평가를 바꾸는 인지적 경향에 ‘후광효과(Halo Effect)’라는 이..

가마우지, 보호종에서 유해조수로

가마우지와 유럽의 생태 갈등가끔 안양천을 걷다가 목격하는 이 새는 가마우지다. 검은 깃털에 구불구불한 목, 날개를 활짝 펼친 채 햇볕을 쬐는 모습이 인상적인 이 새는 도시 하천에서도 종종 눈에 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크게 주목받지 않는 이 새가 유럽에선 오랫동안 환경·어업 갈등의 상징처럼 여겨져 왔다. 조용한 하천의 사냥꾼, 가마우지가마우지의 정확한 이름은 민물가마우지이며, 학명은 Phalacrocorax carbo다. 전 세계적으로 널리 분포하는 종으로, 한국에서도 하천·호수·해안가 등지에서 사시사철 볼 수 있다. 뛰어난 잠수 능력을 이용해 물고기를 사냥하며, 사냥 후에는 물에 젖은 날개를 햇볕에 널듯이 펼쳐 말리는 습성이 있다. 한국에서는 특별한 보호종으로 지정되어 있지 않으며, 생태계에서도 상징..

동식물 이야기 2025.03.23

산호는 식물로 오해되기 쉽다 - 고정된 동물의 구조와 협력

목차서문: 산호는 동물이다 1. 산호의 기본 단위, 폴립 2. 군체로 성장하는 고정 동물 3. 산호초의 생태적 역할 4. 구조의 기초인 협력 결론: 산호 연구의 의의 서문: 산호는 동물이다산호는 바다 속에 고정되어 있으며, 색감이 화려하고 형태도 섬세해 식물처럼 보이기 쉽다. 실제로 많은 사람이 산호를 해조류나 해초류로 착각하지만, 산호는 자포동물문(Cnidaria)에 속하는 무척추동물이다. 그중에서도 산호충강(Anthozoa)으로 분류되며, 학명인 ‘Anthozoa’는 ‘꽃 같은 동물’을 뜻한다. 외형은 꽃과 비슷하지만, 산호는 먹이를 섭취하고 반응하며 성장하는 동물의 특성을 지닌다. 1. 산호의 기본 단위, 폴립산호는 ‘폴립(polyp)’이라는 작은 개체로 구성되어 있다. 폴립은 원통형 몸체를 ..

동식물 이야기 2025.03.23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 번지듯 시작된 변화의 순간

변화는 언제 시작되는가어느 날 모든 것이 바뀐다. 그 전까진 조용하던 흐름이 갑자기 방향을 틀고, 속도를 내기 시작한다. 세상은 가끔 그런 식으로 움직인다. 작은 무언가가 예기치 않은 순간 모든 질서를 흔든다. 이런 전환의 문턱을 과학에서는 ‘임계점(critical point)’이라 부른다. 물리학에서 이 말은 물질이 상태를 바꾸는 극한의 조건을 의미한다. 물은 100도에서 끓는다. 그 전까지는 단지 온도가 오를 뿐이지만, 그 순간을 지나면 완전히 다른 성질의 수증기로 변한다. 이 개념은 사회에서도 유효하다. 오랜 억눌림, 침묵, 인내가 쌓이다 결국 하나의 상징적인 사건으로 터지는 순간이 있다. 로자 파크스, 인내 끝의 불꽃1955년 12월, 미국 앨라배마 주 몽고메리. 흑인 여성 로자 파크스(Rosa ..

모든 고양이가 물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1. 고양이는 정말 물을 싫어할까?“고양이는 물을 싫어한다.” 고양이를 떠올릴 때 거의 자동처럼 따라오는 말이다. 빗물이 떨어지면 창가에서 급히 자리를 옮기고, 목욕을 시도하면 전투가 벌어진다. 이런 행동을 반복해서 보다 보면, 고양이는 본능적으로 물을 싫어한다고 믿게 된다. 하지만 늘 그런 것은 아니다. 2. 사막에서 유래한 본능오늘날 집고양이의 조상은 북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에 살던 사막고양이(Felis lybica)이다. 이 고양이들은 건조한 기후에서 물과 거의 접촉하지 않는 환경에 적응해 진화해왔다.젖은 털은 체온을 빼앗고 움직임을 둔하게 만들기 때문에, 물은 생존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 결국 물을 피하는 습성은 본능으로 남았고, 대부분의 고양이들은 지금도 물에 닿는 것을 꺼린다. 햇볕 아래에 ..

동식물 이야기 2025.03.23

감자는 뿌리가 아니다 - 줄기 속에 숨겨진 생존 전략

목차1. 흙 속에서 자란다고 다 뿌리는 아니다 2. 감자의 진짜 정체, 덩이줄기 3. 감자도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 4. 복제하듯 자신을 퍼뜨리는 감자의 전략 5. 소박한 감자에 담긴 자연의 설계 1. 흙 속에서 자란다고 다 뿌리는 아니다감자는 땅속에서 자란다. 투박한 흙을 털어내면, 단단하게 살찐 감자가 모습을 드러낸다. 그래서 우리는 흔히 감자를 뿌리채소라고 생각한다. 고구마나 무처럼 땅속에서 캐내니까 자연스러운 오해다. 하지만 식물학적으로 감자는 뿌리도, 열매도 아니다. 2. 감자의 진짜 정체, 덩이줄기감자는 줄기다. 정확히 말하면, 감자 식물에서 지하로 뻗어 나온 줄기 끝이 비대해진 덩이줄기(tuber)이다. 이 덩이는 감자 식물이 스스로를 복제하고, 영양분을 저장하기 위해 만든 구조다..

동식물 이야기 2025.03.22

믿음이 만든 변화, 플라시보 효과(Placebo Effect)?

아침에 비타민 하나를 챙겨 먹는다.기분 탓일까, 그날은 덜 피곤한 것 같기도 하다.지갑에 넣은 부적이 괜히 마음을 든든하게 만들고,마스크팩 하나로 피부도, 기분도 조금은 나아지는 듯하다.효과가 있었던 걸까,아니면 있었다고 느낀 걸까,혹시 플라시보 효과? 1. 믿는 마음이 몸을 움직인다플라시보 효과(placebo effect)는, 실제 약효가 없는 처치나 약물에도 환자가 증상을 개선했다고 느끼는 현상을 말한다. 예컨대 단순한 설탕 알약을 진짜 진통제라고 믿고 먹었을 때 통증이 줄어드는 것처럼 느껴지는 경우다. 이 현상은 단지 착각이나 기분이 아니라, 실제로 뇌 속에서 통증을 조절하는 호르몬이 분비되거나, 생리적인 변화가 일어나기도 한다는 점에서 과학적으로도 인정받고 있다. ‘믿음이 병을 고친다’는 말,..